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친토크] 김선우-이규섭 “학연으로 맺어진 우정 우리 끝까지 롱런하자!”

입력 2012-12-2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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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학번 고려대 동문으로 만나 17년간 끈끈한 우정을 이어오고 있는 두산 베어스 김선우(왼쪽)와 삼성 썬더스 이규섭이 26일 
경기도 용인 보정동의 카페 ‘KISSO’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용인|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트위터 
@beanjjun

96학번 고려대 동문으로 만나 17년간 끈끈한 우정을 이어오고 있는 두산 베어스 김선우(왼쪽)와 삼성 썬더스 이규섭이 26일 경기도 용인 보정동의 카페 ‘KISSO’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용인|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트위터 @beanjjun

김선우

그때 농구인기 엄청나…난 관심도 못받았죠
모교 기부? 후배들에게 되돌려준다는 마음
규섭이와 지도자로 만나 이야기 나누고 싶어

이규섭

원래 두산팬 아닌데 선우 있어 기사 챙겨봐
술 안먹는 선우…처음부터 친하진 않았죠
나도 미국 가고 싶었는데…현실의 벽 높더라


야구인과 농구인 사이에서 꽃핀 우정을 공식화하는 ‘Baseball&Basketball 절친 토크’의 2번째는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 김선우와 프로농구 삼성 썬더스 이규섭이 장식했다. 1977년생 동갑내기이자, 고려대 96학번 동기로 만난 이들은 지금까지도 돈독한 우정을 이어오고 있다.


○MBC 청룡 팬이었던 이규섭, 친구 따라 두산 갔다!

이규섭(이하 이)=(약속시간에 20분 정도 늦은 김선우에게) 야구선수 만나기가 이렇게 힘든 거야? 왜 이리 늦어?


김선우(이하 김)=미안하다. 여기가 집하고 가깝다고 너무 방심하고 나왔나봐.


기자=이규섭 선수는 야구를 원래 좋아하셨다고요?


이=어릴 때부터 MBC 청룡을 응원하고 그랬죠. 원래 두산 팬은 아니었는데, 선우가 있으니깐 두산 경기나 기사 많이 보죠. 선우 기록도 다 체크하는데, 올해는 승운이 없었어요. 맞다. 야, 너네 프록터랑 재계약 안한다던데?


김=그래? 어떻게 알았냐.


이=기사 보니깐 나오던데 뭘. 너랑 너네(두산) 기사는 찾아본다니깐.


김=얘 진짜 기사 많이 보네. 네 기사 안보는 내가 미안해지네.


기자=고려대 동기로 지내면서 두 분이 가까워진 건가요?


이=(강)봉규(삼성)나 다른 야구부 동기들하고는 같이 어울려서 술 먹고 다니고 그랬는데, 선우는 술도 안 먹고 혼자 이어폰 끼고 다니고 그랬어요. 다른 동기들에 비해 처음부터 친해지지는 않았죠.


김=에이. 그때는 농구 인기가 어마어마했잖아요. 얘가 날 쳐다보기나 했겠어요? 물론 저도 관심 없었지만.


이=너하고만 안 친했다니깐.(웃음) 그래서 야구부 애들한테 “쟤는 뭐야?”하고 물어봤죠. 그랬더니 애들이 “그 유명한 김선우를 모르냐”고 하더라고요.


김=지금도 술을 잘 못하지만 대학 때는 더 안 마셨어요. 그래서 여럿이 어울려 술 먹는 걸 안 좋아했고요. 한번은 동기들이 “너는 왜 동기들하고 술도 안 먹고 당구도 안치냐”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그 뒤로 몇 번 술도 같이 먹고 당구도 좀 쳤어요. 운동부가 한 숙소에서 생활하면서 매일 얼굴 보고 밥도 같이 먹으니 안 친해질 수가 없죠.


○정기전의 추억

기자=
고대 출신이면 정기전을 빼놓을 수 없잖아요?


김=저는 정기전 기억이 거의 없어요. 1학년 땐 한총련 문제로 정기전이 없었고, 2학년 때는 잔뜩 준비하고 선발로 나갔는데, 1회에 비가 와서 취소됐어요.(웃음) 2학년 마치고 미국을 나갔으니깐 그게 마지막이었죠.


이=맞다. 넌 그랬겠구나.


김=경기 취소돼서 다같이 농구장으로 응원 갔어요. 규섭이도 있고 하니깐 가서 농구를 봤죠. 규섭이가 뛰던 그 경기가 저에게는 마지막 정기전이었어요. 그 때 졌었나?


이=졌지. 그 때 우리가 무조건 이기는 전력이라고 했었는데…. (서)장훈(연세대)이 형이랑 (현)주엽(고려대)이 형이 있었는데, 둘 다 대표팀 가서 다쳐서 왔어요. 경기가 우리 분위기로 오면 장훈이 형이 농구화 끈을 묶고 나오려는 흉내만 내는데, 이상하게 그때마다 우리가 조급한지 경기가 안 풀렸어요. 야구는 선동열 감독(KIA)이 몸 풀면 상대팀 기가 죽잖아요. 그 때 장훈이 형이 그랬어요.


○모교사랑까지 닮은 두 친구

기자=
전공은 체육학이었나요?


김=저는 경영학과요. 한번은 수업 들어갔는데, 수강신청인가를 해야 한다 해서 어쩔 줄 몰라 했는데 누가 날 부르더라고요. “누구세요?” 했는데 고3 때 같은 반 친구였다고…. 또 한 번은 시간이 남아서 ‘수업 한 번 들어가볼까’하고 갔는데, 시험을 본대네. 골 때렸죠. 앉자마자 용지를 나눠주는데, 그냥 학번이랑 이름 쓰고 “야구선수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이렇게 쓰고 나왔어요.


이=저는 신문방송학과였어요. 같이 수업 듣고, 낮술도 한잔 하고, 당구 치면서 어울렸죠. 신방과 다니는 내내 도와준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는 아직도 만나요.


기자=김 선수가 2학년을 마치고 메이저리그로 진출했을 때 어떤 생각이 들었나요?


이=깜짝 놀랐죠. 농구로 치면 NBA를 가는 거니깐…. 선우가 가고 바로 최희섭(KIA)이가 갔고요. 그 때 ‘얘가 미국 가려고 술도 안 먹고 몸 관리를 했구나’라고 느꼈죠.


김=규섭이도 미국 진출 생각이 있었어요. 그래서 제가 미국에서 귀국할 때마다 만나서 얘기도 했었어요. 대학 때보다 그때 얘길 더 많이 했던 것 같아요. 농구는 그렇게 어려워?


이=농구는 어림없지. 첫 번째 FA가 되고 미국을 알아봤는데, USBL이라는 하부리그에서 200∼300불씩 받고 정 뛰고 싶으면 뛰라고 하더라. 도전 자체가 의미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현실에 부딪치더라고.


기자=두 분 모두 성공적인 프로생활을 하면서 학교에 거액을 기부한 공통점이 있어요.


이=학교에 릴레이 기부가 있는데 동참한 것뿐이에요. 평소에도 심장병 환자들이나 다른 부분으로 기부를 해왔는데, 학교 기부가 가장 투명하더라고요. 내가 기부한 돈이 어디에 쓰이고 있는지 나오고…. 학교 후배들을 위해 쓰는 거니깐 의미 있기도 하고요.


김=규섭이도 그렇겠지만, 고대 출신이라는 학연이 적잖은 영향이 있어요. 작게나마 그런 부분에서 받은 도움을 다시 학교에 돌려준다는 의미라고 할까요?


○영원히 변치 않을 우정을 위하여

기자=
친구로서 서로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요?


이=롱런하는 선수가 됐으면 해요. 짧게 바짝 하는 것보다는 관리 잘하면서 꾸준히 운동을 하면서 후배들의 존경을 받는 선수가 되길 바라죠. 은퇴해서도 야구발전에 도움이 되는 지도자가 됐으면 하는 마음이에요.


김=말 잘한다. 너 뭔가 하겠다.(웃음) 저도 마찬가지에요. 규섭이가 좋은 말 다해서 내가 할말이 없네. 같이 선수생활 하면서 이야기 나누듯이 나중에 서로 지도자가 되어서 이야기를 나눠도 재밌을 것 같아요.


이=훈련 시작하기 전에 애들 데리고 우리 경기 한 번 보러와.


김=그럴까? 어디가 제일 재미있냐? 네가 많이 뛰는 게임을 봐야 하는데.


이=요즘 나 힘들어. 기대하지마라. 하하.(일동 웃음)


김선우는?

▲생년월일=1977년 9월 4일
▲키·몸무게=184cm·87kg(우투우타)
▲출신교=휘문고∼고려대
▲프로 경력=1997∼2002년 보스턴 레드삭스, 2002∼2004년 몬트리올 엑스포스(워싱턴 내셔널스), 2005년 콜로라도 로키스, 2006년 신시내티 레즈, 2007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2008년∼현재 두산 베어스
▲2012시즌 성적=6승9패, 방어율 4.52, 63탈삼진



이규섭은?

▲생년월일=1977년 11월 13일
▲키·몸무게=198cm·97kg
▲출신교=대경상고∼고려대
▲프로 경력=2000년∼현재 삼성
▲국가대표 경력=2002부산아시안게임 금메달, 2010광저우아시안게임 은메달
▲2012∼2013시즌 성적(27일 현재)=24경기 평균 4.92점-2.8리바운드-0.9어시스트


정리|정지욱 기자 stop@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stopwook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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