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륜스타 강추! 자전거라이딩 명소] 고갯길 사투도 뒷전…청평호 풍광에 넋을 잃다

입력 2013-06-0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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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평일주 코스는 네 개의 고개를 오르내려야 하는 만만치 않은 난이도를 가졌지만, 청평호의 눈부신 풍광이 그런 어려움을 보상해 준다. 호반 주위 곳곳에 있는 카페에서 즐기는 차 한 잔의 여유도 이 코스에서 빼놓을 수 없다. 프랑스 문화마을 ‘쁘띠 프랑스’에선 이국적 정취를 느낄 수 있다.(위쪽부터 시계방향) 사진제공 I 경륜위너스

■ 공민우가 추천하는 ‘가평일주 코스’

청정 숲·청평호가 눈부신 약 45km 코스
오르막 내리막의 연속…중급자 이상 추천


청평호 카페서 마시는 커피 한 잔은 꿀맛
46번 국도 들어서면 차가 많아지니 주의

“가평 코스는 내게 힐링 코스예요. 고등학교 때 도로훈련을 했던 곳이라 곳곳에 추억이 새겨져 있죠. 요즘도 슬럼프를 겪을 때는 머리 식히러 이곳으로 옵니다. 사이클 선수나 동호인에게는 ‘대통령기 가평투어 전국 도로사이클’ 대회 코스로 유명하죠. 푸른 숲과 시원한 청평호를 끼고 달리는 라이딩도 재미있고, 청평호 주변 카페에 들러 호수를 바라보며 마시는 커피 맛도 끝내줍니다.” (경륜선수 공민우)


● 생애 첫 라이딩을 떠올리다

누군가 내 이름을 불렀다. 살짝 고개를 돌렸다. 같은 마을의 형이 멀찍이 떨어져 손을 흔들고 있었다. 조금 전까지 내 자전거 뒤를 잡고 있던 형이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형은 내 자전거에서 손을 뗐고, 나는 도움 없이 혼자 달리고 있었다. 내 생애 첫 자립질주였다.

30여년 전 초등학교 3학년 때 기자는 그렇게 자전거 타는 법을 배웠다. 아래 페달에 발이 닿지 않아 페달 한 바퀴를 돌리려면 두 번에 나누어야 했던 때였다. 중심을 잃지 않도록 뒤를 잡아주는 그 형이 없었다면 자전거 위에 오를 용기도 낼 수 없었을 것이다.

가평일주 코스는 그런 유년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게 했다. 네 개의 ‘깔딱 고개’와의 사투, 경적을 울리며 앞질러 가는 자동차, 갑자기 나타나 짖는 개….

3시간여의 라이딩 동안 여러 차례 아찔한 낙차 위기를 만났다. 그때 마다 누군가 내 뒤를 단단히 붙잡아 주는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린 시절 그 형처럼.


● “중급 이상 라이더만 도전하세요”

‘가평 일주 코스’는 이름처럼 경기도 가평군 일원을 한바퀴 도는 약 45km 코스다. 가평오거리에서 출발해 75번 국도를 따라 청평댐까지 간 뒤 46번 국도를 타고 돌아온다.

‘수도권의 허파’로 불리는 가평의 청정 숲과 청평호의 눈부신 풍광을 즐길 수 있어 동호인들이 많이 찾는다. 하지만 초보 라이더에게는 호락호락하지 않은 길이다. 거리는 길지 않지만 급경사의 오르막과 내리막이 이어지는 난이도가 제법 되는 코스다.

완주를 위해선 오르막에서 ‘끌바’(‘자전거에서 내려 끌고간다’는 뜻의 라이더 은어)를 감수하며 체력을 안배해야 한다. 내리막에서는 속도 조절과 주행 기술도 필요하다.

의욕만 앞섰던 라이더 몇 명이 고갯길에서 체력이 고갈되어 트럭 ‘히치하이킹’으로 귀환하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이 코스를 추천한 공민우(33·가평팀) 선수는 “꾸준히 체계적인 훈련을 한 고교 및 실업 사이클 선수들이 기량을 겨루는 코스다. 만만하게 보고 덤비면 낭패를 겪을 수 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자전거길이 없어 줄곧 차도를 달리는 것도 초보 라이더에겐 부담이다. 반면 중급 이상의 동호인들에게는 라이딩 실력을 테스트해 볼 기회다.



● 오르락 내리락…천국과 지옥을 오가다

일단 가평 오거리에서 출발해 이화리 고개까지는 ‘워밍업’ 코스이다. 평탄한 시골길을 달리다 코너를 돌 때 튀어나온 돌멩이만 주의하면 된다.

이화리 삼거리에서 최대 난관은 오르막이 아닌 동네 개들(?)이었다. 풀어진 개들이 갑자기 튀어나와 낯선 방문객을 향해 달려든다. 놀란 가슴을 달래며 첫 고갯길을 오른다.

‘중간말 버스정류장’을 지나면 다시 한적한 도로가 나타난다. 길가 밭에는 고추, 깻잎이 초록으로 눈부시다. 그런데 그 생명력을 느낄 새도 없이 오르막이 나타난다. 기어를 낮춰 힘을 잘게 분산해서 페달을 밟아야 ‘갈치고개’를 넘을 수 있다.

프랑스 문화마을 ‘쁘띠 프랑스’를 지나자 뱀처럼 휘어진 8km 내리막길이 청평호를 따라 이어진다. 내리막길이 끝나는 곳에 청평댐이 있다.

‘경춘국도’로 불리는 46번 국도에 들어서면 차가 많아지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에덴휴게실’을 지나자 가평 일주의 마지막 난관인 ‘빗고개’가 기다리고 있다.

비축해 둔 체력을 쏟아 부어야 할 때다. 공민우 선수가 “대통령기 사이클 대회에서 선수들의 순위가 가장 많이 바뀌는 곳”이라고 알려줬던 그 곳이다.

빗고개를 넘어 출발지이자 도착지인 가평 오거리에 도착할 때까지는 가급적 안전한 갓길로 주행하는 게 좋다. 가평일주 코스는 라이더에게 잠깐의 방심도 허락 않는다.

가평|김재학 기자 ajapt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ajap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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