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태영-임세업-김대우 “우리 야구 인생은 한 편의 드라마”

입력 2013-07-3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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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 프로야구는 유독 험난한 여정 끝에 성공스토리를 써낸 사연 많은 선수들의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다. 넥센 안태영, 한화 임세업, 롯데 김대우(왼쪽부터)는 대표적인 스토리텔링 플레이어다. 사진|스포츠코리아·한화 이글스·스포츠동아DB

■ ‘스토리텔링 플레이어’ 성공시대

10년간 안 해본 일 없다는 넥센 안태영
방출 또 방출 떠돌이 12년 한화 임세업
고교 에이스서 타자 전향 롯데 김대우
험난한 여정 끝에 인고의 꽃 활짝 피워

올해 한국프로야구에선 ‘스토리텔링 플레이어’들이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입단하자마자 타고난 재능과 실력으로 두각을 드러내는 스타플레이어들도 있지만, 험난한 여정을 거쳐 인고의 꽃을 피워낸 이들의 스토리가 더 많은 감동을 안겨주고 있다.


● 데뷔 10년여 만에 감격의 1군 무대

지난 주말(26∼28일) 대구에선 홈런 경쟁을 벌이고 있는 박병호(넥센), 최형우(삼성)보다 안태영(28·넥센)이 더 화제를 모았다. 그는 2004년 삼성에 입단했지만 대구구장 타석에 서기까지 10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입단 이듬해 투수에서 타자로 전향하며 살 길을 모색해봤지만 돌아온 것은 방출 통보였고, 2006년부터 2011년까지 트레이너, 사회인야구 심판, 각종 아르바이트까지 안 해본 게 없었다. 꼬여만 가는 인생에 지쳐갔지만, 이상하게도 야구를 향한 열정은 좀처럼 식지 않았다. 2011년 11월 트라이아웃을 통해 고양 원더스에 입단했고, 지난해 넥센 유니폼을 입었다. 이후 2군에서 넥센 코치들의 집중 조련으로 ‘선수’ 안태영이 완성됐다.

한화 임세업(30)도 2002년 삼성에 입단했지만 이렇다할 모습을 보이지 못해 방출되는 아픔을 겪었다. 그래도 야구와의 끈을 놓지 않았다. 배팅볼 투수를 했고, 일본 독립리그로 건너가 월봉 10만엔을 받고 선수로 뛰었다. 낯선 타지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한국에 돌아온 뒤에도 그의 도전은 계속됐다. KIA에 신고선수로 들어갔다가 또 방출됐지만, 경찰청에서 군 복무를 마친 뒤 지난해 신고선수로 한화 유니폼을 입었다. 그가 올해 4월 4일 대전 KIA전에서 1군 무대를 밟을 때까지 걸린 시간은 무려 12년이었다.


● 새로운 기회를 얻다!

NC 김종호(29)는 지난해까지 삼성 소속이었지만 한치 앞이 보이지 않는 현실에 야구를 포기하려 했다. 그런 그에게 손을 내민 곳이 신생팀 NC였다. 처음에는 격려보다 비난의 시선이 더 많았다. ‘네가 무슨 10억원짜리냐?’는 말도 숱하게 들었다. 그러나 그는 그라운드 위에서 몸을 아낌없이 던지며 논란을 일축했다. 도루, 내야안타 부문 1위를 달리고 있는 최고의 리드오프는 그렇게 탄생했다.

롯데 김대우(29)도 올 시즌 생애 처음으로 올스타 무대를 밟았지만 그 과정은 녹록치 않았다. 그는 광주일고 에이스였지만 계약금 문제로 프로구단에 입단하지 못했다. 고려대-상무를 거쳐 대만프로야구까지 노크해봤지만 실패. 다시 한국에 돌아와 2008년 롯데에 입단한 뒤에도 좀처럼 기회를 얻지 못하다가 2011년 본격적으로 타자로 전향한 이후 승승장구했고, 올해 올스타로 선정되는 영광을 안았다.

삼성과 고양 원더스를 거쳐 한화에서 제2의 야구인생을 연 송주호(25)도 야구팬들에게 큰 감동을 안기고 있다. 비단 이들뿐 아니라 2군에서 ‘내일의 스타’를 꿈꾸며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선수들이 과연 어떤 이야기를 안고 등장할지 자못 기대가 되는 요즘이다.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hong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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