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비 “엄마 뱃속에서부터…나는 모태골퍼”

입력 2013-05-1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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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비가 15일 가족들과 함께 화려한 외출에 나섰다. 경기도 수원의 수원골프장에 모인 가족들이 라운드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인비의 약혼자 남기협, 동생 박인아, 어머니 김성자, 박인비, 아버지 박건규, 할아버지 박병준 씨. 수원|주영로 기자

■ 세계 1위 박인비 가족 ‘골프 나들이’

가족 모두가 골프 좋아해 자연스레 시작
아빠 엄마 스포츠 부부…운동신경 유전?

랭킹 1위 방어…최선 다하는 방법 밖에
사인·사진요청 쇄도…유명해진 것 느껴

목표는 올림픽 금메달…이후 명예 은퇴?
약혼자 남기협 씨와 내년말 쯤 결혼 계획


여자골프 세계랭킹 1위 박인비(25·KB금융그룹)가 화려한 외출에 나섰다.

박인비는 15일 할아버지와 아버지, 어머니, 여동생 그리고 약혼자까지 동반하고 경기도 수원의 수원골프장을 찾았다. 휴식기를 맞아 가족과 함께 즐거운 라운드에 나선 박인비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


○박인비의 골프는 ‘모태골프’

“이렇게 가족이 모여 골프를 하는 게 오랜만이네요. 예전에는 이런 기회가 많았는데. 오늘은 저와 작은딸, 인비와 할아버지가 같은 편이에요. 가족이라고 봐줄 수는 없어요.”

부친 박건규(52) 씨는 큰딸과의 라운드가 기분 좋은지 연신 너털웃음을 지으며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박인비는 초등학교 4학년 말 골프를 시작했다. 골프라면 만사를 젖혀둘 만큼 좋아했던 부모의 영향을 받았다.

“3개월 만에 첫 대회에 나갔는데 126타를 치더라고요. 산속으로 공이 들어갔는데 몇 번이나 나무를 맞힌 끝에 겨우 빠져나오더군요. 소질이 없는 줄 알았는데 1년 만에 입상을 했어요.”

어머니 김성자(50) 씨는 박인비의 어린 시절을 이렇게 기억했다.

박인비는 초등학교 때부터 이름을 날렸다. 최나연, 김인경, 오지영 등 88년생 동기들과 함께 ‘세리키즈’의 대표주자로 불렸다. 이 모든 게 부모님의 든든한 후원 덕분이었다.

김 씨는 “할아버지, 아빠 그리고 저까지 가족 모두 골프를 좋아했어요. 그래서 가족끼리 라운드하는 날이 많았죠. 그 덕분에 인비가 골프의 재미를 많이 느낀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박인비도 어린시절 부모님과 함께 했던 라운드의 추억이 떠올랐는지 “그때는 제가 아빠한테 배우는 게 많았죠. 그런데 지금은 안 그래요. 이제는 제가 가르쳐드려요”라며 활짝 웃었다.

한 가지 새로운 사실도 밝혀졌다. 박인비가 처음 골프채를 잡은 건 초등학교 4학년 때지만 알고 보니 엄마 뱃속에서부터 골프와 친해져 있었다.

김 씨는 “가족이 모두 골프에 푹 빠져있었죠. 인비를 임신하고도 계속 골프를 쳤으니까요. 제 기억엔 7개월째까지 골프를 쳤던 것 같아요”라며 비밀을 공개했다.

박인비의 스윙을 뜯어보면 기술에 의존하기보다 감각이 좋다는 느낌을 받는다. 이 역시 부모에게 물려받았다.

김 씨는 “우리 부부는 대학 산악부에서 만나게 됐어요. 암벽 등반을 좋아했죠. 함께 히말라야 등반까지 했을 정도니까요. 등산 말고도 테니스, 수영 등 안 해본 운동이 없어요. 아빠는 젊었을 때 접영으로 수영장을 10∼20번씩 왕복할 정도였어요. 그런 운동신경이 그대로 인비에게 전해진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1위 등극하던 날 기분 좋은 파티

4월 15일. 박인비에겐 영원히 잊을 수 없는 날이다. 처음으로 여자골프 세계랭킹 1위에 올랐다.

박인비는 “나비스코 챔피언십 우승 뒤 가족들과 함께 하와이에 있었어요. 그리고 세계랭킹 1위가 됐다는 소식을 듣게 됐죠. 정말 기뻤어요. 그날 (유)소연이네 가족과 함께 1위 축하 파티를 했어요.”

하와이에서의 파티는 영원히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아 있다.

이제 그는 1위 방어에 나섰다. 4주째 정상을 지키고 있지만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도처에서 그녀의 자리를 노리고 있어 매주 살얼음 경쟁을 펼칠 수밖에 없다.

“1위는 지키고 싶다고 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워낙 점수차도 크지 않으니 언제 뒤집어질지 모르죠. 또 제가 다른 선수들의 우승을 하지 못하게 할 수도 없고요. 저 역시 최선을 다하는 방법 밖에는 없는 것 같아요.”

1위 방어가 쉽지 않을 것 같다며 엄살(?)을 부렸지만 그는 오랫동안 지존의 자리를 지킬 확실한 방법을 알고 있었다.

“진짜 강자는 기복이 없는 선수죠. 한두 번 우승하고 부진한 것보다 꾸준하게 2∼3위, 또는 톱10에 드는 선수가 더 위협적인 것 같아요. 그런 선수들은 승부처에서도 긴장을 이겨내는 방법을 알고 있거든요.”

박인비의 지난 1년 간 성적을 보면 진짜 강자가 따로 없다. 그는 우승 다섯 차례, 준우승은 여섯 차례나 기록했다. 여제가 되기에 충분한 성적이다.

세계랭킹 1위는 박인비에게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무엇보다 팬들의 관심이 커졌다.

“가장 큰 변화라고 하면 많은 분들이 알아봐주시네요. 그동안 한국선수들이 많이 활동하다보니 제가 누군지 잘 모르는 분들이 많았죠. 그런데 이제는 제 이름을 기억하고 저를 응원해주시는 미국팬들도 많아졌어요. 앞으로는 할일도 더 많아질 것 같아요.”

이날 골프장에서도 박인비를 알아본 팬들의 사인 요청과 사진 촬영이 쇄도했다. 그는 한 번도 거절하지 않고 일일이 사인해주며 미소를 잃지 않았다. 어느덧 1인자의 여유가 묻어나고 있었다.

박인비의 시계바늘은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맞춰져 있다. 그는 “올림픽에 나가서 금메달을 따는 게 목표에요. 그런 다음 골프를 계속할 것인지 명예롭게 은퇴할 것인지 생각해봐야 할 것 같아요”라며 확실한 목표를 밝혔다.

박인비는 선수 생활을 오래할 것 같지는 않다고 했다. “10년 정도는 더 할 것 아니냐”는 질문에 “그렇게 길게 할 수 있을까요?”라며 멋쩍게 웃었다.


○“결혼 생각하면 즐거워요”

“예쁜 집 사서 내 마음대로 꾸며보고도 싶고 하지만 아직은….”

박인비는 가끔씩 결혼생활을 상상한다. 이유가 있다. 결혼이 조금씩 현실로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박인비는 지난해 프로골퍼 출신의 남기협 씨와 약혼했다. 지금은 함께 투어 생활을 하며 공식커플이 됐다. 성적도 좋아지면서 동료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부모님께 하지 못하는 얘기도 다 털어 놓을 수 있고, 오빠가 있어 좋은 게 많아요”라는 박인비는 “투어를 하다보면 항상 긴장된 상태에서 생활해야 하고, 누군가와 싸워야 되기 때문에 스트레스 받는 일이 많아요. 그럴 때 가끔씩 투정을 부리기도 하는데 오빠는 아무 말없이 다 받아주면서 제 마음을 편하게 해주죠. 그것만으로도 저는 큰 힘을 얻어요”라며 약혼자에 대한 무한신뢰를 보였다.

이날은 가족 행사였지만 예비사위 남 씨도 기꺼이 동행했다. 박인비의 곁을 따라다니며 말동무가 되고 스윙도 봐주면서 한시도 떨어지지 않았다. 박인비는 그렇게 늘 자신의 뒤에서 힘이 되어주는 약혼자에 대한 고마움을 잊지 않았다. 두 사람은 내년 연말 쯤 결혼할 계획이다.

수원|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na18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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