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희 감독 “이란원정 꼬리 내리기 싫다…난 성격상 그게 안돼”

입력 2012-09-2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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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희 감독에게 추석은 큰 의미가 없다. 선수 때도 지도자가 된 뒤에도 추석 전후에는 늘 리그 경기가 있었다. 대표팀 사령탑에 오른 후에도 마찬가지다. 최 감독은 10월 중순 펼쳐질 이란 원정에서 승리하기 위한 플랜을 짜는데 여념이 없다. 목동|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트위터@seven7sola

최강희감독 머릿속엔 월드컵 생각 뿐

운동선수에게 명절(설, 추석)은 큰 의미가 없다. 설 즈음에는 해외전지훈련을 떠나고, 추석 전후에는 리그 경기가 펼쳐지기 때문에 오롯이 명절을 즐긴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축구대표팀 최강희(53)감독에게도 추억은 거의 없다. 단 한번, 2004년 대표팀 코치 시절 처음으로 조상의 묘를 벌초했던 기억이 있을 뿐이다. 그는 대표팀 지휘봉을 잡고 난 뒤 처음으로 추석을 맞는다. 그런데 이번에도 명절다운 명절은 기대하기 어렵다. 사람 만나랴 월드컵 최종예선 준비하랴 어느 때보다 바쁘다. 머릿속엔 온통 월드컵뿐이다. 최 감독은 스스로 시한부라고 했다. 월드컵 최종예선까지만 지휘봉을 잡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기적이고 고집스럽게 일을 추진한다고 했다. 주관도 뚜렷하다. 자신만의 색채를 잃지 않기 위해 매일 고민한다는 최 감독을 만났다.


수비수도 공격50 방어50 요구되는 시대

이란은 우측이 강해 윤석영·박원재 선발
이청용 기량회복·손흥민의 성장도 기대

원정이지만 닥공…이겨야지 비기긴 싫어
최다승점·승률 본선행 새역사 쓰고싶다



○되돌아본 우즈베키스탄전

-우즈베키스탄전(9월11일)을 되돌아본다면(한국은 2-2로 비겼다).

“여러 가지 원정의 어려움을 제대로 실감했다. 카타르전(6월)도 그랬고, 원정을 가면 자꾸 이기고 싶더라. 승점 1도 좋다는 얘기를 선수들에게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 이기겠다는 욕심이 많다. 두 자리(포지션) 정도가 미스가 났다. 한 두 명이 컨디션이 좋지 않으면 전체 밸런스가 흐트러진다. 결국 모든 건 감독 책임이다. 대표팀 맡고 최악의 경기를 했던 건 맞다.”


-특히 세트피스에 완전히 당했다(2골 모두 코너킥 상황에서 허용).

“상대는 분명 니어포스트로 붙일 것이라는 걸 알았다. 이를 대비하는 훈련도 했고, 선수들 위치도 잡아줬고. 하지만 우리가 준비한 것과 전혀 달랐다. 알고도 당했다고 할까? 계속 집중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집중력 부족과 컨디션 저하가 원인이다.”


-가장 문제로 지적된 포지션이 좌우 풀백인데.

“오른쪽 풀백 고요한은 K리그에서 빠른 선수다. 상대가 굉장히 빠른 선수라서 맞불을 놨다. ‘네가 주도하고 잘해봐라’ 그렇게 얘기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어. 또 유럽형 잔디에 완전히 당했지. 사이드가 흔들리니 가운데, 공격까지 모조리 흔들렸고. 이란은 오른쪽 측면이 강하다. 그래서 이번에 왼쪽 풀백에 박주호를 빼고 윤석영과 박원재를 뽑았다.”


-한국엔 왜 좌우 풀백 자원이 부족한가?

“유럽에서도 왼발로 크로스를 올리는 선수가 품귀 현상이다. 요즘은 풀백들이 공격력 50, 수비력 50의 능력이 필요하다. 공격을 할 줄 알아야 한다. 좌우 풀백들이 얼마나 공격할 줄 아느냐에 따라 질 높은 축구를 할 수 있다. 측면에서의 섬세함과 돌파력이 필요하다. 공격수야 수비수야 하고 헷갈릴 정도가 돼야 한다. 풀백 자원이 부족한 이유다. 하지만 있는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는 게 감독의 임무다.”

-이청용은 1년여 만에 복귀했는데 만족하나.

“이청용은 계속 뽑는다. 당시 상대가 거칠게 나오고 그라운드 사정이 좋지 못해 빼줬을 뿐이다. 부상 트라우마는 남아있다. 결국 경기를 치르면서 잠재적인 부상 우려를 씻어야 한다. 발 들고 작심하고 들어오는데 경고 주지 않기에 교체할 수밖에 없었다. 앞으로 부상당하지 않고 꾸준히 경기하는 게 중요하다. 예전 기량을 찾을 것이다.”


-요즘 손흥민이 가장 잘 나가는데.

“5월 스위스 전훈 때 물어보니까 원 톱보다는 측면이 편하다고 하더라. 발전 가능성이 많고, 지금보다 계속 성장할 친구고, 앞으로가 훨씬 기대되는 선수다. 다른 선수들도 좋은 자원이라면 고정관념 버리고 쓰는 거다.”

이란전 왼쪽수비의 핵 윤석영(왼쪽)과 박원재. 스포츠동아DB

빠르게 기량을 회복하고 있는 이청용(왼쪽)과 새로운 공격카드로 기대를 모으는 손흥민. 스포츠동아DB




○이란 징크스 깬다

한국은 10월17일 오전 1시30분 테헤란에서 이란과 브라질월드컵 최종예선 4차전 원정 경기를 갖는다. 최종예선 최대 고비다. 한국은 2승1무(승점 7)로 조 선두고, 이란은 1승1무1패(승점 4)로 2위다. 한국이 이길 경우 승점 10점을 채울 수 있어 본선행에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다. 하지만 만만치 않다. 경기력 뿐 아니라 고지대(1300m)에다가 홈팀의 광적인 응원 등 환경적으로 불리한 조건에서 싸워야한다. 한국은 테헤란 원정에서 2무2패로 아직 승리가 없다.


-이란에 대한 추억이 있나?

“못 가봤다. 수원 코치 시절 피루지(이란)와 수원종합운동장에서 격돌한 게 전부다. 그래서 이번에 이란에서 좋은 추억 좀 만들어보려고 한다.”


-이란 원정에서 한 번도 못 이겼다.

“힘들다는 생각은 아예 버렸다. 선수들에게도 그렇게 얘기할 것이고. 어렵다고 그러면 끝 없이 어렵다. 고지대? 원정? 하지만 육체보다 정신부터 준비를 잘 할 것이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우즈벡 원정이 더 어려웠지만 이번에는 좋은 상황이 나올 것이다.”


-승산은 어느 정도 보나.

“분명히 말하고 싶은 건 이란 원정 징크스를 깨고 싶다는 것이다. 무조건 이기고 싶다. 까다롭지만 못 이길 팀이 아닌데, 계속 가기 전부터 고지대, 원정 어려움 언급되니까 선수들이 먼저 스트레스 받는다. ‘비겨도 잘 한거야’ 그런 생각 갖는 게 문제다.”


-이란 전력은 어느 정도인가.

“감독 바뀌면서 세대교체가 거의 완성되는 분위기다. 이란은 레바논 원정에서 패하면서 한국전에 목숨을 걸어야 하는 입장이다. 그래서 이란전은 각오를 하고 가야 한다. 반대로 얘기하면 승점 안 주면 되는데. 근데 그게 싫어. 그냥 이기고 싶어. 꼬랑지 내리고 싶지 않아. 성격이 그게 안 되니까.”


-원정에서 닥공(닥치고 공격)을 우려하는 시선도 있다.

“승점 1을 딴다? 그건 간단하다. 전술적으로 수비 지향적으로 하면 된다. 그러나 난 그 자체가 싫어. 뒷걸음질친다고 강한 상대에게 안 지는 게 아니야. 맞불을 놓아야지. 다만 초장부터냐 체력 상황 지켜보고 60∼70분 때 선수 교체 타이밍을 통해 선택하느냐 등의 결정만 있을 뿐이다. 정확히 어떻게 해야겠다는 플랜은 없지만 선수들 몸 상태 점검 후에 결정하겠다.”


-본선행 확정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승점 필요한가.

“15점이면 무조건 간다는 생각을 했다. 근데 막 물고 물리니까 좀 떨어질 것도 같고. 하지만 그걸 생각하면 안 돼. 이기는 경기를 계속 해야지. 일찍 결정이 나더라도 이기는 경기를 하겠다. 최종예선에서 최다 승점, 최다 승률 등으로 새 역사를 쓰고 싶다.”

최현길기자 choihg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choihg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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