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제4구종 커브 앞세워 ‘괴물 모드’ ON

입력 2013-05-0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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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현진 콜로라도전 ‘삼진쇼’의 비결


삼진 12개 가운데 5개 커브로 잡아내
최고 151km 직구 섞어 완급조절 과시

류현진 “불펜피칭 때 좋았던 공 위주”
골라 던지는 괴물…투구패턴의 진화


LA 다저스 류현진(26)의 애칭은 ‘괴물’이다. 인간의 영역을 넘어선 위력투를 펼치기에 붙은 별명이지만, 스펀지 같은 습득능력에서 또 다른 천재성을 보여준다. 류현진이 한화 입단 직후 구대성에게서 체인지업을 배워 주무기로 삼은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강속구에 체인지업을 장착한 그는 데뷔 첫 해인 2006년 최우수선수(MVP)와 신인왕을 독차지했다. 이런 류현진의 학습능력이 올해 메이저리그에 진출해서도 빛을 발하고 있다. 직구, 체인지업, 슬라이더에 이어 ‘제4구종’인 커브를 앞세워 1일(한국시간) 콜로라도의 강타선을 농락했다. 무려 12개의 삼진을 잡아냈는데, 이 중 5개가 커브로 잡아낸 것이었다.



○4가지 결정구를 가진 투수

류현진은 좌완으로서 시속 140km대 후반∼150km대 초반의 빠른 직구를 던질 수 있는 어깨를 타고 났다. 여기에 한국프로야구를 평정한 주무기 체인지업이 추가됐다. 류현진은 슬라이더와 커브를 던질 줄 알았지만, 굳이 쓸 필요성을 못 느꼈다. 그러나 미국에 가서 류현진은 시즌을 거듭할수록 슬라이더와 커브의 비율을 늘려가며 ‘진화’를 보여주고 있다.

메이저리그 첫 승 경기였던 4월 8일 피츠버그전과 2승 경기였던 4월 14일 애리조나전에서 류현진은 슬라이더를 던져서 재미를 봤다. 특히 애리조나전의 탈삼진 9개 중 4개가 슬라이더에서 나왔다. 그러더니 1일 콜로라도전에선 커브로 또 다시 허를 찔렀다. 류현진이 12개의 삼진을 잡으면서 던진 직구의 최고 구속은 150km, 커브의 최저 구속은 116km였다. 무려 34km에 달하는 완급조절능력을 과시한 것이다. 류현진은 콜로라도전 직후 “경기 전 불펜피칭에서 직구와 커브는 좋았는데 체인지업과 슬라이더가 그다지 좋지 않아서”라고 투구패턴의 이유를 밝혔다. 류현진의 천재적인 적응력을 짐작할 수 있는 단면이다.



○직구 스피드의 증가

또 하나 긍정적인 신호는 류현진이 보여준 직구의 구속이다. 직구 최고 구속이 151km까지 나왔고, 강판 직전까지 146km 이상을 꾸준히 찍었다. 시즌 초반, 한국에서 보여줬던 스피드가 나오지 않아 우려를 자아냈으나 이제 속도를 회복한 모습이다. 누구보다 류현진을 잘 아는 정민철 한화 투수코치는 “류현진은 원래 4월부터 직구 구속이 나오는 투수가 아니다”고 말했다. 날씨가 더워지고 몸이 풀릴수록 스피드가 상승하는 스타일인데, 메이저리그에서도 자기 페이스대로 컨디션을 끌어올려가고 있다는 해석이다. 등판이 거듭될수록 구위의 위력과 자신감을 더해가는 괴물의 삼진쇼가 본격화되고 있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matsri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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