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성.
“(안)현수가 체력만 잘 보강한다면 소치에서도 충분히 해볼만 하다고 봅니다.”
이른 나이에 찾아온 무릎 부상, 끝없는 시련과 경기 외적인 갈등… 김동성(32)은 ‘쇼트트랙 황제’ 안현수(빅토르 안·27)의 심정을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선배다. 김동성은 안현수의 새로운 도전에 대해 “해볼만 하다. 좋은 모습 보여줬으면 좋겠다”라며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안현수는 지난 10월 캐나다 캘거리에서 열린 2012-2013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 1차 대회 남자 1000m 2차 레이스에서 곽윤기(23)-노진규(20·이상 한국)를 모두 꺾으며 5시즌 만에 국제 대회 우승을 차지했다. 안현수는 빙상연맹과의 갈등과 소속팀 해체 등 마음 고생 끝에 지난해 9월 러시아에 귀화,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에 러시아의 쇼트트랙 대표 선수로 출전할 예정이다.
김동성은 동아닷컴과의 인터뷰에서 “그 경기는 한국 선수들도 실수가 많았다. 노련한 운전자의 방어운전에 초보 운전자들이 휩쓸린 경기”라면서도 “안현수는 원체 테크닉은 흠잡을 게 없는 선수인데다, 긴장감을 극복하는 능력도 최고다. 경기 운영 면에서 월등한 모습을 보였다”라고 높게 평가했다.
러시아는 최근 떠오르는 쇼트트랙 강국이다. 특히 안현수의 귀화 이후 올림픽 예선 출전이 고작이던 세멘 엘리스트라토프, 블라디미르 그리고리에프, 비아체슬라프 쿠긴얀 등 남자 선수들의 성장세가 가파르다. 러시아는 캐나다 월드컵에서도 남자 1000m 1차 레이스 우승(그리고리에프), 남자 5000m 계주 2위(1위 한국)를 비롯해 대부분의 종목에서 결승진출자를 냈다.
“역시 체력이죠. 사실 나이를 먹어도 1000m, 1500m 자체는 버틸만한 힘이 있어요. 문제는 하루에 그런 레이스를 여러 번 뛸 수 있느냐는 거죠. 종목 특성상 변수도 많고, 계주도 나가야 하니까요. 체력만 받쳐주면 소치에서도 경쟁력이 있다고 봅니다,”
얼마 전 아폴로 안톤 오노(30)가 은퇴하면서, 안현수는 동양계 선수 중 최고령급 선수가 됐다. 2년 뒤인 소치 올림픽을 준비하는 입장에서 안현수의 나이는 많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김동성은 “러시아 측이 차근차근 잘 도와주고 있는 것으로 안다”라며 “(안)현수가 러시아로 간 뒤에도 많은 팬들이 응원해준다고 들었다. 그 팬들을 위해서라도 앞으로 좋은 모습 보여줬으면 한다”라고 격려했다.
2006 토리노동계올림픽 3관왕인 안현수는 2003-2007 5년 연속 세계선수권에서 우승을 차지하는 등 쇼트트랙 역대 최고의 선수로 군림했다. 하지만 2009년 1월 훈련 도중 무릎뼈가 부러지는 부상을 입었고, 이후 대한빙상연맹과의 갈등과 소속팀 성남시청의 해체로 지난해 러시아로 귀화했다.
김동성은 한국 후배들에 대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우리 선수들은 매 대회를 올림픽처럼 치르는 느낌입니다. 다들 당연히 우리나라 선수가 우승할 거라고 생각하니까 부담이 크죠. 보약 먹었다 생각하고, 올림픽에 맞춰 몸을 잘 만들었으면 좋겠어요. 결국 최종 목표는 올림픽 금메달 아니겠어요? 안현수 같은 대선수에게 올림픽 전에 한번 져본 것은 약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동아닷컴 김영록 기자 bread425@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