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MS)가 XBOX360의 뒤를 잇는 차세대 게임기 ‘XBOX 원(One)’을 21일(현지시각) 공개했다. XBOX 원은 단순히 게임기의 역할만 하지 않는다. 사용자의 거실을 장악하기 위한 MS의 첨병이기 때문이다.
MS는 XBOX 원으로 사용자를 사로잡기 위해 다양한 콘텐츠를제공할 계획이다. 자사의 게임 프렌차이즈‘헤일로(HALO)’를 드라마로 제작해 독점 공급하고, 북미 미식축구 리그 NFL의 경기를 감상할 수 있도록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했다. 물론 기존 XBOX360 시절 확보한 주문형 비디오(VOD) 서비스 넷플릭스, 훌루, 준(ZUNE)비디오도 함께 제공한다. 또한스카이프, 유튜브, 페이스북 등을 활용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앱)을 내장했다.
한데 자세히 살펴보면 어디서 많이 본 서비스 같다. 사용자 취향에 맞는 다양한 비디오, 오디오, 앱, 게임 등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국내 이동통신사가 제공하는 IPTV, 제조사가 제공하는 스마트TV가 연상된다.
MS는 어째서 게임기에 IPTV, 스마트TV와 유사한 서비스를 추가한 걸까. 그 결정 이면에 숨어있는 IT업체의 ‘거실 장악 프로젝트’를 풀어본다.
핵심은 거실, 그 중에서도 TV
거실에서 가장 존재감 있는 제품은 뭘까. 누가 뭐래도 TV다. 모바일 광고 전문업체 인모비에 따르면 작년 국내 여가시간 소비행태는 PC 사용(33%), 스마트폰&태블릿PC 사용(26%), TV 시청(25%) 순이다. PC, 스마트폰, 태블릿PC 등 수많은 경쟁자가 등장했음에도, TV의 자리는 아직 굳건한 셈.
이러한 TV도 시대의 흐름에 맞춰 변하고 있다. 예전에는 지상파, 케이블 방송국에서 송출하는 콘텐츠를 일방적으로 수신했다면, 이제는 사용자의 취향에 맞춰 영화, 드라마, 뉴스 등 다양한 콘텐츠를 골라볼 수 있게 됐다. 또한 쇼핑, 웹 서핑, 음악 감상, 앱 실행 등 예전에는 PC로만 할 수 있었던 일을 TV로도 할 수 있게 됐다. 콘텐츠 소비를 위한 기기였던 TV가 한층 더 소비에 최적화된 기기로 재탄생 한 셈.
콘텐츠 감상, 쇼핑, 웹 서핑, 애플리케이션 등을 즐기려면 사용자는 무엇을 해야 할까? 지갑을 열어야 한다. 기업의 입장에선 돈이 된다는 뜻이다.
과거에는 이러한 이득을 지상파, 케이블 방송국이 독점했다. (방송을 보면서 돈을 낸 적이 없다고 반문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일방적인 콘텐츠 송출 가운데 광고가 섞여있는 점을 감안하기 바란다) 그러나 콘텐츠 소비의 형태가 ‘일방적인 전달’에서 ‘사용자의 선택’으로 바뀜에 따라 지상파, 케이블 방송국의 자리가 흔들리고 있다. 사용자에게 콘텐츠를 무료로 제공하고 광고로 이득을 보던 기존 방식 대신 콘텐츠는 유료지만 광고를 배제하는 주문형 콘텐츠(Contents on Demand)가 주목 받고 있다는 의미다. 이를 정보에 민감한 IT 기업들이 예의주시하고 있다.
누가 TV를 노리나?
왜 TV를 노리는지 파악했으니, 이제 누가 TV를 원하는지 알아볼 차례다. TV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IT 업체는 ‘이동통신사’, ‘TV 제조사’, ‘게임기 제조사’, ‘모바일 운영체제 개발사’ 등 네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이동통신사의 첨병은 ‘IPTV’다. 사용자의 거실에 셋톱박스를 배치하고,이를 통해 콘텐츠를 공급한다. KT의 올레 TV, LG유플러스의 U+ G TV, SK브로드밴드의 SK B TV 등이 그 사례다. 미국의 버라이즌, AT&T도 이와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국내의 경우 난시청 지역이 많은 만큼 지상파, 케이블 TV 송신을 내세우며 IPTV 보급을 가속화하고 있다. 셋톱박스의 성능이 어지간한 PC못지않아 웹 서핑, 앱 실행 등을 원활히 할 수 있는 점도 장점이다. 다만 IPTV를 이용하려면 지속적인 추가 비용이 필요하다.
TV 제조사는 ‘스마트TV’를 내세우며,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삼성전자, LG전자는 2~3년 전부터 스마트TV를 자사의 주력 상품으로 밀고 있다.
스마트TV는 별도의 추가비용 없이 제품을 구매하고 인터넷만 연결하면 콘텐츠를 감상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다만 일반적으로 다른 방식에 비해 성능이 떨어진다. 웹 서핑, 앱 실행 등이 쾌적하지 못하다는 뜻. 또한 교체가 용이해 성능 강화가 쉬운 셋톱박스와 달리 TV를 통째로 바꿔야 하기에 성능 강화가 쉽지 않다. 삼성전자의 경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교체형 스마트TV에볼루션킷(Evolution Kit)을 선보이기도 했다.
게임기 제조사는 이름 그대로 ‘게임기’를판매하고, 여기에 콘텐츠를 함께 제공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XBOX,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 등이 이에 해당한다.
게임기는 게임이라는 막강한 킬러 콘텐츠를 장악한 점이 강점이다. 게임으로 사용자의 TV와 거실을 장악하고 주문형 비디오, 음악, 앱 등을 판매해 부가 수입을 올린다. 다만 초기투자 비용이 상당한 점(게임기 본체가 상당히 비싸다는 의미다), 국내의 경우 게임기에대한 인식이 그다지 좋지 않은 점 등이 보급을 가로막고 있다.
모바일 운영체제 개발사는 사례로 애플의 애플TV, 구글의구글TV, 넥서스Q 등을 들 수 있는데, 정체성이 조금 애매모호하다. 애플TV의 경우 기본 개념은 IPTV와 유사하다. 셋톱박스에 해당하는 애플TV를 거실에 배치하고 아이튠즈를 통해 콘텐츠를 공급한다. 여기에 아이폰, 아이패드의 콘텐츠를 TV로 송신하는 중계기 역할을 겸한다.
구글TV는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내장한 셋톱박스, 스마트TV를 사용자의 거실에 보급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구글은 이동통신사, TV 제조사와 손잡았다. 넥서스Q는 애플TV와 유사한 제품이다. 넥서스Q를 거실에 배치하고 구글플레이 스토어를 통해 콘텐츠를 공급한다. 또한 안드로이드스마트폰, 태블릿PC 내의 콘텐츠를 TV로 출력하는 기능을 갖췄다.
구글TV의 경우 국내사용자는 LG유플러스를 통해 접할 수 있다. 다만 애플TV와 넥서스Q는 먼 나라 이야기다. 미국 외 국가에선 제대로 활용할 수 없는 제품이다. 게다가 넥서스Q는 출시조차 보류됐다.
글 /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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