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호 “10년 전 이승엽 선배처럼 ‘홈런의 시대’ 열고 싶다”

입력 2013-10-02 07: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넥센 박병호. 스포츠동아DB

■ 진화하는 박병호의 원대한 포부

이대호 일본 간 뒤 끊어진 거포 계보 이어
지난해 0.290·31개서 올 시즌 3할·36개
볼넷 늘리기 전략…홈런 기회 스스로 창출
‘겸손과 성실’ 이승엽 닮은꼴 기대감 증폭

2003년 가을 대한민국은 이승엽(삼성)의 단일시즌 최다 홈런 아시아신기록 도전에 열광했다. 야구장에는 잠자리채까지 등장할 정도로 이승엽의 홈런은 전국을 뜨겁게 달궜다. 이승엽이 마침내 56호 홈런을 터트리던 순간, 성남고에서 야구를 하던 한 학생의 가슴은 크게 울렸다. 그리고 그 울림은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남아있었다.

이대호(오릭스)가 2011시즌을 끝으로 일본으로 떠나자 ‘거포의 시대’는 당분간 중단되는 듯했다. 그러나 박병호(27·넥센)가 유망주의 알을 깨고 나왔다. 2012년 31개의 홈런을 치더니 올해는 123경기에서 36개의 아치를 그렸다. 타율도 0.290에서 0.321로 크게 올랐다. 정규시즌 팀당 경기수가 128게임으로 줄어들지 않고 지난해와 같은 133게임이라면 충분히 40홈런에도 도전할 수 있는 페이스다.

1일 박병호는 마산에서 NC전을 앞두고 수비훈련에 열중했다. 남은 경기는 이날을 포함해 5게임, 4개만 더 치면 40홈런 고지를 밟을 수 있지만 그는 “지금은 2위 싸움을 하고 있는 팀 성적만 생각하고 있다”며 숫자 ‘40’보다는 ‘2’에 집중하고 있었다. 홈런타자로서 간직하고 있는 꿈도 단순히 개인기록에 머물지 않았다. 박병호는 “다시 ‘홈런의 시대’를 열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 ‘이승엽 잠자리채’에 열광했던 고교생, 다시 홈런의 시대를 꿈꾸다!

박병호는 “2003년 고등학생이었다. 그 때 관중석에 등장한 잠자리채, 그리고 이승엽 선배의 홈런 하나하나에 열광하던 야구팬들의 뜨거운 열기가 지금도 생생하다. 내가 56호 기록을 깨고 싶다는 생각은 감히 해보지 못했다. 그러나 홈런타자로서 다른 선수들과 함께 관중이 가장 열광하는 홈런의 시대를 다시 열고 싶다”고 밝혔다.

홈런은 야구의 꽃이다. 야구는 다른 구기종목에 비해 정적이지만 배트에 맞은 공이 담장을 넘어가는 순간만큼은 육상 100m 경기의 골인 순간 이상으로 큰 카타르시스를 안긴다. 박병호는 “홈런이 터질 때 관중이 가장 즐거워하는 것 같다. 고교 때 이승엽 선배의 홈런을 보고 느꼈던 그 짜릿함을 야구팬들에게 다시 선사하고 싶다”고 다짐했다.


● 3할-36홈런-100타점의 비결은 볼넷

거포 유망주가 인고의 세월을 건너 홈런을 20개, 30개 펑펑 터트리는 경우는 종종 있다. 그러나 이듬해 타율이 급락하고 삼진이 늘어나면서 홈런 또한 크게 줄어드는 사례를 자주 볼 수 있다. 올해 초 박병호에게도 이 같은 우려의 시선이 따랐다. 그러나 박병호의 홈런과 타율은 오히려 동반 상승했다. 비결은 시즌 전 홈런보다 볼넷에 대해 목표를 정한 선택에 있었다. 박병호는 “지난해 많은 경기를 뛰면서 볼넷에 대해 큰 경험을 했다. 올해 목표는 전 경기를 출장하면서 볼넷을 늘리는 것으로 정했었다. 출루가 많아지면서 타율도 올라가고 홈런 기회도 많아진 것 같다”고 만족스러워했다. 박병호는 30일까지 94개의 삼진을 당하는 사이 86개의 볼넷을 얻었다. 어쩔 수 없이 삼진이 많은 홈런타자지만 엇비슷한 볼넷으로 이를 훌륭하게 상쇄했다.

2년 연속 성공적인 시즌을 완성해가고 있는 박병호에게 오늘보다 내일이 더 크게 기대되는 근거 중 하나는 이승엽이 보여주고 있는 것과 똑같은 성실함과 겸손함이다. 박병호는 “스스로 항상 다짐하는 것은 절대 변함없이 ‘더 열심히 훈련하자, 그리고 겸손하자’이다”라고 밝혔다. 그 약속을 지킨다면 야구장에 다시 잠자리채가 등장하는 날이 멀지 않을 것 같다.

창원|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rushlkh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