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청어람
4년 동안 촬영 무산과 제작 지연, 투자 난항 등 우여곡절을 겪으며 작품을 완성한 ‘26년’(감독 조근현)이 22일 언론·배급시사회를 갖고 영화를 처음 공개했다.
‘26년’은 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으로 가족을 잃은 사람들이 26년의 시간이 지난 뒤 만나 사건을 일으킨 ‘그 사람’을 처단하려 나서는 내용.
원작인 강풀 작가의 웹툰으로 먼저 인정받은 짜임새 있는 이야기를 그대로 스크린에 옮기면서도 긴장을 더해 힘 있는 작품을 완성했다.
영화는 도입부터 강렬했다.
5.18의 비극을 애니메이션으로 표현해 눈길을 끈 초반부는 느닷없이 터진 사건으로 가족의 죽음을 옆에서 지켜봐야 했던 주인공들의 아픔에 주목했다.
이후 펼쳐진 ‘그 사람’을 처단하려는 작전은 이 영화의 연출자인 조근현 감독의 표현대로 “돌직구 날리듯이” 빠르게 진행됐다.
등장인물 각각의 사연을 깊이 있게 들여다 본 영화는 자연스럽게 공감을 높였다.
뜨거운 가슴으로 작전을 주도하는 조직폭력배 진배 역을 맡은 진구는 이야기에 긴장을 불어넣었다가 유머를 섞은 대사로 감정을 이완하는 연기로 영화를 이끌었다.
저격수로 나선 심미진 역의 한혜진, 아픔을 해결할 방법을 몰라 무력해지는 권정혁 역의 임슬옹, 작전을 구상하는 김갑세 역의 이경영은 각자의 상황에서 아픈 사연을 펼쳐냈다.
한혜진은 시사회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영화를 찍기 전까지 5·18 당시 겪었을 계엄군의 아픔을 생각하지 못했다”며 “접근하기에 어려웠던 게 사실이다. 다큐멘터리를 찾아보고 영화 ‘박하사탕’을 챙겨 보며 그 당시 상황을 많이 공감하려고 했다”고 밝혔다.
처단 대상인 ‘그 사람’을 연기한 배우 장광의 카리스마는 이번에도 빛난다.
영화 ‘도가니’를 시작으로 ‘광해, 왕이 된 남자’까지 출연작마다 인상 깊은 연기를 펼쳐 온 장광은 ‘26년’에서 맡은 ‘그 사람’을 악마성 짙은 인물로 표현해 눈길을 끌었다.
장광은 “‘도가니’의 이미지를 ‘광해’에서 조금 벗나 싶었더니 또 지탄받을 역할을 맡았다”며 “피해자들의 아픔이 굉장히 제 가슴 깊숙이 와 닿았다. 또 고개를 숙여야 할 것 같은 같다”고 말했다.
실존 인물을 연기하는 데 따른 부담에 대해 장광은 “흡사하게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며 “자료 화면을 보며 연구했고 최선을 다했다. 어떻게 봤는지 오히려 묻고 싶다”고 했다.
2008년 촬영을 며칠 앞두고 투자자들의 마음이 돌아선 탓에 중단됐던 ‘26년’은 다시 제작을 시작하며 여러 변화도 맞았다. 진구를 제외하고 출연진이 새로 바뀌었고 연출 역시 미술 감독 출신 조근현 감독이 맡았다.
‘26년’이 곡절을 겪은 이유는 영화가 그리고 있는 짙은 정치색에 대한 우려 혹은 선입견 때문이다. 제작진은 촬영 재개할 당시부터 12월 대선을 겨냥해 일정을 빠르게 진행해 왔다.
조근현 감독은 “정당하지 못한 사람들이 기득권으로 군림하고 있어 미래가 암담한 게 현실이지 않느냐”며 “상업적으로 포장된 영화이지만 한 번쯤 그 의미를 생각해 보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다.
‘26년’은 29일 관객을 찾는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madeinhar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