[SWOT로 본 새영화] ‘멋’은 있는 ‘R2B’

입력 2012-08-13 14:5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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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투비 포스터

보기 드문, 참으로 무모한 주인공이 있다.

공군 특수비행팀 에이스 태훈(정지훈)은 에어쇼에서 전투기 엔진을 끄고 하강하는 ‘묘기’를 보여주다 퇴출당한다. 전투비행단으로 이적한 태훈은 따듯한 편대장(김성수)과 동기(이하나), 겁 많은 후배(이종석)를 만나고, 부대 안에서 ‘탑 건’으로 불리는 완벽한 실력자 철희(유준상)와도 대면한다.

매사에 자신만만한 태훈은 비행단 정비사 세영(신세경)에게 첫눈에 반하고 티격태격하던 둘은 팀을 이뤄 공중 사격대회에 출전한다.

평화롭던 하늘에 귀순을 원하는 북한 전투기가 출몰한다. 서울 한복판에선 미사일이 오가는 교전까지 벌어진다. 설마 남북 교전? 과연 어떤 결과를 초래할까.

14일 개봉하는 ‘R2B:리턴투베이스’(감독 김동원·제작 주머니필름·빨간마후라)다.

● STRENGTH(강점)…항공 액션 ‘희소성’
멋있다. 배경도, 사람도, 전투기도, 전투기가 나는 하늘도 멋있다. 하지만 그 멋은 시각을 자극하는 1차원을 넘어 ‘의미’나 ‘깊이’까지 담은 2차원으론 진입하지 못한다.

그래도 어쨌든 멋있다.

전투기가 시원하게 하늘을 날고 그 안에서 멜로와 액션, 우정과 눈물까지 담아낸 영화는 드물었다. ‘희소성’을 중심에 둔다면 ‘R2B:리턴투베이스’(이하 ‘R2B’)는 1960년대 주로 제작된 ‘빨간 마후라’ ‘창공에 산다’에 이어 40여년 만에 나온 항공 액션영화. 드물기 때문에 탄생 자체만으로도 가치는 있다.

게다가 주인공은 ‘닌자 어쌔씬’ 등 두 편의 영화로 세계 시장에 진출한 정지훈. 탄탄한 근육과 엉뚱하고 자신감에 가득 찬 주인공 태훈은 정지훈과 만나 매력적인 캐릭터로 완성됐다.

어쩌면 ‘R2B’는 정지훈에 의한, 공군을 위한, 항공액션 영화다.

● WEAKNESS(약점)…‘황당한 설정’ 고개가 갸우뚱(스포일러 주의)
조종사들의 우정, 사랑에 집중하며 화려한 배경을 연속해 펼치던 영화가 본격적인 이야기에 진입한 건 정확히 상영 한 시간이 흐른 뒤다. 장르가 ‘항공 액션’인데도 그렇다.

이처럼 우여곡절 끝에 시작된 액션의 ‘배경’이 관객을 얼마나 설득할 수 있을지는 의문.

서울 하늘에 나타난 ‘적기’는 귀순을 요청한 북한 전투기. 호위를 받던 이 전투기는 서울 상공이 가까워오자 돌변해 미사일을 난사한다. 한강을 공격하고 서울의 상징 63빌딩으로 돌진하더니 도심 빌딩숲을 가른다. 영화는 불친절하게도 이 공격의 이유를 뒤늦게야 설명한다.

전쟁을 방불케 하는 교전이 벌어지는 서울. 북한을 ‘적’으로 표현하며 이 영화가 얻으려는 건 휴머니즘이었을까. 아니면 공격이 또 다른 공격을 낳을 수 있다는 복수의 메시지였을까.

● OPPORTUNITY(기회)…‘탑 건’ 향수 자극
톰 크루즈의 ‘니즈 시절’로 통하는 영화 ‘탑 건’을 기억하는 팬들에게는 향수를 자극할 장면들이 있다. 태훈과 세영이 처음 만나는 해변 장면이 대표적. ‘탑 건’의 도입부와 상당히 흡사하다. ‘오마주’로 보면 꽤 흥미로운 장면. 물론 이때 ‘긍정적인 마인드’는 필수.

항공에서 벌이는 전투기들의 질주 장면도 볼 만하다. 후반작업이 1년 이상 계속된 이유를, 조금은 납득할 만하다. 지난해 10월 부산국제영화제 기간에 제작보고회를 열었던 ‘R2B’는 개봉이 계속 연기되면서 완성도에 의구심을 낳았다. 시간 투자는 헛되지 않았다.

조연들의 활약도 상당하다. 정비사 책임자로 등장하는 오달수, 허풍 심한 조종사 정경호는 담백한 코미디 연기로 이야기를 든든하게 받힌다.

● THREAT(위협)…강렬한 음악 탓 뮤직비디오처럼
등장인물의 ‘비주얼’만 강조한 장면이 너무 잦은 탓에 흡사 뮤직비디오를 연상케 한다. 이야기는 흘러가지 않는다. 게다가 신세경이 말없이 석양이 지는 하늘을 바라보는 장면은 왜 자꾸 반복되는지….

영화의 배경음악은 이야기에 감성을 얹지만 때론 방해가 되기도 한다.

이재학 음악감독은 앞서 ‘미녀는 괴로워’, ‘국가대표’로 영화 흥행을 돕는 탁월한 작곡과 선곡으로 인정받았던 실력파. 아쉽게도 ‘R2B’에서는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전작이 너무 탁월한 탓일까.

‘R2B’가 가세한 8월 극장가는 한국영화들의 ‘대전’이다.

1000만 관객을 앞둔 ‘도둑들’이 극장가를 점령한 가운데, ‘나는 왕이로소이다’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가 그 뒤를 추격하는 상황. 이달 말에는 스릴러 ‘이웃사람’도 나온다. 각축전이다.

스포츠동아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madeinha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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