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트랙] 1990년 1리차 ‘타격왕 3파전’ 한대화 집중력 소수점차 1위

입력 2012-09-2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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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에서부터)한대화-이강돈-노찬엽. 동아DB

한가위 미러클의 역사


1986년 최동원 20승 도전…OB 9회말 뒤집기로 눈물

온 가족이 모여 정을 나누는 한가위. 그러나 프로야구선수에게는 치열한 승부만이 있을 뿐이다. 포스트시즌을 향한 마지막 열정과 개인타이틀에 얽힌 자존심 대결로 한가위도 뜨거웠다.

1986년 추석에는 포스트시즌 티켓과 사상 첫 3년 연속 20승이라는 대기록 도전이 충돌해 극적인 장면을 낳았다. 그해 OB는 서울 라이벌 MBC와 치열하게 후기 우승을 다투고 있었다. 추석 하루 전인 9월 17일 만난 상대는 하필이면 롯데 최동원(작고). OB는 패하면 포스트시즌행이 좌절되는 상황이었고, 최동원은 시즌 마지막으로 20승에 도전하고 있었다. 최동원은 8회까지 단 1실점하며 3-1 승리를 눈앞에 뒀다. 그러나 9회말 김형석의 극적인 동점 2점홈런을 앞세워 OB가 승리했다. OB는 후기 1위로 가을잔치에 나섰고, 최동원의 대기록은 커다란 보름달 아래서 사라졌다.

1995년은 해태와 OB의 희비가 엇갈렸다. 두 팀은 추석 연휴기간이었던 9월 8∼10일 광주에서 더블헤더 포함 4연전을 치렀다. 결과는 OB의 싹쓸이 4연승. 해태는 고향을 찾은 홈팬 들 앞에서 허망하게 포스트시즌 티켓을 놓쳤다. 반면 OB는 4연승을 발판으로 선두 LG를 추격했고, 0.5게임차로 극적인 역전에 성공해 페넌트레이스 1위에 올라 한국시리즈까지 제패했다.

OB와 해태의 한가위 악연은 3년 뒤로 다시 이어졌다. 1998년 추석, 해태는 OB와의 2연전에서 1무1패만 해도 4강이 확정되는 반면 OB는 2연승을 거둬야 가을야구를 할 수 있었다. 해태가 절대적으로 유리했지만, 첫날 마무리 임창용의 블론세이브에 이어 다음 날 에이스 이대진의 최악 피칭으로 낭패를 보고 말았다. 결국 해태는 5위로 밀려나 가을잔치의 들러리가 됐다.

1990년 한가위에는 타격왕 3파전이 펼쳐졌다. 해태 한대화, 빙그레 이강돈, LG 노찬엽이 6일간의 추석 황금연휴를 앞두고 타율 1리차로 1위를 다투고 있었다. 최하위로 추락한 OB는 라이벌 LG의 타격왕 배출이 싫었는지, 맞대결에서 노찬엽을 상대로 고의4구를 2개나 내기도 했다. 결국 연휴 동안 놀라운 집중력을 발휘한 한대화가 할푼리모에 소수점 아래 다섯 자리인 ‘사’까지 비교해 타격왕에 등극했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rushlk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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