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는 눈이다!] 0.1초의 비밀

입력 2013-06-0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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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김태균. 스포츠동아DB

■ 스포츠동아·한국체육과학연구원 공동기획 ‘과학으로 본 야구’

타격의 기본은 공을 정확하고 강하게 치는 것. 그러나 그에 앞서 타자에게 요구되는 것은 공을 정확히 골라내는 능력이다. 바로 ‘선구안’이다. 눈이 좋아야 야구도 잘 할 수 있는 것이다. 선구안은 무엇이며, 한국프로야구에서 최고의 선구안을 가진 타자는 누구일까.


안타칠 수 있는 공 즉각 식별하는 능력
150km 강속구일땐 0.3초만에 홈 통과
0.1초 보고 0.1초 판단…0.1초에 타격
최고 선구안 김태균, 전설 장효조에 도전



● 좋은 눈에서 좋은 타격이 나온다!

‘선구안(選球眼)’은 영어로 ‘배팅 아이(batting eye)’라고 하는데, 일반적 시력과 배팅 아이는 다르다. ‘정지시력(停止視力)’보다는 동체시력(動體視力)과 더 밀접한데, 크게는 투수의 투구를 순간적으로 보고 볼과 스트라이크를 구별해내는 능력을 말한다.

그러나 더 깊이 보면 타자 스스로 안타를 만들어낼 수 있는 공과 그렇지 못한 공을 순간적으로 식별해내는 능력을 일컫는다. 개인의 타격 스타일에 따라 볼도 안타를 생산하기 좋은 코스와 구종이 있고, 스트라이크도 확률이 떨어지는 코스와 구종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체육과학연구원 성봉주 스포츠과학산업연구실장은 “잘 치기 위한 타격능력은 시각행동과도 연관이 깊다”면서 “시각적으로 투수가 던진 공을 잘 판단해 휘두를 것인지, 아니면 그냥 있을 것인지를 판단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눈과 소리에 의한 인간의 반응능력은 0.1초∼0.3초가 걸린다”고 설명했다. 투수판에서 홈플레이트까지는 18.44m. 투수가 던진 시속 150km의 강속구는 약 0.3초 만에 홈플레이트를 통과한다. 쉽게 말해 0.1초간 보고, 0.1초간 판단하고, 0.1초간 타격을 통해 안타와 홈런을 만들어야 한다. 반대로 잘못 보고, 잘못 판단하면 안타와 홈런을 만들기 어렵다. 타격의 첫 작업인 보는 일은 그래서 더욱 중요하다.


● ‘선구안의 전설’ 장효조 양준혁, 전설에 도전하는 김태균


한국프로야구 사상 최고의 선구안을 가진 타자로는 고 장효조와 양준혁이라는 데 이견을 달 야구인은 없다. ‘타격의 달인’ 장효조는 통산 0.331의 타율과 0.427의 출루율을 기록했다. 3000타수 이상을 기록한 타자 중 타율 1위와 출루율 1위에 올라있다. “장효조가 치지 않으면 볼이다”는 말이 있었을 정도로 그는 탁월한 선구안을 자랑했다. 선구안과 밀접한 연관성이 있는 ‘볼넷/삼진’ 비율 역시 1.75로 역대 1위다. 그는 통산 506개의 볼넷을 얻으면서 삼진은 289개밖에 당하지 않았다. 1983년 39개의 삼진을 당한 것이 개인의 한 시즌 최다 삼진 기록이었다. 양준혁은 통산 타율(0.3161)과 통산 출루율(0.421) 부문에서 장효조에 이어 역대 2위에 올라 있다. 역대 타자 중 가장 많은 1278개의 볼넷을 골라냈으며 통산 볼넷/삼진 비율도 1.40으로 장효조에 이어 2위다.

장효조와 양준혁의 뒤를 이을 만한 현역 타자로는 단연 김태균(한화)이 꼽힌다. 6일까지 통산 타율 0.3159로 역대 3위다. 양준혁에 2모 가량 뒤져있다. 지난달 31일 연속경기 출루 행진이 52경기에서 끝났지만, 통산 출루율 역시 0.419로 양준혁을 2리차로 바짝 뒤쫓고 있다. 역대 3위이자 현역 1위의 기록이다.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keystone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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