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더너’ 박지성 “12년만에 지하철 타봤어요”

입력 2012-08-2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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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성. 스포츠동아DB

커피숍 나들이·대중교통 이용 이동
빅클럽선 누리지 못했던 자유 만끽



■ 새 연고지 런던서의 일상 엿보기

스타는 괴롭다. 일거수일투족이 대중의 관심이다. 이처럼 ‘공인’의 삶은 화려한 듯하지만 정작 개인만의 시간을 보낼 수 없다는 치명적 이면도 있다. 당연히 부담스럽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퀸즈파크레인저스(QPR)에서 활약하는 박지성(31)도 그랬다. ‘한국 최고의 축구 스타’라는 수식 탓에 자신의 삶을 제대로 누리지 못한 경우다. 전 세계 최강자들이 즐비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뛴 시절은 본인 입장에서 볼 때 마냥 즐겁지 못했던 시간이었다. 모든 게 관심거리가 돼 유일한 선택은 ‘방콕(방에 콕 틀어박히다)’ 뿐.

그런데 이젠 아니다. 조금은 자유를 찾았고, 여유도 생겼다는 게 박지성의 아버지 박성종(54) 씨의 설명. 박 씨의 입을 빌어 ‘런더너(Londoner)’ 박지성의 삶을 살짝 들여다봤다.


○ “제 삶을 되찾았어요!”

하루하루가 달콤하다. 입으로만 “만족스럽다”가 아니라 정말 그렇다. 맨체스터를 떠난 게 계기다. 좀 더 오래 ‘빅(Big) 클럽’에 남기를 원했던 팬들에게는 서운한 얘기일 수도 있지만 개인적으로 보면 조금도 손해 볼 게 없는 QPR행이었다. 다양한 인종, 워낙 많은 군상이 모인 런던이기에 박지성은 ‘스타’ 대접(?)을 받지 않는다. 모처럼 평범한 삶을 되찾았다.

박지성은 런던 남쪽 부촌이 형성된 풀럼 브로드웨이 지역에 임시 거처를 마련했다. 워낙 비싼 동네라 주택 구입은 엄두도 낼 수 없다. 평수가 작은 곳도 수십억 원을 훌쩍 넘긴다. 여기서 지낸지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았으나 조만간 또 한 번의 이사를 계획 중이다. 물론 조금 가격이 싼 곳으로 말이다.

아직 자택에는 인터넷 설치가 돼 있지 않다. 그래서일까. 박지성은 종종 휴대용 태블릿PC를 들고 근처 커피숍으로 간다. 따뜻한 음료 한 잔과 인터넷 서핑을 하는 박지성의 모습은 평범한 젊은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런던에서는 자가용보다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있다. 차는 훈련장과 경기장을 오갈 때 탈 뿐이다. 한국에서도 2000년 지하철을 타본 게 마지막이었다. 일본(교토)에서도, 네덜란드(에인트호벤)에서도 늘 자가용을 몰았다. 머문 지역이 워낙 작은 도시였고, 교통수단이 마땅치 않아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한데, 박지성은 런던에서 오이스터카드(교통카드)를 직접 구입해 지하철에 탑승한다. 갈아탄 이층버스에선 창 밖을 지나치는 행인을 바라본다.

간혹 박지성을 알아보며 사인을 요청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맨체스터보다는 훨씬 적다. 박 씨는 “나도 대중교통을 이용한 게 10년 전이다. 아들한테 물어보니 자신은 12년 전이라고 하더라. 평범한 게 아들에게는 가장 어려웠다”며 쓸쓸한 미소를 짓는다.

소소한 일상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세탁소에도 직접 가고, 우편물도 본인이 처리한다. 쇼핑도 종종 하고, 산보와 시내구경도 즐긴다. 지인과 만나 수다 떠는 것도 즐겁다. 친분이 있던 영화배우 배두나(33)와의 열애설이 불거진 것 역시 워낙 런던이 편안했기 때문이다. 남 눈치를 덜 쓰게 되다보니 벌어진 일이다.

박 씨는 “(아들이) 정말 런던 생활을 즐거워하는 것 같다. 날씨도 환경도 맨체스터에 비해 좋다. 주위 눈치를 살피지 않고 누리는 일상이 행복감을 준단다”고 말했다.

런던(영국)|남장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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