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퓨처스리그 100경기 약속’ 논란 가열
고양 원더스는 27일 한국야구위원회(KBO)에 공문을 보냈다. KBO 관계자는 “내년 시즌 퓨처스(2군)리그 경기 편성을 늘려달라는 내용이다. 내년 1월 15일까지 답변을 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내년 2군 경기일정을 두고, 원더스와 KBO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원더스는 “구두상이기는 하지만, KBO의 다양한 채널을 통해 2013년 퓨처스리그 100경기 출전을 약속받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KBO는 “검토하겠다는 안 중 하나였을 뿐이다. 약속한 적은 없다”고 맞서고 있다. 현재 KBO의 안대로라면, 원더스는 내년에도 올해와 마찬가지로 2군 48경기에 번외 출전한다.
이런 갈등은 본질적으로 원더스의 모순적 태생구조에서 기인한다. 원더스는 국내 최초의 독립구단을 표방하고 있지만, 실제 운영방식은 미국·일본의 독립구단과 다르다. 독립구단은 말 그대로 프로리그의 회원사가 아니다. 그러나 원더스는 KBO의 추동에 의해 탄생했다. “KBO가 구단 창단 과정에서 많은 역할을 했을 뿐 아니라, 심지어 해외전지훈련 일정까지 짜줬다”는 것이 원더스의 주장이다. ‘독립구단은 있지만 독립리그는 존재하지 않는’ 과도기적 구조 때문에, KBO는 2군 팀들과의 경기를 주선했다.
“이 과정에서 야구계 유력인사가 원더스에 과도한 약속을 한 것이 ‘2013년 100경기 출전’을 사이에 둔 양측의 진실공방으로 이어졌다”는 후문도 들린다. 독립구단임에도 다소 과도한 요구를 하게 된 배경 중 하나로 보인다. 프로구단들 사이에서 “KBO는 회원사의 이익을 먼저 보호해야 한다. 가입금조차 내지 않는 팀과 우리가 번외경기를 치러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라는 성토가 나오는 것도 당연하다.
KBO는 독립구단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정립해야 한다. 그것이 연간 40억원을 야구발전을 위해 쓰고 있는 원더스에 대한 예의이기도 하다. 아울러 창단 이후 원더스가 밟아온 길은 독립구단으로 가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퓨처스리그의 정식일원이 되기 위한 것에 가까웠다는 지적도 음미해볼 만하다. 모 야구 관계자는 “원더스가 퓨처스리그 팀들과 수준을 맞추기 위해 전지훈련 등으로 연간 40억원을 쓴다. 일본의 독립구단(약 25억원)보다 많은 비용이다. 원더스의 노력은 인정하지만, 도리어 금전적 부담 때문에 다른 독립구단들이 창단될 가능성을 줄이는 측면도 있다”고 말한다. 최초의 독립구단을 유도한 KBO의 책임은 결코 작지 않다. 아울러 퓨처스리그가 아니라 독립리그를 지향해야 하는 원더스의 인식전환도 필요해 보인다.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setupman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