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브레이크] NC에 뺏긴 팬·TV 역습·사라진 뻥야구 ‘사직쇼크’

입력 2013-04-0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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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롯데전은 오랜 라이벌전으로 늘 만원관중을 이루곤 했지만, 5일부터 사직구장에서 펼쳐진 두 팀의 시즌 첫 맞대결에선 유독 빈
 자리가 많이 보였다. 평일인 5일 1만4569명에 이어 일요일인 7일에도 2만명에 못 미치는 1만9616명이 입장해 사직구장 
곳곳이 한산했다. 사직구장에 부는 이상한파는 과연 일시적일까.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KIA-롯데전은 오랜 라이벌전으로 늘 만원관중을 이루곤 했지만, 5일부터 사직구장에서 펼쳐진 두 팀의 시즌 첫 맞대결에선 유독 빈 자리가 많이 보였다. 평일인 5일 1만4569명에 이어 일요일인 7일에도 2만명에 못 미치는 1만9616명이 입장해 사직구장 곳곳이 한산했다. 사직구장에 부는 이상한파는 과연 일시적일까.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 롯데-KIA ‘빅매치’ 불구 관중 2만명도 안되는 까닭

NC 창단 경남팬들 떠나…흥행 큰 타격
쌀쌀한 날씨·주머니 사정 탓 TV로 응원
한방 사라진 팀컬러 관중감소로 이어져

올해 목표도 작년보다 15만명이나 적어


비가 내린 뒤라 그런지 7일 사직구장은 추웠다. 롯데 김시진 감독은 관중 걱정을 슬쩍 내비쳤다. 화창한 일요일이었고, 공동 1위 KIA와의 맞대결이었지만 이날 사직 관중은 또 2만명을 넘지 못했다. 롯데는 한화와의 개막 2연전에서 각각 2만6708명과 1만7828명의 홈 관중을 기록했다. 개막 5연승으로 귀환한 뒤 처음 열린 5일 KIA전은 1만4569명. 그리고 7일 KIA전에도 관중은 1만9616명에 그쳤다. 지난해 같았으면 개막 2연전도, 라이벌 KIA와의 주말 경기도 모두 만석(2만8500석)을 바라볼 수 있었지만, 기대와 어긋났다.


○NC와의 상관관계는?

이쯤 되면 ‘롯데가 NC 창단으로 창원 등 경남 팬들을 잃은 탓이 아닌가?’라는 가설이 떠오른다. 롯데 모 코치는 “옛날에는 (사직) 경기가 끝나면, (구장 인근의) 만덕터널이 꽉 막혔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귀띔했다. 만덕터널은 부산에서 김해나 창원으로 넘어가는 길목이다. 부산 서쪽에서 오는 팬들의 발길이 줄어든 것이 흥행에 타격을 준다는 지적이다.

아주 근거 없는 얘기는 아닐 것이다. 그러나 눈으로 막연히 느끼는 것과 실제는 격차가 있을 수 있다. 실제 롯데가 지난해 비공식적으로 집계한 통계가 있다. 사직구장을 찾는 팬층에 대하 조사한 적이 있다. 창원 등 부산 외곽 지역 팬의 비율이 평일 기준 14% 정도로 나왔다. 주말은 더 적었다. 다시 말해 평일에는 3000명 안팎의 유입효과가 있었지만, 주말에는 부산 팬만으로도 사직구장을 채울 수 있었다는 얘기다.


○NC보다 TV가 더 위협적?

사직구장의 관중 감소 요인은 복합적이다. 날씨 탓도 있고, 경제가 안 좋은 탓도 있다. 관중이 줄어드는 것은 롯데만의 문제도 아니다. 그러나 핵심은 비용 대비 만족도가 떨어지고 있다는 데 있다. 롯데 구단의 한 관계자는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사직 관중 감소는 NC로 팬이 빠져나가서라기보다는, TV 때문인 것 같다.” 지난달 30일 개막전 당일 사직은 유일하게 매진이 안 됐다. 그러나 동시간 시청률 1위는 한화-롯데전이었다. 얇아진 지갑, 공격성을 잃은 롯데 야구, 5년 연속 4강으로 더 이상 가을야구에 목마르지 않은 부산 정서가 겹치며 굳이 사직구장까지 와서 응원할 매력을 잃은 것일까. 다만 관심 자체가 줄어든 것은 아니기에 부산 팬들은 야구장 대신 TV를 대안으로 택했다고 볼 수 있다.


○롯데 야구와 감정이입

부산 팬들은 정서적으로 뜨겁다. 감정표현이 확실하다. 이런 지역성과 소위 그동안 보여줬던 롯데의 ‘뻥 야구’는 딱 들어맞았다. 롯데 야구는 종잡을 수 없고 투박하지만, 화끈한 남성미가 넘쳤다. 그러나 이대호(오릭스), 홍성흔(두산), 김주찬(KIA), 가르시아 등이 팀을 떠나면서 롯데 야구는 ‘투고타저’로 바뀌었다. 계산적이고, 확률적인 야구로 변하면서 안정감을 얻었지만, 부산 팬들의 감정이입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부산 팬들이 야구장에 와야 할 필연성을 못 느끼는 셈이다.

더불어 과거에는 전선이 명확했다. ‘롯데껌 사건’처럼 SK라는 공공의 적이 있어서 롯데 팬들을 결집시켰다. 그러나 이제 더 이상 롯데는 특정팀에 약하지도 않고, 대립각을 세울 테마도 없다. NC가 있지만 그 라이벌 구도는 NC가 원하는 것이지, 롯데가 원하는 것이 아니다.

롯데는 5년 연속 4강을 달성한 건실한 팀이 됐고, 안정적 야구를 구사할수록 롯데 야구 특유의 ‘보는 사람 애간장을 닳게 하는’ 불확실성이 사라지고 있다. 그럴수록 감정이입이 줄어드는 기묘한 역설이 발생하는 것이다. 롯데 내부적으로도 관중 감소를 구조적으로 받아들이는 기류가 읽힌다. 롯데 최하진 사장은 “내가 (구단 실무진에게) 올 시즌 홈 관중 목표를 줄여 잡으려고 했다”고 고백했다. 전년 대비 15만명을 줄여 잡아서 120만명이다. 뒤집어 보면 그 숫자는 꼭 이루겠다는 의지다. 롯데는 “4월부터 5월까지는 관중이 올라갈 것”이라고 기대했다. 지난해 7월 이후 끊어졌던 사직구장의 만원사례가 언제 다시 올까.

사직|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matsri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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