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적인 ‘소리’를 ‘음악’으로 만들어 대중과 호흡하는 소규모아카시아밴드(김민홍 송은지)다.
파이프에 떨어지는 빗소리, 생선 굽는 소리, 제주도 해변의 파도소리, 스페이스 에코, 딜레이의 엠비언스까지. 일상의 숨겨진 소리의 이야기를 끄집어내 다정한 말을 건네는 소규모아카시아밴드는 형체가 없는 연기처럼 그렇게 대중들의 귀로 스며든다.
소규모아카시아밴드는 시작부터 남다르다. 두 사람은 클래지콰이 호란의 소개로 만났다. 음악적 방향성이 맞던 두 사람은 결국 팀이 됐고 호란의 꿈에 등장한 ‘소규모아카시아밴드’라는 단어로 팀명을 만들었다.
그렇게 시작된 팀은 2004년 1집 앨범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로 데뷔해 2집 ‘입술이 달빛’(2006)과 3집 ‘우리는 소규모아카시아 밴드입니다’(2007), 여행길에 올라 만든 ‘일곱날들’(2008), 동요 앨범 ‘저녁, 아이들’(2010) 등 다양한 장르와 실험적인 도전으로 음악팬들의 귀를 사로잡았다. 2006년엔 SBS ‘가요대전’과 ‘제3회 한국대중음악상’에서 각각 인디밴드상과 신인상을 받았다.
그 후 제주도와 인도 등을 헤매던 소규모아카시아밴드는 지난달 26일 정규 5집 ‘슬로우 다이빙 테이블’(Slow Diving Table)을 발매했다. 2011년 발매한 정규 4집 앨범 ‘챠오스모스(Ciaosmos)에 이어 2년 만이다.
‘슬로우 다이빙 테이블’은 4집에 이어 ‘소리’에 대한 관찰이 주를 이룬다. 여기에는 김민홍과 노이즈를 기반으로 실험적인 사운드를 만드는 프로젝트 팀인 ‘단편숏컷’으로 활동하는 강경덕이 합류해 소리에 대한 깊이를 더했다.
타이틀곡 ‘순간’은 멤버 김민홍이 인도에서 영감을 받아 작곡한 곡으로 실제 인도 현지 바닷가의 파도 소리가 삽입되어 마치 해변에 앉아 있는듯한 느낌을 준다. 송은지가 1년여에 걸쳐 천천히 가사를 입혔다.
앨범에는 ‘이프 유 리브’, ‘해피 론리 데이’ 등 그 동안 공연에서만 만나볼 수 있었던 곡들이 수록됐으며, 지난 5월 개봉한 영화 ‘환상속의 그대’와 함께 뮤직비디오를 작업한 디지털싱글 ‘올모스트 블루’(Almost Blue)가 음반으로 수록돼 있다. 또한 앨범에는 온라인으로 공개되지 않는 3곡의 보너스트랙이 담겨있다.
-새 앨범을 소개해 달라.
“2011년 겨울부터 인도의 고아라는 곳에서 앨범이 시작됐다. 지난 3월 제주도에서 이어 작업을 진행했고 4월 서울에서 마무리했다. 2년 2개월이 걸렸다.” (송은지)
“짧게는 2년에서 길게는 7년 만에 완성됐고, 결국 앨범에 실렸다. 오랜 시간이 걸려 모인 곡들이 스스로 인연을 만들어 앨범으로 탄생했다.” (김민홍)
-왜 ‘슬로우 다이빙 테이블’인가.
“예전에 공연을 갔다가 장비가 많아 테이블에 악기를 올려놓고 관객을 보지 않은 채 둘러앉아 노래한 적이 있다. 그 모습을 본 지인이 ‘다이닝 테이블’ 같았다고 얘기했고, 다이닝보다 다이빙이란 말이 좋았다. 졸면서 테이블에 머리를 박는 모습을 은유적으로 표현하고 있기도 하다.” (김민홍, 송은지)
-타이틀곡 ‘순간’은 어떤 노래인가.
“순간과 사람을 노래한 곡이다. 회사 직원과 지인들의 다수결로 택해진 곡으로 처음엔 이 곡이 앨범에 실리지 못할뻔 했다. 서울 올라와서 후반 작업으로 뒤늦게 완성됐기 때문이다. 은지가 가사를 썼다. 그 이야기들이 위로가 됐다. 마음에 들었다.” (김민홍)
-앨범에만 실린 보너스 트랙인 ‘파티 2’, ‘다녀온 이야기’, ‘버드’(Bird)는 어떤 곡인가.
“CD를 구입하는 사람들의 정성에 대한 보답이다. ‘다녀온 이야기’ 뮤비 제작도 같은 맥락이다.” (송은지)
-곡은 주로 어떻게 만드나.
“10년 전 만에 해도 맘처럼 안 될 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없어졌다. 기다리는 법을 배웠기 때문이다. 요즘은 자연스레 떠오르는 것을 기다린다. 영감을 받기 위해 애쓰는 시간을 지나 자연스레 떠오르는 것 잡아 스스로 생각하는 좋은 창작 방법을 터득했다. 결국은 차분히 기다리는 게 맞는 것 같다. 이런 과정의 원동력이 되는 에너지는 여행에서 얻는다.” (김민홍)
-앨범 곳곳에 자연이 담겨 있다. 소리를 통해 자연을 표현하는 이유는.
“소리에 대한 관심에서 시작됐다. 새로운 소리를 만들어 악기로 사용했다. 노이즈로 드럼이나 기타를 대신하는 작업들이 앨범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은지와 앨범에 ‘소리’를 넣는 양에 대한 논의도 있었다. 결론은 듣는 이들이 느끼는 대로 소리를 열어두는 거다. 간단한 소리도 듣는 사람마다 다 다르다. 작은 것에 대한 소중함도 소리에 담겨 있다. 듣는 이가 어떤 느낌을 받았는지가 더 궁금할 뿐이다.” (김민홍)
-소리를 음악화하는 작업에 관해 이야기 해 달라.
“음악은 뭔가 내가 느끼고 보는 걸 표현하는 과정이다. 이번엔 소리를 통해 본 무엇을 표현했다.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면서 본 것들을 표현하고 그런 것들이 섞여 만들어진 무엇이 앨범이 됐다.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김민홍)
“소리를 통해 ‘지금’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소리에 대한 느낌 자체를 그려보고 싶었다.” (강경덕)
-소리 때문에 생긴 에피소드가 있나.
“듣는 장소에 따라 같은 소리도 다르게 들리더라. 제주도와 서울을 오가며 듣는 곡의 느낌 확연히 다르더라. 편곡을 어디 기준에 맞출까 고민하다가 제주도의 느낌으로 선택했다. ‘조용한 곳에서 느껴지는 소리가 더 좋겠다’라는 생각에서다. 서울에서 듣는 사람들에게 제주도로 가서 들어보라고 말할 수 없지만, 대중에게 그 느낌과 느끼는 것들을 맡기고 싶었다. 음악은 지금의 현실과 세상, 우리의 모습으로 뛰어드는 행위인 것 같다.” (김민홍)
-5집이 바로 전 4집 앨범과 종종 비교되곤 하는데.
“4집은 서울에서 만들었다. 서울에서 보이는 것들을 담고 싶어서 오로지 서울에서 보이는 것만 담았다. 5집과 비교하면 더 센 느낌이다. 만약 4집을 듣고 5집을 들었던 대중이 이번 앨범이 좀 더 정리가 된 느낌이라고 말한다면 그런 차이에서 온 느낌일 가능성 있다.” (송은지)
-5집 ‘슬로우 다이빙 테이블’을 통해 무슨 이야기들을 하고 싶은가.
“‘꿈길’은 인도에서 썼다.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표현하며 ‘인생’을 ‘꿈길’로 바꾼 곡이다. ‘지금’은 세상에 화가 났을 때 쓴 곡이지만, 지금은 개인적으로 제일 즐겨 부르는 곡이 됐다. 사람들이 말하는 꿈을 믿으면 안 되겠다고 생각하고 나서 쓴 곡도 있다. 제주도 한라산, 바닷소리, 경덕이의 이야기 등 이런 생각을 하면서 사는 세 사람의 이야기를 꺼내놓은 거 같아요. 그런 지점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한 것뿐이죠.” (김민홍, 송은지)
-새 앨범이 많은 대중에게 사랑받길 바라나.
“많이 들려지길 바라지만, 이번 앨범이 나오기까지의 우리의 생각과 삶을 느껴준다면 우리에겐 무엇보다 큰 힘 될 것 같다. 음악 인생의 중간쯤 어딘가에 온 것 같다. 이번 앨범을 통해 지난 시간을 정리하고 앞으로의 삶을 생각해볼 수 있길 기대한다.” (송은지)
-가수라는 직업으로 삶을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다행이고 고마운 일인 것 같다. 안 그랬으면 병이 났을 것 같다. 가사부터 멜로디, 곡의 분위기까지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느낌이다. 우리에게 주어진 이 상황을 긍정하고 받아들이는 느낌, 흘러가는 느낌. 그렇게 지내고 있다.” (송은지)
“정말 힘들었으면 못 했을 것 같다. 때론 힘들기도 하지만 매우 즐겁고 유익한 삶이다.” (김민홍)
-단편숏컷, 공연 기획 등 가욋일은 어떻게 하게 됐나?
담아낸다는 느낌. 좋아서 하는 거죠.
-소규모아카시아밴드만의 색깔은 설명한다면.
“규정하는 것은 없다. 여러 가지 색일 것 같다. 음악에 대한 태도가 중요한 것 같다. 상업적인 음악과 즐기는 음악을 할 때 등 그때그때 다르다. 우리는 음악을 각자의 삶의 도구로 삼고 있다.” (송은지, 김민홍)
-어느덧 10주년이 다 돼가고 있다. 장수 비결은 무엇인가.
“매번 다른 방식으로 다른 음악을 하는 게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질리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그때그때 재미있다고 느끼는 것들을 하다 보니 여기까지 오게 된 것 같다.” (송은지)
-꿈이 뭔가.
“억지 부리지 않고 하고 싶은 일 하며 살고 싶다. 음악도 그러하다. 하나를 놓으면 훨씬 더 많은 방향과 가능성 늘어나더라. 삶이 즐거워지는 수단인 음악을 오래하고 싶다.” (김민홍)
-대중들에게 어떻게 기억되길 바라나
“신진 아티스트들이 옛날부터 들어왔다고 말할 때, 깜짝 놀라곤 한다. 우리에게 영향받았다는 말 들으면 ‘이게 뭐지’, ‘신기하다’라고 생각이 든다. 시간이 지나면서 생겨나는 재미가 점점 커진다. 어린 인디음악 하는 친구들을 보며 에너지 많이 받는다. 요즘 우리 나이가 들면서 뭔가에 갇혀있을 수 있는 시기다. 처음처럼 다시 자유로운 음악을 하고 싶다. 그렇게 다양한 음악을 자유롭게 하는 팀으로 남고 싶다.
동아닷컴 오세훈 기자 ohhoon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