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장현 기자의 여기는 런던] 퍼거슨 감독 “지성아 미안해…배신감 느끼지 마”

입력 2012-08-21 07: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알렉스 퍼거슨 감독(오른쪽)이 퀸즈파크레인저스로 이적한 박지성에게 따로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알려져 화제다. 퍼거슨은 많은 출전기회를 주지 못한 것에 대한 미안함과 QPR에서 박지성의 선전을 기원했다. 스포츠동아DB

QPR 이적 뒷이야기…맨유 퍼거슨 감독, 작별편지 보냈다


TO. 박지성

변명이 될 수 있겠지만
부상이 많았던 네 몸상태가
난 항상 걱정스러웠어

네가 원한 만큼의
많은 출전 기회를
주지 못해 미안하구나
이해해줬으면 한다

FROM.퍼거슨


QPR과 스완지시티의 2012∼2013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개막전이 열린 지난 주말 런던 현지에서 만난 박지성의 아버지 박성종 씨는 아들의 이적 과정에 얽혔던 또 다른 일화 한 토막을 들려줬다.

박 씨에 따르면 “프리미어리그가 아니라면 어디든지 쉽게 보내주겠다”며 미련을 버리지 못했던 퍼거슨 감독은 결국 박지성의 QPR 이적이 확정되자 상당히 서운해 했다.

사실 맨유와 QPR 모두 프리시즌 아시아 투어가 걸려있어 박지성의 거취는 양 팀에게 초미의 관심사였다. 승자는 결국 QPR. 그렇게 박지성의 투어 행선지도 중국 상하이(맨유)가 아닌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였다.

하지만 퍼거슨 감독은 호인이었다. 지난 시즌이 끝난 이후로는 한 번도 만나지 못한 탓에 면담조차 못했지만 한 통의 편지로 마음을 대신했다. ‘백전노장’이 별도의 메시지를 보냈다는 건 확실한 존재감의 표시다. 요지는 이랬다.

“배신감을 느끼지 않았으면 한다. 변명이 될 수 있겠지만 난 항상 (부상이 많았던) 네 몸 상태가 걱정스러웠다. 네가 원한 만큼의 많은 출전 기회를 주지 못해 미안하구나. 이해해줬으면 한다.”

박지성이 팀을 떠나겠다는 결심을 확고히 굳힌 건 올해 4월 맨유와 에버턴전(4-4)이었다. 맨유는 충분히 이길 수 있는 경기를 수비 불안으로 밸런스가 무너졌고, 막판 7분 새 연속 골을 내줘 동점으로 마무리, 승점 쌓기에 실패했다. 결과는 예측할 수 없지만 ‘수비형 윙어’의 전형인 박지성이 끝내 벤치에 머문 게 아쉬웠다. 당시 7경기 연속 결장이었다. 동료들도 그의 결장에 의아해하면서 함께 “왜 감독을 찾아가 항의하지 않느냐”고 함께 분노했다는 후문이다.

물론 박지성도 아픔을 모두 잊었다. 어차피 스스로가 팀을 옮길 타이밍으로 봤다. 1년을 더 안주하면 전혀 이적할 기회가 없을 가능성이 크다고 여겼다. 편히 앉아 많은 돈을 벌어들이는 건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러브 콜도 받는 한편, 직접 뛸 수 있는 팀을 찾는 노력도 적극적으로 했다. 토트넘, 뉴캐슬(이상 잉글랜드), 파리 생 제르맹(프랑스) 등 5개 팀들이 관심을 보였다. 결국 기회를 스스로 열어간 셈이다.

물론 맨유도 모든 걸 잃지 않았다. 박지성 이적의 대가로 기대 이상의 보상도 받았고, 리빌딩의 계기도 마련했다. QPR은 아시아투어가 너무 급해 맨유의 요구조건을 거의 들어줬다.

박 씨는 “(박)지성이의 몸이 너무 좋다. 어차피 35세를 은퇴 마지노선으로 생각한다. QPR에서 마지막 모든 걸 쏟아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yoshike3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