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수가 또 한 번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음주 후 폭행에 이어 위이천수가 또 한 번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음주 후 폭행에 이어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거짓말을 한 사실이 들통 나며 거센 비난을 받고 있다. 이천수가 올 시즌 대전시티즌과 경기에서 아쉬워하고 있는 모습. 스포츠동아DB
피해자·목격자 진술로 폭행사실 확인
“아내 위한 행동” 주장 거짓으로 판명
팬들 “구단·연맹이 중징계” 여론 확산
억울함을 호소했던 그의 말은 모두 새빨간 거짓말이었다.
인천 남동경찰서는 16일 저녁 이천수(32·인천)를 폭행과 재물손괴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이천수는 14일 새벽 인천 남동구 구월동의 한 술집에서 합석한 김모씨(30)를 때리고 핸드폰을 부수며 폭행 시비에 휘말렸다. 그는 몇몇 언론매체와 인터뷰에서 “맥주병을 밀친 것은 사실이지만 아내와 함께 한 자리에서 시비를 걸어와 분을 삭이느라 한 행동이었다”고 정당방위를 주장했다. 하지만 4시간여에 걸친 경찰 조사에서 거짓말이 탄로 났다. 애초 주장했던 아내는 그 자리에 있지 않았다. 피해자와 목격자의 진술은 이천수의 폭행 혐의를 분명하게 밝혀냈다. 이천수는 임의탈퇴가 해제되며 그라운드에 복귀한지 8개월 만에 또 다시 위기를 맞았다.
● 더 이상의 용서는 없다
이천수는 폭행 사건으로 자신과의 약속을 어겼다. 그는 2월 인천 구단에 입단하며 새롭게 태어날 것을 약속했다. 입단식에서 “후배들에게 존경받는 선수가 되고 싶다. 팬들의 야유도 환호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고 말했다. 3월부터 줄곧 언론과 인터뷰를 가졌다.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했다. 술을 끊었다는 결심을 알렸고, 12월 결혼 소식이 전해졌다. 6월말 출산을 앞두고는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책임감을 강조했다. 사고를 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거짓말이었다. 금주 선언을 어겼고, 함께 하지도 않았던 아내를 들먹였다. 사건 직후에는 언론플레이를 했다. 인터넷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목격담이 떠돌면서 신빙성이 더해지는 것 같았다. 하지만 경찰까지 속일 수는 없었다. 그는 “술을 먹고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입장을 번복했다. 진실은 반드시 밝혀지는 법이다.
팬들은 탕아의 기질을 버리고 이번만큼은 개과천선하길 바랐다. 기대가 컸다. 하지만 다시 한번 깊은 상처를 입었다. 팬들의 신뢰를 져버린 건 처음은 아니다. 2009년 전남에서 코칭스태프와 주먹다짐을 하고 팀을 무단이탈해 사우디아라비아 클럽으로 이적했다. 심판 판정에 항의하고 팬들에게 주먹감자를 날리는 것도 예사였다.
인천은 프랜차이즈 스타를 데려오기 위해 무리수를 뒀다. 당시 몇몇 인천 관계자는 이천수 영입에 불만을 표출하기도 했다. 언제 사고를 칠지 모르는 고액의 연봉자를 데려오느니 알 찬 유망주를 영입하는 게 낫다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송영길 인천 시장은 이천수 잡기에 혈안이 됐다. 포스코 정준양 회장에게 2차례 선처를 요청하기도 했다. 축구계 고위 관계자도 이천수의 복귀에 힘을 보탰다. 이천수는 임의탈퇴를 풀기 위해 전남구단의 홈인 광양을 찾아 팬들에게 고개를 숙였다. 의도된 행동이었다. 전남은 강경했던 입장을 선회해 이천수를 놓아주기로 결정했다. 이천수가 괘씸했지만 대승적인 차원에서 풀어준 것이다. 하지만 모두 이천수에게 속았다.
이천수는 자신을 믿었던 인천 김봉길 감독과 동료들에게도 깊은 상처를 줬다. 김 감독은 “이천수가 더 참았어야 했는데”라고 말끝을 흐렸다. 주장 김남일은 3월 스포츠동아와 인터뷰에서 “이천수가 그릇된 행동으로 물의를 일으킨다면 그 결과는 뻔하지 않나. 자신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고 믿음을 드러냈다. 그러나 모두의 믿음은 헛된 신기루였다.
이런 상황이라면 더 이상의 용서는 의미가 없다. 인천구단도, 프로축구연맹도 이천수의 잘못된 행동과 언행에 대해 중징계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박상준 기자 spark4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sangjun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