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플러스] NC 이재학의 ‘마구’ 서클체인지업은 어떻게 탄생했나?

입력 2013-06-0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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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이재학. 스포츠동아DB

NC 이재학(23)은 ‘공룡군단’의 명실상부한 토종에이스다. 30일 마산 넥센전에서 6.2이닝 1실점으로 시즌 4승째(1패)를 거뒀고, 방어율도 2.85까지 낮췄다. 그는 2010년 신인드래프트에서 두산에 2라운드로 지명돼 입단했지만,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다. 2011년에는 팔꿈치 부상을 당해 1년간 재활에만 매달려야 했다. 그러나 2011년 말 2차 드래프트를 통해 유니폼을 갈아입자마자 ‘미운 오리새끼’는 ‘백조’가 됐다. 지난해 퓨처스리그에서 투수 트리플 크라운(다승·방어율·탈삼진)을 달성하더니, 올해 1군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이재학이 호투를 이어가는 데는 결정구인 서클체인지업이 단단히 한 몫을 하고 있다. 정상급 타자들마저도 깜빡 속게 만드는 ‘이재학표 서클체인지업’은 어떻게 탄생했을까.


● 삼성 권오준의 그립을 사진으로 보고 배우다!

이재학이 서클체인지업을 본격적으로 연마한 것은 대구고 재학 때였다. 당시 투수코치는 “사이드암은 반드시 우타자 몸쪽으로 떨어지는 볼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고, 이재학은 서클체인지업을 택했다. 실제 사이드암 투수는 투구할 때 구종이 쉽게 노출되는 단점을 지니고 있고, 상대를 윽박지르기보다는 제구력으로 승부하는 경우가 많아 직구나 횡으로 휘는 슬라이더만으로는 1군 무대에서 살아남기 어렵다. 특히 국내 타자들은 콘택트 능력이 뛰어나 싱킹패스트볼(싱커·투심패스트볼 계열)이나 체인지업 등 떨어지는 구종이 절실하다. 롯데 마무리 김성배도 두산 시절 체인지업을 장착한 뒤로 공의 위력이 배가됐다.

이재학은 체인지업의 그립을 누구에게 따로 전수 받지 않았다. 그는 “권오준 선배님(삼성)의 서클체인지업 그립이 찍힌 사진을 보고 따라서 던지기 시작했다”며 “이 구종을 결정구로 만들기 위해서 고등학교 때 정말 많이 던졌다”고 귀띔했다.


● 나에게 최고의 공은 자신감

이재학이 서클체인지업을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까지는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다. 특히 프로 입단 후 그립에 변화를 주면서 위력적인 공을 구사하지 못했다. 물론 당시는 “투구 밸런스가 무너져서 체인지업뿐 아니라 뭘 던져도 안 좋았던” 암흑기였지만, 고교 시절 갈고 닦은 주무기가 한순간에 사라진 것 같아 상심이 컸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다. NC로 이적한 뒤 투수코치와 상의해 고교 때 던졌던 ‘권오준표 체인지업’ 그립으로 다시 공을 던지기 시작했고, 거짓말처럼 공의 움직임이 살아났다.

직구처럼 날아오다 스트라이크존에서 뚝 떨어지는 이재학의 체인지업에 1군 타자들의 방망이는 허공을 가르기 일쑤다. NC 김경문 감독도 “나도 (이)재학이 체인지업이 이렇게 좋은지 처음 알았다”고 인정할 정도로 매력적인 구종이다. 그러나 이재학은 고개를 저었다. 그는 “아직 시즌 초반이고 앞으로 더 잘 던져야 한다”고 긴장의 고삐를 조이고는 “지금 내 최고의 무기는 자신감인 것 같다. 사실 스프링캠프 때나 시범경기 때 컨디션이 좋지 않아서 나에 대한 믿음이 없었는데, 감독님이 끝까지 믿어주셨고, 계속 경기에 나가면서 내 공에 대한 확신이 생겼다”며 활짝 웃었다.

대전|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hong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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