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으로 뿌리던 김광현, 이젠 머리로 던진다

입력 2013-07-3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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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유의 호쾌한 폼으로 전력 피칭하는 SK 김광현. 그는 이제 완급조절을 통해 한 단계 성장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스포츠동아DB

■ 김광현 ‘완급조절’ 신무기 장착

직구 구속 130∼150km로 다양화
체인지업 같은 120km대 투심까지
타이밍 뺏긴 타자들 땅볼 쏟아내
최근 4경기 4연승…새 전성기 기대

‘SK의 에이스’ 김광현(25)이 ‘완급조절’이라는 신무기를 손에 쥐며 날개를 활짝 폈다. 김광현은 최근 4경기에서 4연승을 기록 중이다. 이 기간 동안 23.2이닝을 던지며 7실점을 기록했고, 방어율은 2.66에 불과하다.

26일 사직 롯데전은 상승세의 백미였다. 7이닝 동안 4안타 1실점으로 호투했고, 4사구는 단 한개도 없었다. 김시진 롯데 감독도 “제구력이 뛰어났고, 땅볼 유도가 많았다. 우리 타자들이 타이밍을 뺏겼다”고 평가할 정도로 완벽에 가까운 투구였다.


● 삼색직구로 완급조절

롯데 전력분석팀에 따르면, 26일 경기에서 김광현의 직구 구속은 136∼150km로 나타났다. 김광현은 이에 대해 “직구를 130km대, 140km대, 150km대, 이렇게 세 가지 종류로 던졌다”고 설명했다. 130km대의 직구는 주로 주자가 없는 상황에서 카운트를 잡아야 할 때 쓴다. 더 빠른 직구를 던질 때보다, 스윙 스피드에 미세한 차이를 둬서 던지는 방식이다.

김광현은 “칠 테면 치라는 식으로 던지는 공이다. 하지만 타자들이 잘 안치더라. 맞아도 큰 타구는 나오지 않는다. 홈런을 맞은 적도 없다. 앞으로도 주자가 없는 상황에선 써볼 만한 것 같다”고 밝혔다.

130km대 직구에 타자들의 방망이가 쉽게 나오지 못하는 이유는 타이밍을 놓쳐서다. 150km대의 강속구로 타자를 윽박지르던 김광현이 ‘완급조절’의 미학을 터득해 가고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 느려진 투심으로 타이밍 빼앗아

김광현은 직구 이외에 ‘느려진’ 투심패스트볼(투심)을 통해서도 타자의 타이밍을 빼앗고 있다. 26일 경기에선 워낙 슬라이더의 위력이 좋아 투심은 많이 사용하지 않았다. 그러나 앞선 경기들에선 우타자들을 상대로 요긴하게 투심을 활용했다. 시즌 초반 김광현은 130km대초·중반의 투심을 던졌지만, 이 구속은 타자가 직구 타이밍으로 배트를 돌리다가도 공략할 수 있다. 김광현과 포수 정상호는 구속을 줄인 투심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했다. 최근에는 120km대까지 투심의 구속을 줄였다. 실제로 전반기 마지막 등판이었던 16일 문학 넥센전에선 투심의 평균 구속이 125km(120∼133km)까지 떨어졌다. 느려진 투심은 타자에게 체인지업과 같은 효과를 낸다. 완급조절의 큰 무기가 되는 셈이다.

SK 성준 투수코치는 “김광현 하면, 직설적인 투구 아니었나. 하지만 선발은 힘만으로 던져서는 안 된다. 광현이가 새로운 패러다임에 눈을 뜬 것 같다. 투수로서 진일보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광현은 “일단 어깨가 아프지 않다는 점이 긍정적이다. 조금씩 좋아지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며 미소를 지었다.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setupman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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