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니맨’ 조영훈, ‘기회의 땅’ NC서 꽃피우다

입력 2013-06-0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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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조영훈. 스포츠동아DB

NC 김경문 감독은 칭찬을 많이 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아직 가진 것보다 가져야할 게 많은 신생팀이라 더더욱 그렇다. 그러나 요즘 조영훈(31)을 보고 있노라면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나성범, 모창민에 이어 타선의 세 번째 퍼즐이라고 생각했던 조영훈이 점점 살아나고 있기 때문이다.

조영훈의 4월 타율은 0.286에 불과했다. 타점도 4개. 주로 1루수로 출장했는데 결정적인 실책을 범했다. 그러나 5월 들어 180도로 바뀌었다. 한 달간 타율 0.377의 맹타를 휘두르고 있고, 타점도 14개나 올렸다. 보이는 수치뿐 아니라 영양가도 높았다. 22일 문학 SK전에서는 마수걸이 홈런포를 쏘아 올리며 연패 탈출의 견인차 역할을 하는 등 필요할 때 점수를 뽑아주고 있다. 31일 대전 한화전에서도 3회까지 노히트 피칭을 이어가던 상대선발 대나 이브랜드를 상대로 4회 2사 2루서 좌익수 앞에 떨어지는 선제 1타점 적시타를 때려냈다. 이 점수는 이날 승리를 결정짓는 결승타점이 됐다. 5-0으로 앞선 7회에도 조영훈의 방망이는 날카롭게 돌았다. 2사 만루 찬스를 놓치지 않고 2타점짜리 우전적시타를 치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4타수 2안타 1볼넷 1득점 3타점의 맹활약. 이날 중심타선(5번)에 배치돼 만점활약을 펼친 조영훈 덕분에 NC는 한화를 7-2로 누르고 기분 좋은 승리를 일궈냈다.

조영훈은 삼성 시절 ‘포스트 이승엽’이라고 불릴 정도로 기대를 모았던 유망주다. 그러나 같은 포지션에 이승엽, 채태인 같은 쟁쟁한 선수들이 즐비했고, 결국 주전경쟁에서 밀려 대수비나 대타로 경기에 나서야했다. 지난해 KIA로 트레이드되며 도약을 노렸지만 이 역시 실패. 시즌이 끝난 뒤 보호선수 명단 20인 안에 이름을 올리지 못하면서 특별지명으로 NC 유니폼을 입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그래도 묵묵히 기량을 갈고닦았다. 실제 가장 먼저 구장에 나오고 가장 늦게까지 훈련하는 노력파였고, KIA 선동열 감독도 삼성 사령탑 시절 “참 열심히 훈련하는 친구”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흘린 땀은 배신하지 않는다고 했다. 1년 사이 유니폼을 2번 갈아입는 끝에 ‘기회의 땅’ NC에서 잠재력을 터트렸다. 이날까지 시즌 타율을 0.333(132타수 44안타)을 끌어올리며 팀내 타격 1위를 달리고 있다. 타격왕 싸움을 할 만큼 좋은 페이스다.

조영훈은 경기 후 “우리 팀이 한화전에 역전패가 많아서 오늘 꼭 이기고 싶었다. 초반부터 집중해서 대량 득점한 게 이길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며 “오늘 대학(건국대→삼성) 때부터 친한 후배인 (김)종호의 생일인데 좋은 선물을 주게 돼 기쁘다”고 소감을 전했다.

대전|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hong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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