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서울 몰리나 “가족은 내 삶의 엔진…윷가락처럼 살게요”

입력 2012-09-2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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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리나에게 가족은 그가 살아가는 이유고 힘을 주는 엔진이다. 몰리나 가족들이 추석을 맞아 한복을 곱게 차려 입었다. 처음 해 보는 윷놀이에도 큰 흥미를 보였다. 오른쪽부터 몰리나와 아내 라우라, 딸 마레스, 장모 마리엘라, 아들 알레호. 분당|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트위터@seven7sola ·의상 협찬|박술녀 한복

한국서 4번째 맞이하는 추석 ‘윷이오!’

아내와 결혼할 때 프러포즈를 하셨나요? 결혼을 앞둔 분이라면 예비신부에게 어떻게 프러포즈할 생각인가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남자들은 비슷한 고민을 한다. ‘당연히 결혼할 사이인데 무슨 프러포즈냐’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평생 원망을 들을 수 있다.

콜롬비아 출신의 FC서울 공격수 몰리나(32)를 보라. 몰리나는 골을 터뜨린 뒤 손가락 4개를 펴는 세리머니로 유명하다. 4개의 손가락은 자신과 아내 라우라(27), 아들 알레호(8), 딸 마레스(4)를 뜻한다. 그는 “가족은 내가 살아가는 이유고 필요한 힘을 주는 엔진이다”고 말할 정도로 가족애가 각별하다. 그의 가족들도 홈경기는 빠짐없이 응원 올 정도로 몰리나에 대한 애정이 깊다. 한 마디로 금슬 좋은 부부, 화목한 패밀리다. 그러나 “어떤 프러포즈를 받았느냐”는 질문에 라우라가 몰리나에게 눈을 흘겼다. 프러포즈를 안 한 것이다. 옆에서 “그게 뭐 대수냐”며 겸연쩍어하는 몰리나. 한국에서 4번째 추석을 맞는 K리그 최고의 외국인 공격수 몰리나를 27일 오후 경기도 분당에 있는 그의 집에서 가족들과 함께 만났다. 몰리나의 어머니 실비아와 장모 마리엘라도 함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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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찌개 마니아

먼저 몰리나와 대화를 나눴다.


-추석의 의미를 알고 있나.

“설명을 들었다. 한국은 농경사회로 발전했고, 추수 후 선조에 대한 감사의 의미 아닌가.”


-한국에서 맞는 4번째 추석인데 느낌이 어떤가.

“운동선수들의 명절은 일반인과 좀 다르지 않나. 훈련, 경기가 있으니까. 한국의 추석음식을 맛보고 싶은데, 작년 추석 때도 경기 때문에 제대로 즐기지 못했다.”


-꼭 맛보고 싶은 한국의 전통음식은.

“사실 잘 모른다.(웃음) 하지만 김치찌개, 된장찌개 다 좋아하니까.(몰리나는 평소 통역에게 맛있는 김치찌개 식당을 소개해 달라고 할 정도로 김치찌개 마니아다.) 한국에 처음 왔을 때는 음식 스타일이 너무 달라 먹을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아주 좋더라.”


-콜롬비아 전통음식 중 소개해주고 싶은 게 있다면.

“한국 사람들은 다른 나라 음식을 맛보고 다른 문화 접하는 데 주저함이 없는 것 같다. 명동을 가 봐도 여러 나라 음식도 많고 장사도 잘 된다. 콩과 팥에 밥을 섞어 먹는 프리홀리스라는 음식을 소개해주고 싶다.”


-당신에게 가족이란.

“내가 살아가는 이유고 내가 살아가는 데 필요한 힘을 주는 엔진이다.”


-아내와는 언제 어떻게 만났나. 누가 먼저 좋아했나.

“18살 때 이웃동네 파티에서 만났다. 마음에 들어 계속 쳐다보니 아내가 적극적으로 다가오더라.(웃음)”


○패밀리 토크


-몰리나가 프러포즈는 어떻게 했나.(몰리나 부부는 2003년부터 동거해 2007년 결혼했다)

라우라 :
(잔뜩 토라진 표정으로) 그런 거 없었다.


-콜롬비아에서는 원래 프러포즈를 안 하나.

라우라 :
아니다. 원래 한다.(몰리나는 겸연쩍은 표정을 지으며 ‘그런 거 가지고 화낼 거면 아내가 여기에 있지 않을 것이다’고 급히 수습에 나섰다)


-몰리나는 프로의식이 투철하다. 집에서는 어떤가. 남들이 모르는 허술한 점은 없나.

라우라 :
허술한 점? 너무 많다.(웃음) 둘이 있을 때는 청소기도 돌리고 설거지도 하는 자상한 남편이다.


-한국생활 중 특별했던 경험 있으면 소개해 달라.

몰리나 :
연평도 사건 때 외신에서 ‘전쟁이 임박했다’고 난리인데 한국 사람들은 너무나 태연하더라. 훈련장 동료들도 아무렇지도 않고.


라우라 : 일본에 쓰나미가 왔을 때 콜롬비아에서 걱정하는 전화를 많이 받았다. 거기도 큰 일 나는 거 아니냐고.


몰리나 : 사실 3년 전 한국에 왔을 때 인천공항에서 내리며 내가 이곳에서 버틸 수 있을까를 걱정했었다. 하지만 이곳에서 정말 좋은 사람 많이 만나고 좋은 경험을 많이 했다.


-금슬이 좋은 것으로 유명한데 아이를 더 낳을 생각은 없나.


라우라 : (단호하게) 노.


몰리나 : 거짓말이다. 어떨 때는 낳고 싶다고 하고 어떨 때는 싫다고 한다.(웃음)


-(몰리나 어머니와 장모에게) 몰리나는 어떤 아들, 어떤 사위인가.


어머니 실비아 : (스페인어로 좋은 수식어는 모조리 출동) 한 형제의 형, 한 가족의 가장, 한 여자의 남편, 아이들의 아빠, 한 사람의 아들로서 완벽하다.


장모 마리엘라 : 더 말 할 필요가 없다. 특히 사람들을 존중하는 그 마음씨가 최고다.


○몰리나의 3가지 개인목표

-10월3일 라이벌 수원전을 앞두고 있다. 6연패에 5경기 연속 무득점은 굴욕적인데.


“그렇지 않다. 서울이 1위고 수원보다 승점이 17 앞서 있다. 중요한 것은 리그에서 우승하는 것이다. 수원전 승점 3점도 우리가 우승하는 데 필요할 것이다.”


-그래도 수원은 최대 라이벌 아닌가.

“그래서 더 강한 정신력으로 임할 것이다. 어쨌든 우리가 1∼2경기 패배에 망가질 팀은 아니다.”


-8월 FA컵 16강에서 수원에 진 뒤 홈 팬들이 구단 버스를 가로막았던 사건 기억하나.

“하하. 남미에서는 일상다반사다. 버스를 가로막는 데 그치지 않고 돌 던지고 불을 지른다. 물론 올바른 행동이라 생각하지는 않는다.”


-수원의 원정 관중들의 응원도 엄청난데.

“많은 팬들의 응원과 환호 앞에서 경기하는 건 대단한 일이다. 나에게 행운이다. 하지만 나는 우리 서울 서포터들이 더 사랑스럽다.”


-도움 1개만 더 추가하면 K리그 역대 정규리그 한 시즌 최다도움 기록을 세운다. 팀 우승 외에 개인기록 목표는.(몰리나는 29일 현재 17골(2위)-15도움(1위)을 기록하며 소속팀의 선두 행진을 이끌고 있다.)

“도움 기록은 몰랐다가 어제(9월26일 울산 전) 인터뷰하면서 알았다. 이미 알았는데 욕심이 없다는 건 거짓말이다. K리그 역사에 이름을 올린다는 건 대단한 것이다. 두 가지 더 욕심이 난다. 한 해에 20(득점)-20(도움) 클럽을 달성하는 것, 그리고 전체 공격포인트 1위도 하고 싶다.

분당|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Bergkamp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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