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재상(왼쪽)-박준서. 스포츠동아DB
한때 2군서 함께 눈물밥 동고동락
SK-롯데 2번타자로 ‘선의의 경쟁’
“준서로 할까, 범준이로 할까?”
SK 박재상(30)의 질문에 롯데 박준서(31)가 대답했다. “당연히 준서로 해야지. 이 이름 보기보다 괜찮아.” 그러나 친구는 이내 수화기 너머로 강한 거부(?) 의사를 표현했다. “너라면 네 아들 이름을 재상이라고 하겠어? 아무래도 그냥 범준이로 해야겠다.” 지난 5월, 박재상이 갓 태어난 첫 아들의 이름을 짓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다.
사연은 이렇다. 박준서는 원래 박남섭이라는 이름으로 28년을 살다가 2009년 장모님의 권유로 개명을 했다. 그때 점술가에게 받은 이름 세 개가 ‘준서, 범준, 윤하’. 고민 끝에 신중하게 선택한 이름이 준서였던 것이다. 그런데 박재상이 아들의 이름을 지으려 작명소에 갔더니 ‘준서’와 ‘범준’이라는 이름을 주면서 고르라고 하더란다. 두 이름의 기운이 남다르기는 한 모양. 결국 박재상은 ‘준서’가 아닌 ‘범준’을 택했다. 박준서는 “성도 똑같이 박 씨라서 아무래도 준서는 부담스러웠던 모양”이라며 껄껄 웃었다.
둘이 절친한 사이라 더 신기한 우연이다. 박준서가 2차 3번, 박재상이 2차 11번으로 2001년 SK에 나란히 입단했다. 이듬해 박준서가 롯데로 트레이드되면서 금세 갈라졌지만, 힘든 시절을 함께 보낸 우정은 쉽사리 변하지 않았다. 박재상은 “그때는 어릴 때라 준서가 트레이드 통보를 받고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이후에는 서로 인천이나 부산으로 원정 경기를 갈 때마다 만나서 식사를 한다”고 귀띔했다. 이번 가을은 두 친구에게 그래서 더 특별하다. 19·20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플레이오프 3·4차전에 나란히 팀의 2번타자로 선발출장해 선의의 경쟁을 펼쳤다. 비록 5차전이 끝나면 한 쪽은 웃고 한 쪽을 울어야 하는 얄궂은 운명이지만 말이다.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트위터 @goodgo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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