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넥센 홍원기 코치는 두산 소속이던 2001년 한화와의 준PO에서 MVP를 차지했다. 이어진 현대와의 PO에서도 12타수 5안타
3홈런 4타점을 기록하며 팀의 한국시리즈 진출을 견인했다. 홍 코치의 뒤를 잇는 넥센의 ‘가을 사나이’는 누가 될까.
스포츠동아DB
원조 가을사나이, 12년만에 코치로 PS 무대
‘가을 사나이’는 포스트시즌에 유독 인상적 활약을 펼치는 선수들에게 주어지는 영광의 호칭이다. 최근에는 이 별명의 임자가 점점 많아지고 있지만, 사실 ‘원조’는 따로 있다. 넥센 홍원기(41) 코치다.
홍 코치는 준플레이오프(준PO) 최우수선수(MVP) 출신이다. 1996년 한화에 입단했다가 1999년 두산으로 이적한 홍 코치는 2001년 준PO에서 8타수 4안타 1홈런 3타점을 기록해 MVP로 뽑혔다. 때마침 상대는 친정팀 한화에 장소 역시 대전구장. 깜짝 활약으로 두산에 2승을 안긴 홍 코치를 두고 언론은 ‘금의환향’이라고들 했다. 대전의 한화팬들조차 박수를 보냈을 정도. 그해 PO 역시 홍 코치의 무대였다. 4경기에서 12타수 5안타 3홈런 4타점으로 펄펄 날았다. 홍 코치는 “그때 우리 팀에는 김동주, 타이론 우즈, 심정수 등 강타자가 즐비했고 나는 백업선수일 뿐이었다. 그러나 2000년 PO 때 운 좋게 잡은 기회를 살리면서 2001년 가을에도 계속 활약할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그로부터 12년이 흐른 2013년 10월 8일. 그때 그 ‘가을 사나이’는 넥센의 코치로 또 한번의 준PO를 맞이했다. 선수 시절에는 참 익숙했던 무대지만, 지도자로선 처음이다. 공교롭게도 이번 상대팀 역시 홍 코치의 또 다른 친정팀 두산. 홍 코치는 “이런 상황이 생기니 재미있다”며 웃었다.
2001년의 두산은 올해의 넥센처럼 정규시즌 3위로 준PO에 진출했고,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차지했다. 이런 우연까지 겹치면 넥센으로선 최상일 터. 그래도 홍 코치는 “선수들이 너무 부담을 느끼지는 말았으면 좋겠다. 그냥 보너스 게임이라 생각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다만 “백업들 가운데 갑자기 ‘미치는’ 선수가 나왔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드러냈다. 2001년의 두산 내야수 홍원기가 그랬듯 말이다. 홍 코치의 뒤를 이을 넥센의 ‘가을 사나이’는 과연 누가 될까.
목동|배영은 기자 yeb@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goodgo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