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현길 사커에세이] 팬도 감독도 피곤한 기성용 논란 진정성으로 말끔히 털어버리길

입력 2013-10-0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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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성용. 스포츠동아DB

지난 주 기성용(선덜랜드)이 대표팀에 선발되자 선배 한분이 내게 이런 말을 건넸다. “인간 본성은 쉽게 변하는 게 아닌데…. 기성용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그러면서 일탈을 밥 먹듯 했던 몇몇 선수의 이름을 거론했다.

공감한다. 타고난 품성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자신을 다스리지 못하고 툭하면 욱하는 그런 사람은 평생 그렇게 살아간다. ‘그 놈의 성질머리’ 때문에 사고뭉치로 전락하는 경우를 많이 봐왔다.

한 나라를 대표하는 축구선수라면 기량은 물론이고 품성도 검증해야한다. 혼자 잘난 맛에 사는 선수는 단체경기와는 어울리지 않는다. 이 때문에 기성용 선발을 놓고 다소간의 논란은 불가피해 보인다.

기성용은 큰 잘못을 저질렀다. 스승을 향해 입에 담기 힘든 말들을 SNS를 통해 쏟아냈다. 대표팀 감독에게 조롱하고 비하한 그의 글 때문에 축구계는 벌집 쑤신 듯 난리였다. 에이전트를 통해 사과문을 발표했지만 진정성에 의문 부호가 달렸다.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안티 기성용’은 많다.

이런 탓에 홍명보 감독은 그의 선발이 선뜻 내키지 않았을 것이다. 현 대표팀 전력으로 보면 뽑고는 싶지만 외부 요인 때문에 머뭇거릴 수밖에 없었다. 적어도 지난 달 영국 출장을 가기 전까지만 해도 좀 더 지켜보자는 쪽이었다. 그렇다고 기성용이 먼저 뽑아달라고 요청하는 건 낯부끄러운 일이다. 결정은 홍 감독이 했다. 홍 감독은 9월30일 기자회견을 통해 “기성용에게 (진정성 없는 태도를) 먼저 이야기해줬다. 명확한 사과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고 말했다.

홍 감독 말대로 진정성 있는 사과가 먼저다. 스승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면 미안한 마음을 가져야한다. 팬들을 실망시켰다면 가슴 속 깊은 곳에서 우러나는 반성을 해야 한다. 진정성을 보여야만 비로소 용서도 가능하다.

그런데 이 ‘사과’는 전· 현 감독까지 불편하게 만들었다. 홍 감독 입장에서는 기성용이 직접 최강희 감독을 찾아 무릎을 꿇어 A매치 전에 털어버렸으면 하는 생각이었다. 내년 월드컵까지 집중하기 위해서는 이번이 기회라고 봤다. 반면 최 감독은 ‘억지 춘향’의 사과를 거절하면서 대신 좋은 경기를 보여 달라고 했다. 두 감독은 각자 입장에서 맞는 말을 했다. 결국 기성용이 사과 타이밍을 놓쳤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일이 터졌을 때 곧바로 사과했거나 아니면 비공개로 찾아 진심을 보였다면 이런 논란도 없었을 것이다.

이제 사과 방식은 기성용의 몫이다. 어떤 식이든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 그 내용에는 과거의 잘못은 물론이고 현재의 심정과 두 번 다시 그런 일 없을 거라는 미래의 다짐도 함께 녹여야한다.

아울러 모두가 바라는 건 그의 경기력이다. 그라운드에서 자신의 존재 가치를 보여야 한다. 투지 넘치는 플레이와 희생으로서 팀을 도와야 그때서야 완전한 용서가 가능하지 않을까. 기성용이 팀에 보탬이 되지 않는다면 그를 뽑은 홍 감독은 머쓱할 수밖에 없다. 안티 팬은 더 늘어날 것이다. 어쩌면 이번이 그의 축구인생 마지막 기회일 수도 있다.

타고난 품성은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 하지만 완전히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부단한 노력을 한다면 격을 높일 수도 있다. 기성용이 그렇게 할 수 있을까.

스포츠 2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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