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우, 데뷔 첫 타석 홈런치고 전력질주…왜?

입력 2013-04-0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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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조성우(오른쪽)가 30일 문학구장에서 펼쳐진 LG와의 개막전에서 1군 데뷔 첫 타석-첫 홈런을 친 뒤 한혁수 3루코치와 기쁨을 나누고 있다. 사진 제공|SK 와이번스

SK 조성우(오른쪽)가 30일 문학구장에서 펼쳐진 LG와의 개막전에서 1군 데뷔 첫 타석-첫 홈런을 친 뒤 한혁수 3루코치와 기쁨을 나누고 있다. 사진 제공|SK 와이번스

개막전 대타출격 넘어간 줄 모르고 뛰어
신고선수 설움 딛고 이만수 감독 눈도장


“준비해라.” SK 이광근 수석코치의 지시에 덕아웃 뒤 통로에서 배트를 돌렸다. 2-2로 맞선 7회말 1사 2루서 마침내 기회가 왔다. 대타로 나가라는 말을 듣고 어안이 벙벙했다. 덕아웃을 벗어나 터벅터벅 홈플레이트 쪽으로 향했다. 그 짧은 거리가 멀게만 느껴졌다. 타석에 들어서니 주변은 진공상태가 됐다. 만원관중의 함성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의 시야에는 오직 투수만이 존재할 뿐. 멋모르고 집중한 사이, 배트에 맞은 공은 좌측 담장을 훌쩍 넘어갔다. 비거리 110m. 주변에선 타구가 날아가는 순간 홈런을 직감했지만, 정작 본인은 전력질주를 하고 있었다.

30일 문학에서 열린 LG와의 개막전에서 ‘신데렐라’로 떠오른 조성우(25·SK) 얘기다. 1군 데뷔 첫 타석에서 홈런을 친 사례는 조성우가 프로 13번째. 그 가운데 또 대타홈런은 그가 4번째다. 2010신인드래프트 8라운드 57번으로 SK 유니폼을 입은 조성우는 한때 ‘평범한’ 수준에도 못 미치는 선수였다. 2군 사령탑으로 조성우를 지켜본 이만수 SK 감독은 “솔직히 당시에는 ‘잘릴’ 것으로 생각했다”고 털어놓았다. 결국 조성우는 신고선수 신분으로 전락하는 아픔을 겪었다. 문득 야구를 그만두고 싶은 순간도 있었지만, 꿈을 방패 삼아 버텼다. 마침내 지난시즌 김용희 2군 감독을 만나 타격폼을 수정하면서 야구인생의 전기를 마련했다. 마무리훈련과 스프링캠프에서 구슬땀을 흘리며 ‘헐크’의 눈도장도 받았다.

화려한 데뷔전을 치른 조성우는 “솔직히 예전에는 친구들이 경기에 나오는 모습을 보면 배가 아프기도 했다. 하지만 개막전이 끝난 뒤에는 그 친구들이 나를 부러워했다. 홈런을 치고 그라운드를 도는데, 꿈만 꾸던 일이 현실이 됐구나 싶더라. 앞으로도 1군에서 계속 뛰는 것이 목표다”고 밝혔다.

문학|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setupman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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