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재현의 가을 다이어리] 욕심 없는 진갑용…집에선 1등 남편

입력 2012-10-2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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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진갑용의 아내 손미영 씨(왼쪽)가 남편을 향한 절절한 응원메시지를 보냈다. 욕심을 내기보다 주어진 것에 감사하며 묵묵히 뛰는 남편은 손 씨에게 누가 뭐라 해도 ‘1등’이다. 사진제공|QTV

“오빤 왜 욕심을 안 내?”

지금 생각해보면 남편(삼성 진갑용)의 깊은 속도 모르는, 철없는 아내의 투정이었습니다. ‘몇 타석만, 몇 경기만 욕심내면 골든글러브도 탈 수 있을 것 같은데….’ 지금까지 감사하게도 3개(2002·2005·2006년)의 황금장갑을 받았지만, 그래도 더 많은 경기를 뛰면 더 많은 상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남편은 고개를 젓습니다. “내가 매년 한 타석, 한 경기 욕심냈으면 지금 이 나이까지 야구 못 했다. 주어지는 게 있으면 다른 건 포기할 줄 알아야지. 내라고 왜 욕심이 없겠나. 경기를 하다보면 주자가 있을 때 타석에 들어서서 내가 해결하고 싶고 그렇다. 그런데 내가 욕심을 부리면 안 된다. 상? 내가 상에 욕심내면 다른 후배들의 기회를 뺏는 거다.”

남편은 자신은 1등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지금 내 자리가 내 등수”라며 항상 자신을 낮추기만 합니다. 잘 하는 젊은 선수들이 있으면 엉덩이를 두드려 힘을 북돋워주고, 돌아온 이승엽 선수를 향해 “승엽이가 역시 1등이더라”며 후배에게 엄지를 치켜세웁니다.

결혼한 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그런 신랑의 모습에 저도 깜짝 놀랍니다. 지금까지도 왜 팀의 주장으로 뽑히는지,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습니다. 언젠가 남편에게 어떤 야구선수가 되고 싶은지 물어본 적이 있습니다. 돌아온 답변은 “나이 들어서도 멋지게, 야구 잘 하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런 남편이 저에게는 ‘1등’입니다. 이번 한국시리즈에서도 너무 잘 해주고 있어 얼마나 자랑스러운지 모릅니다.

남편이 2차전이 끝나고 시리즈 합숙에 들어간 지 20여 일만에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일하는 아내가 혹 피곤할까, 잘 차려진 밥상도 아닌데 갈비탕 한 그릇에 밥을 말아 뚝딱 해치우는 속 깊은 남편을 만난 저는 행운아겠죠. 야구장에서도, 집에서도 만점짜리 남편의 선전을 평생 응원합니다.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hong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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