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 5억5천?”…고개 돌려버린 오승환

입력 2012-12-2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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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환과 삼성의 연봉협상 테이블에 난기류가 흐르고 있다. 오승환은 구단이 제시한 5억5000만원에 ‘돌부처’처럼 침묵으로 일관하다 자리를 떴다. 스포츠동아DB

삼성 연봉협상 테이블 난기류

긴 침묵 후 “내 생각과 큰 차이” 퇴장
해외진출 포기 대가 기대…강경 방침
윤성환·최형우 등 1군 대부분 미계약


“5억5000만원에 하자.”(삼성)

“…….”(오승환)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하던 우승팀 삼성의 연봉협상 테이블에 난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한국시리즈 2연패의 주역들이 “이번만큼은 호락호락 쉽게 도장을 찍지 않겠다”는 자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이번엔 내 목소리를 내겠다”고 선언한 ‘끝판대장’ 오승환(30)이 실제로 강경한 자세로 나와 구단을 당황하게 했다. 오승환은 19일 삼성 서울 사무소에서 이성근 운영팀장과 처음 내년 연봉협상에 나섰다. 구단에서 제시한 금액은 5억5000만원. 올해 3억8000만원에서 1억7000만원(44.7%) 인상된 금액이었다. 구단의 제시액에 그는 가타부타 말이 없었다. 별명처럼 연봉협상 자세도 완전히 ‘돌부처’였다. 한동안 침묵이 흐른 뒤 오승환은 “내 생각하고 차이가 좀 있다”는 한마디만 남긴 채 협상 테이블에서 철수했다.

오승환은 2005년 프로 데뷔 후 그동안 구단의 연봉 제시액에 한번도 “많다”, “적다”는 표현조차 없이 도장을 찍었다. 그러나 이번만큼은 달랐다. 최고의 위치에 섰지만, 해외에서 복귀한 선수들이나 프리에이전트(FA) 계약 선수들의 연봉 수준에 비하면 턱없이 적다고 느끼고 있다. 특히 구단에서도 해외 진출을 만류하면서 “상응하는 보상을 해주겠다”고 한 터라 그의 기대는 더 높다.


○주전급 선수들 협상 난항

삼성은 오승환 외에도 1군 주력 선수들과의 연봉협상이 진척되지 않아 골머리를 앓고 있다. 투수만 하더라도 한국시리즈 1·5차전 승리투수로 2연패에 혁혁한 공을 세운 윤성환과 팔꿈치 통증을 참아가며 우승의 징검다리가 된 불펜의 핵 안지만이 구단과 큰 시각차를 보이고 있다. FA 계약을 했지만 계약기간 만료로 연봉협상을 해야 하는 배영수와 박한이를 비롯해 박석민 김상수 최형우 배영섭 정형식 강명구 이정식 등 한국시리즈 엔트리에 포함된 1군 대부분의 선수들과 교착상태에 빠져있다. 1군 선수 중에선 장원삼 차우찬 권오준 조동찬 이지영 등 6명만 타결됐다. 재계약 대상자 79명 중 59명과 계약을 마쳤지만, 남아 있는 20명과의 협상이 만만찮다는 게 구단의 시각이다.

삼성 송삼봉 단장은 “최근 해외에서 복귀한 선수들의 연봉이 수직 상승하고 FA 선수들의 몸값도 치솟으면서 선수들의 눈높이가 전체적으로 올라간 듯하다. 연봉협상이 잘 안된다. 머리가 아프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선수들도 강경하지만, 구단도 강경한 자세로 나가기로 했다. 구단 제시액에 변동을 주지 않을 계획이다. 또 투수들은 그동안 12월 말이면 항상 먼저 괌에 들어가 자율훈련을 시작했지만, 이번에는 연봉계약을 하지 않은 선수에게는 전지훈련을 불허하기로 했다. “지난해 경험했지만 훈련 분위기만 어수선해진다”는 게 구단의 설명이다. 오승환은 당초 연봉협상과 상관없이 23일 혼자 괌으로 먼저 출발하려고 했다. 그러나 20일 구단의 입장을 전해 듣고는 “알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keystone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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