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대표팀 전세기 분위기] 굳은 얼굴·적막한 게이트…태극전사, 아무도 웃지 못했다

입력 2013-06-0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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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희 감독·선수 공항 인터뷰 전면취소

숨소리조차 편히 내실 수 없는 깊은 적막감이 흘렀다.

김치우는 레바논전에서 종료 직전 프리킥 골을 터뜨렸지만 세리머니를 생략했다. 승리를 당연하게 여겼던 터라 극적인 동점골에도 기뻐할 수 없었다. 선수들의 표정은 일그러졌고 모두 머리를 숙였다. 손흥민은 해맑은 얼굴을 잔뜩 찌푸렸다.

선수들은 5일 오전 1시50분(현지시간) 전세기 항공편을 이용하기 위해 공항으로 이동했다. 이동하는 10분 남짓한 시간, 그리고 탑승 수속을 밟는 공항에서도 말 한마디가 없었다. 활발한 움직임에도 단 1골을 넣지 못했던 이동국과 이청용은 더욱 침울했다.

같은 시각 누리집 공간에서는 대표팀 경기력에 거센 성토가 이어졌다. 부진했던 경기와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짐작했기 때문일까. 선수들은 모두 말을 삼갔다. 라운지에서 조용하게 휴식을 취한 후 비행기 탑승을 위해 게이트 가까이 향했다. 환한 면세점의 조명과는 달리 굳은 얼굴로 그 공간을 지나쳤다. 게이트 앞에 자리를 튼 선수들은 음악을 듣고 먼 산을 바라보면서 소일거리를 했다. 베테랑 김남일, 이동국, 김치우 등은 취재진이 모여 있던 게이트 근처 카페 뒤편에 자리를 잡고 굳은 표정으로 있었다. 이동국은 심각한 얼굴로 핸드폰을 들여다봤고, 김남일과 김치우는 별다른 행동 없이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는 것 같았다. 베이루트 공항에서 진행하기로 했던 최강희 감독과 선수 인터뷰는 전면 취소됐다. 그럴 만한 상황이 아니었다. 깊은 침묵. 선수들도 스태프도 말이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기내식이 제공될 때에만 잠깐의 인기척이 느껴졌다.

어둡던 표정이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하면서 조금씩 풀렸다. 선수들도 기분을 털고 하나 둘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정몽규 회장은 선수들에게 실망할 것 없이 끝까지 좋은 모습을 보여 달라고 당부했다. 정 회장은 후임 감독을 묻는 질문에 “아직 월드컵 최종예선이 진행 중이다. 일정이 모두 끝난 뒤 최 감독과 면담을 해서 결정 하겠다”고 말했다.

베이루트(레바논)·인천국제공항|박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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