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아섭. 스포츠동아DB
그런데 막상 대표팀에 들어온 손아섭은 최대한 말을 아끼고 있습니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항상 웃는 낯으로 유쾌한 입담을 자랑하던 예전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물론 형들의 눈치가 보이는 위치이긴 합니다. 그는 이승엽(삼성), 김태균(한화) 등 쟁쟁한 선수들이 즐비한 대표팀 서열에서 뒤에서 2번째입니다. 행동 하나하나가 조심스럽고 말 한마디, 한마디가 어렵습니다. 그러나 침묵으로 일관하는 이유가 비단 막내이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기회가 왔을 때 힘껏 뛰어오를 수 있게 최대한 웅크리고 있는 겁니다. “대표팀도 처음이고, 제가 보여준 게 아무것도 없지 않습니까. 조용히 있다가 결정적 순간에 존재감을 드러내는 게 제 작전입니다.” 마음가짐도 확실합니다. “전 잃을 게 없으니까 무서울 것도 없죠. 한번 지켜보십시오.”
1∼2회 WBC를 통해 이진영(LG)은 ‘국민우익수’로 거듭났습니다. 그 바통을 이어야 할 주자가 손아섭입니다. 수많은 변수가 있는 단기전, 결과는 뚜껑을 열어봐야 알겠지만 손아섭의 패기 넘치는 눈빛에서 대표팀의 희망을 읽을 수 있습니다.
도류(대만)|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hong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