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통 화제는 포항 스틸러스였다. 토종 선수들만으로 전열을 꾸린 포항의 놀라운 상승세를 능가할 뉴스거리도 딱히 없었다. 축구계 스포트라이트가 한 곳만을 비추고 있을 때, 조용히 숨을 쉬며 기회를 보던 거인이 완전히 일어섰다. 작년 아시아 클럽 무대를 평정한 울산 현대였다. K리그 클래식(1부 리그) 선두 다툼이 한창인 가운데 울산의 최근 행보는 엄청나다.
15승7무6패(승점 52)로 3위다. 눈여겨볼 사실은 선두 포항(승점 54)과 2위 전북 현대(승점 53)보다 두 경기를 덜 치렀다는 점. 포항-전북은 30라운드를 가득 채운 반면, 울산은 이제 28경기만을 소화했다. 축구에서 가정법은 의미가 없겠지만 2경기를 모두 이긴다면 울산의 위치는 달라질 수 있다. “천천히, 급하지 않게 선두권과 간격을 최소화하면서 따라붙으면 시즌 막판에 상황을 아주 유리하게 끌어갈 수 있다”던 김호곤 감독의 의지가 현실화됐다.
그토록 기다렸던 또 한 번의 기회가 찾아왔다. 부산 아이파크와 주말(5일) 경기다.
포항이 잔뜩 독기를 품고 있는 수원 삼성과 치열한 혈전을 펼칠 것으로 보여 울산은 다시금 선두로 치고나갈 수 있다. 분위기도 확실히 조성됐다.
원조 ‘닥공 축구’를 구사해온 전북보다 더 높은 화력을 자랑해 선수단에는 자신감이 충만하다. 총 28경기에서 51골을 기록, 30경기에서 52골을 넣은 전북보다 순도가 높다.
장신 스트라이커 김신욱 이외에 한층 폭 넓어진 가용 공격 자원들의 역할이 눈부시다.
부산은 실점은 적은데 반해, 공격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다만 아킬레스건은 있다. 일정치 못한 경기 감각이다.
스플릿 라운드 들어 ‘건너뛰는’ 라운드가 늘었다. 27라운드를 소화하고, 28라운드를 치르기까지 보름 가까이 기다린 울산은 시즌 29번째 경기를 치르기까지 2주 가량 기다려왔다. 타이트한 일정에 휴식이 절대적으로 필요할 때도 있지만 요즘과 같을 때면 상승세를 위해서라도 계속 경기를 소화하는 편이 낫다는 게 감독의 솔직한 속내다.
스플릿 라운드 그룹B(8~14위) 내에 경기 일정이 없는 상대를 구해 연습경기를 해보지만 성에 차지 않는다. 이번 달과 11월 한층 혹독해질 일정도 걱정이다. 울산의 행보가 눈길을 끄는 이유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yoshike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