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A 다저스 류현진. 스포츠동아DB
부상 카브레라엔 직구만 고집하다 결국 중전안타
충분한 휴식 영향 최고 93마일 강속구는 돋보여
LA 다저스 류현진(26)이 후반기 첫 등판에서 승리를 따냈다. 팀 타선의 도움으로 시즌 8승째를 따냈지만, 12일 만에 오른 마운드가 낯설어 보이는 듯했다.
류현진은 23일(한국시간) 로저스센터에서 열린 토론토 블루제이스와의 원정경기에서 5.1이닝 4실점으로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장타는 하나도 없었지만, 무려 9개의 안타와 2개의 볼넷을 내줬다. 6회까지 매 이닝 출루를 허용하며 고전했다.
비록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최하위를 달리고 있지만, 블루제이스는 막강 화력을 앞세워 호쾌한 타격전을 펼치는 팀이다. 이날 토론토 선발 라인업에 포진한 9명은 110홈런 342타점을 기록 중이었다. 특히 2번 호세 바티스타(22홈런 58타점)와 3번 에드윈 엔카르나시온(26홈런 74타점)의 파괴력은 상대 투수들에게 공포의 대상이다. 8번으로 나선 JP 아렌시비아도 17홈런으로 메이저리그 포수 중 최다 홈런의 주인공이었다.
충분한 휴식 덕분인지 류현진은 최고 93마일(150km)의 강속구를 지속적으로 뿌렸다. 그러나 볼 배합 또는 투구패턴이 단조로웠다. 9안타 중 직구가 5개, 체인지업이 2개, 슬라이더와 커브는 각각 1개씩이었다.
평소와 마찬가지로 좌우 코너워크를 최대한 활용하는 제구력은 돋보였다. 문제는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브레이킹볼이었다. 류현진은 이날 102개의 공을 던진 가운데 고작 7개의 커브를 구사했다. 2회 아렌시비아를 상대로 2개 연속 슬라이더를 던진 뒤 75마일(121km)짜리 커브로 헛스윙 삼진을 잡아낸 것을 제외하면 위력이 없었다. 스트라이크존으로 들어오다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타자들에게 일찌감치 간파돼 헛스윙을 유도하지 못한 채 5개가 볼로 선언됐다. 6회말에는 멜키 카브레라에게 커브를 결정구로 던졌지만, 중전안타를 허용했다.
1회말 카브레라를 상대로 류현진은 10구까지 가는 접전 끝에 2루수 땅볼로 잡아냈는데, 92∼93마일짜리 직구만을 고집스럽게 던졌다. 왼쪽 무릎 부상으로 최근 부상자명단에서 돌아온 카브레라가 빠른 공에 약하다고 분석해서인지, 빠른 직구만 던지다가 투구수가 크게 늘어났다. 3회말에도 카브레라에게 92마일(148km)짜리 직구를 초구로 던진 뒤 2구째 93마일짜리 직구를 구사하다 중전안타를 맞았다.
시즌 19번의 선발등판에서 모두 5이닝 이상을 던졌다는 사실은 분명 대단하다. 그러나 이날 경기 초반부터 지나치게 많은 투구수 때문에 결국 시즌 3번째로 6회를 마치지 못하고 마운드를 내려가야 했고, 3.09이던 방어율도 3.25로 올라갔다. 평소 승리보다는 방어율을 더 중시해온 류현진이기에 토론토전은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 일전이었을 것이다.

손건영 스포츠동아 미국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