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의 강력한 방패에 막혀 좀처럼 공격의 물꼬를 트지 못하는 SK 타선에서 유일하게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KS 2패 후 반격을 꾀하고 있는 SK의 핵심 키워드는 ‘정근우’다. 대구|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트위터 seven7sola
SK, 그래도 정근우 때문에 웃는다
정근우, 3차전 시구 추신수와 동창
“150km로 던지면 안돼” 당부 ‘폭소’
이호준 부진엔 “형 너무 못했어요!”
본인도 늦게 발동…팀 자극제 될까
아직 SK에는 정근우(30)가 있다. 한국시리즈(KS) 1·2차전을 모두 내주고 26일 홈구장 문학으로 귀환한 SK 선수단에는 무거운 공기가 감돌았다. 원래 과묵한 선수들은 더 말이 없어졌다. 이만수 감독은 “웃으라”고 했지만, 억지로 그렇게 되기란 쉽지 않은 일. 그래도 SK 덕아웃에 웃음소리가 나올 수 있었던 것은 정근우 덕분이었다. 27일 문학구장에서 열릴 3차전의 시구자로 추신수(30·클리블랜드)가 나서게 되자, 부산고 동기동창인 정근우에게 들을 말이 생겨 취재진이 몰렸다. 정근우는 “시구는 150km로 던지지 말고, 시구처럼 던져야지”라며 웃었다. 때마침 이 감독이 곁을 지나가고, 이호준이 덕아웃에 나타났다. 이 감독은 “거봐라, 호준아. 야구 못하니까 네 옆에는 아무도 없잖아.” 엄숙했던 덕아웃에 웃음이 터졌다.
○“내가 지금처럼 쳤으면…”
이호준은 팀 미팅에서 농담을 섞어 “지금 한국시리즈는 정근우 대 삼성”이라고 했단다. 1차전 3타수 2안타 1득점, 2차전 홈런 포함 4타수 2안타 1타점 2득점. SK가 2경기에서 기록한 10안타 중 4개를 정근우 홀로 쳤다. 김광현이 “재미없는 한국시리즈 어떡할 거예요?”라고 장난을 칠 수 있는 것도 상대가 정근우이기에 가능했다.
그러나 정근우의 마음은 두 가지 이유로 편치 못하다. 첫째로 팀이 이기지 못하면 혼자 잘해봐야 별 소용이 없다는 생각이고, 둘째로 좀더 일찍 잘 했으면 팀이 정규시즌 2등이 아니라 1위를 했을 것이라는 자책감이다. 정규시즌의 기나긴 슬럼프가 포스트시즌 들어와 싹 사라졌다. 그는 “플레이오프 4차전 때 우연히 방망이를 눕히는 자세로 바꿨는데 잘 맞아 나갔다. 그런데 나중에 TV로 확인해보니 달라진 것이 없었다. 바깥에선 알 수 없는 나만의 느낌이 달라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 감이 아직 살아있다는 얘기다.
○“그들이 아니었으면 여기까지 오지도 못했다”
정근우가 아무리 출루해도 3번 최정, 4번 이호준이 해결을 못하는 것이 SK의 문제다. 룸메이트인 최정이 고민하는 모습을 보는 정근우의 마음도 편치 않다. 선배인 이호준에 대해서도 “지금이야 말하지만 플레이오프 이기고 같이 샤워할 때, 내가 그랬다. ‘솔직히 형 너무 못 했어요.’라고.”(웃음) 그러나 정근우는 곧바로 “정이와 호준이 형 없었으면 SK가 여기까지 오지도 못했다”고 고마움을 담은 진심을 꺼냈다. 그는 깊은 한숨 속에서도 “이대로는 안 끝납니다”라고 했다.
문학|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트위터@matsri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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