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 한. 애리조나 주립대 제공

코리 한. 애리조나 주립대 제공


[동아닷컴]

지난 9일(한국시간) 2013년 메이저리그 신인드래프트가 막을 내렸다.

올 해는 예년과 달리 특별히 주목할 만한 대어급 선수는 없었다. 하지만 사이영상 수상자인 저스틴 벌랜더(디트로이트)의 동생 벤 벌랜더를 포함, 전현직 메이저리거의 2세나 친인척 선수들이 대거 지명되는 화제를 낳았다.

특히 애리조나는 34라운드에서 하반신 불구의 장애인 선수 코리 한(22)을 지명해 주위를 깜짝 놀라게 했다. 하지만 이내 그의 지명과 관련된 배경이 알려져 수 많은 야구팬들은 물론 미 국민들의 아낌없는 박수채를 받고 있다.

캘리포니아 출신인 한은 어려서부터 공부와 야구 모두 잘했다. 고교시절에는 야구부 주장도 맡았다. 투타를 병행했던 그의 고교시절 성적은 타율 0.411에 14승 1패. 18세 이하 미국 청소년대표로 뽑혀 세계대회에서 금메달도 획득했고 캘리포니아 주 미스터베이스볼에 선정되기도 했다.

한은 지난 2010년 메이저리그 신인드래프트 26라운드에서 샌디에이고에 지명됐지만 평소 학업을 우선시 했던 그는 안드레 이디어(32·LA 다저스) 등을 배출한 야구명문 애리조나주립대(ASU)를 선택했다.

한은 대학 1학년이었던 2011년 봄, 외야수로 출전한 대학리그 두 번째 경기에서 2루 도루를 하다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을 하는 과정에서 2루수와 충돌하며 목뼈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었다.

한은 장시간의 수술을 받았지만 결국 하반신 불구가 됐고 짧았던 그의 야구인생은 그렇게 막을 내리는 듯 했다. 하지만 야구를 향한 그의 열정은 결코 식지 않았다.

지난해 휠체어에 의지해 학교로 돌아온 한은 학업을 계속하면서도 시간이 날 때마다 보조코치 자격으로 그라운드를 찾아 동료들을 도왔다. 불편해진 몸은 더 이상 그를 야구장에 설 수 없게 했지만 야구를 향한 그의 열정만큼은 아직도 그 곳에서 불타고 있던 것.

야구에 대한 그의 뜨거운 열정을 알고 있던 애리조나 구단은 지난 토요일 한을 신인드래프트 34라운드에서 지명해 주위를 깜짝 놀라게 했다. 흥미로운 것은 애리조나가 그를 34라운드에서 지명한 것은 한의 대학시절 등 번호가 34번이었기 때문.

한은 자신의 SNS를 통해 “나를 지명해 준 애리조나 구단에 뭐라고 감사를 표해야 할지 모르겠다. 구단의 일원이 돼 너무 영광스럽고 지금의 이 벅찬 감동은 영원할 것”이라는 소감을 남겼다.
데릭 홀 애리조나 구단 사장. 애리조나 구단 제공

데릭 홀 애리조나 구단 사장. 애리조나 구단 제공


동아닷컴은 애리조나 구단과의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한을 지명하게 된 배경 등에 대한 질문을 던졌고, 홍보팀의 짐 마이어는 애리조나 구단 사장(CEO) 데릭 홀이 직접 언급한 의견을 다음과 같이 전해왔다.

“한을 지명하게 된 것은 우리에게도 벅찬 감동이었다. 우리 팀의 스카우트 책임자인 몽고메리가 나에게 한을 지명하자는 의견을 제시했을 때 나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찬성했다. 한을 지명한 것은 우리 팀을 위한 것이 아니라 한과 그의 가족들을 위한 결정이었다.

그리고 한을 지명한 것은 그에게 잠시 스쳐 지나가는 짧은 기쁨을 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견고한 그의 미래를 위한 것이다. 우리는 한을 애리조나 구단의 정식직원으로 채용하고픈 확고한 의지가 있으며 한과 그의 가족들을 위해서라도 조만간 이 일이 결실을 맺게 되길 바란다.”

로스앤젤레스=이상희 동아닷컴 객원기자 sanglee@indiana.edu

(Special thanks to Mr. Jim Myers for helping us to cover this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