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우 심장을 단련시킨 외침 “나는 아빠다!”

입력 2013-01-26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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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우가 유일한 단점이던 자신감 부족을 예비 아빠라는 사명감으로 채워 넣고 삼성화재의 리그 1위 질주를 이끌고 있다. 아산|김민성 기자 marinebiy@donga.com 트위터 @bluemarine007

박철우가 유일한 단점이던 자신감 부족을 예비 아빠라는 사명감으로 채워 넣고 삼성화재의 리그 1위 질주를 이끌고 있다. 아산|김민성 기자 marinebiy@donga.com 트위터 @bluemarine007

삼성화재 에이스 강심장 변신 비밀

아내 3월 출산…“책임감이 내 생각 바꿔”
정신력 담금질, 강훈련에도 힘든 줄 몰라
신치용 감독 “너를 믿어라” 강조도 한몫


“자신감을 가져라, 위축되지 마라, 강심장이 되라.”

프로배구 삼성화재 박철우(27·라이트)는 올 시즌 신치용 감독에게 이 같은 얘기를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다. 박철우가 잘 하든 못 하든 신 감독은 경기 뒤 “(박)철우가 더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는 말을 빼놓지 않았다. 박철우는 2008∼2009시즌 후인정(현대캐피탈)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정규리그 MVP에 오른 국내 최고 수준의 공격수다. 그런 그가 매번 ‘기복이 심하다’ ‘자신감이 부족하다’는 말을 들어야한다는 건 고역이었다. 하지만 최근 박철우가 달라졌다. 선두 팀의 주 공격수라는 무겁지만 결코 내려놓을 수 없는 마음의 짐을 기꺼이 짊어지기 시작했다.


○신치용의 전략은 ‘주마가편’

신 감독이 박철우에 대한 질타를 빼놓지 않은 이유는 그가 팀의 중심이 되어야 할 최고 공격수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사위 사랑도 빼놓을 수 없다. 국내 선수 중 둘째가라면 서러운 빠른 스윙 스피드를 가진 박철우에게 기술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더 이상 논할 이유가 없다. 신 감독이 바꿔주고 싶었던 것은 생각의 프레임이다. 신 감독은 “이른바 에이스 혹은 스타라고 불리는 국내 선수들은 외국인 선수에게 볼이 집중되고 상대적으로 자신에게 볼이 오지 않으면 집중력을 잃는다”고 설명했다. 외국인 선수가 없을 때처럼 똑같이 플레이를 해줘야한다는 의미다. 아울러 ‘내가 2등인가’ 하는 자책을 버려야한다고 강조했다. 신 감독은 “자신감을 강조했던 것은 이 때문이다. 자기 기량을 믿고 마음껏 배구를 하면 분명히 지금보다 한 단계 더 올라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철우 “이제 나도 강심장이다”

시즌 초반 경기력에 기복이 있다는 평가를 받았던 박철우는 경기를 거듭할수록 에이스다운 결정력으로 위기의 팀을 구해냈다. 물이 오르면서 공격종합 7위, 득점 8위를 마크했고, 공격성공률도 50%를 넘어섰다. 특히 최근 5경기에서는 평균 15득점을 올리며 주포 역할을 톡톡히 소화하고 있다. 확실히 한 단계 올라선 모양새다.

이런 상승세의 원동력은 무엇일까.

박철우는 “예비 아빠라는 책임감이 모든 생각의 틀을 바꿔놓았다”고 말했다. 아내 신혜인(전 신세계 쿨켓 농구선수)의 출산 예정일은 2012∼2013시즌 V리그 챔피언결정전 3차전이 열리는 3월28일이다. 그는 “강심장이 되려면 강한 정신력이 필요하고, 정신력은 결국 훈련에서 나온다. 훈련 도중 너무나 견디기 힘든 순간이 와도 아내와 곧 태어날 아기를 생각하면 나도 모르게 미소 짓게 된다. 한 번이라도 더 최선을 다해 훈련해야겠다는 마인드가 생겼다. 완전히 다른 세상을 살고 있는 듯한 기분이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후배 지태환(센터)에게 전하는 조언을 빌어 자신이 변화하게 된 계기를 덧붙였다.

그는 “(지)태환이가 최근 기량이 떨어지고 있다는 질책을 많이 받았는데, 사실 동료들이 보기에는 충분히 잘 하고 있었다. 블로킹이라는 것은 한 세트에 1개만 잡아도 잘 하는 건데 태환이는 너무 자책하고 위축되곤 했다. 어쩌면 나도 그랬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자신감이 있는 사람이 강심장이라고 생각한다. 몸이 안 좋아도 좋다고 생각하고, 불안해도 자신 있다고 생각하며 부딪혀 나가려 한다”며 다시 한번 각오를 다졌다.

원성열 기자 seren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sereno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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