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리포트] 와∼ 그림같은 더블플레이…642명 열정만큼은 프로 뺨치네

입력 2012-09-0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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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팀이 훨씬 많아지고 신생팀도 계속 생기고 있어요. 무엇보다 모두가 선수들에게 협조적이에요.”

‘야구선수’ 4년차인 교사 서유진(26·서울 베이스조이) 씨가 뿌듯하게 웃었다. 1일 전북 익산야구장. 제1회 LG배 한국여자야구대회 개막식에 참가한 선수들의 표정은 모두 서 씨와 다르지 않았다.

인조잔디가 깔린 ‘진짜’ 야구장에서 28개팀 소속 642명의 선수들이 3개월간 마음껏 치고 달리고 구를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여의도 한강 둔치의 딱딱한 럭비장에서 태동한 한국 여자야구가 오랜 설움에서 벗어나는 순간. 한국여자야구연맹 사무국 직원이자 선수로도 활약하고 있는 이혜란(27·서울 리얼디아몬즈) 씨는 “대회 규모가 커지니 선수들도 그 어느 때보다 좋은 성적에 대한 의욕으로 불타고 있다”고 귀띔했다.

공식 개막전은 서울 블랙펄스와 서울 CMS의 맞대결. 여자야구 국가대표 곽대이 감독이 지휘하는 블랙펄스는 올해 3번의 대회에서 모두 우승한 최강팀이다. CMS 역시 구단주인 센트럴메디컬서비스 김부근 대표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 전력이 급성장하고 있다. 김 대표는 “다양한 직업을 가진 선수들이 야구하면서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 여자야구를 후원하는 일이 보람 있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선수들은 1회부터 몸을 사리지 않고 그라운드 곳곳을 누볐다. 연속 볼넷을 내주던 CMS 투수가 호쾌한 삼진을 잡아내자 덕아웃은 열광의 도가니가 됐고, 블랙펄스의 그림 같은 1(투수)∼2(포수)∼3(1루수) 더블 플레이에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터질 듯한 함성과 안타까운 탄식과 따뜻한 격려가 오가는 축제의 장. 익산시 체육진흥과 김은하 실무관이 “몇 달 전 익산시 여자야구대회 개막식에 참석했다가 쏟아지는 빗속에서도 아랑곳 않는 선수들의 열정에 반해 버렸다. 선수들의 활기찬 모습에서 의욕과 뿌듯함을 느낀다”고 고백한 이유다.

이혜란 씨 역시 이렇게 귀띔했다. “같은 팀 선수들끼리는 이제 가족이나 마찬가지에요. 서로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들이죠.” 함께, 그리고 신나게 야구할 수 있는 무대가 생겼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여자야구 선수들. 그들이 펼칠 감동의 드라마가 이렇게 시작됐다.

익산|배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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