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본 유출 금지령이 내려진 ‘응답하라 1994’ 출연진들. 매회 다른 에피소드로 꾸려지는 탓에 제작진은 이야기 노출을 꺼리고 있다. 사진제공|tvN
출연진들 촬영할때만 현장에서 전달
카메오는 쪽지대본…흐름 몰라 고충
제작진 “에피소드극 대본 유출 치명적”
대본을 ‘사수’하느라 비상이다.
케이블채널 tvN ‘응답하라 1994’와 ‘빠스껫 볼’의 방송을 두 달 여 앞두고 제작진은 내용이 외부에 유출되지 않도록 ‘대본 사수’에 신경을 쏟고 있다. 두 작품은 모두 기획단계에서부터 화제를 불러일으킨 기대작이다.
보통 드라마 대본은 책 형식으로 인쇄되기 전, 미리 출연자전용 인터넷 커뮤니티나 웹하드 등에 올려놓는 방법으로 드라마에 관계된 사람들이 공유한다. 그러나 ‘응답하라 1994’와 ‘빠스껫 볼’ 제작진은 출연자들과 매니저 등 촬영에 꼭 참여해야만 하는 사람들에게만 제한적으로 대본을 주고 있다. 그것도 개별적으로 시시때때로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출연자들이 모두 모인 현장에서만 대본을 전달한다.
카메오나 특별출연자 등 1회성 출연자들에게는 대본 전체를 주지 않고, 해당부분만 A4용지에 프린트해 나눠준다. 드라마에 계속 출연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들을 통해 혹시라도 발생할지 모르는 ‘스포일러’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드라마 내용이 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고 하지만, 대본 전달이 너무 엄격하다보니 현장에선 볼멘소리도 많다. 1회성 출연자라도 쪽지 대본을 받으면 극의 전체 분위기와 흐름을 파악할 수 없어 의상 선택이나 그에 맞는 메이크업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한 출연자의 소속사 관계자는 “우리 연기자는 잠깐 등장하는 것이지만, 해당 부분의 대본만 받으면 드라마의 전체적인 흐름을 파악할 수 없어 의상을 고르거나 메이크업을 어떻게 할지에 어려움이 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이에 대해 ‘응답하라 1994’의 연출자인 신원호 PD는 “대본 유출을 막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신 PD는 “‘응답하라 1994’는 전체적인 스토리보다 매회 에피소드로 구성되기 때문에 유출되면 극의 재미가 반감된다. 일부 스태프들이 불편을 겪기도 하겠지만 작품을 위해서는 대본을 철저히 관리할 수밖에 없다”고 항변했다.
지난해 ‘응답하라 1997’를 촬영하면서 신 PD는 포털 사이트에 카페를 개설해 스태프들과 대본을 공유하다 해킹을 당해 급히 카페를 폐쇄하고 모든 문서를 삭제하는 등 한바탕 소동을 겪었다.
이 같은 소동을 피하기 위해 이번에는 아예 대본을 문서파일로 남겨두지 않고 있다. 탈고된 ‘책대본’을 출연자들과 스태프들에게 전달하면서 촬영 때마다 ‘잘 관리해 잃어버리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하고 있다.
백솔미 기자 bsm@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bsm0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