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 감독의 걸작 ‘최종병기’ 최재훈

입력 2013-10-2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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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시리즈 3회 우승에 빛나는 명장 노무라(78·라쿠텐 명예감독)는 우승팀의 10가지 조건 중 하나로 “확실한 포수”를 꼽았다. 올 가을 ‘4위의 기적’을 꿈꾸는 두산은 ‘신성’ 최재훈의 존재가 든든하기만 하다. 2012시즌 두산의 수석코치로 최재훈을 조련한 이토 쓰토무 현 지바롯데 감독은 “최재훈이 포스트시즌에서 잘 해주고 있어 기쁘다”며 선전을 기원했다. 22일 잠실에서 한국시리즈 우승을 다짐하고 있는 최재훈. 잠실|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트위터@seven7sola

■ 본지 직격 인터뷰…애제자 PS 활약 극찬

2004 日시리즈 우승 명감독이 한눈에 알아본 재목
포수에 제격인 단단한 하드웨어…혹독한 훈련 소화
풋워크·블로킹·송구·투수리드 등 모든 비법 전수


“(최)재훈이 잘 하고 있더라.”

일본프로야구 지바롯데 이토 쓰토무 감독(사진)은 22일 스포츠동아와 전화통화가 연결되자마자 최재훈(23·두산)의 얘기부터 꺼냈다. 최재훈이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맹활약하고 있다는 소식을 이미 접한 모양이었다. 혹독하다는 표현이 모자랄 정도로 맹훈련을 시켰던 제자의 선전에 대해 스승은 “정말 기쁘다”며 감격스러워했다.

사실 이토 감독과 통화가 된 날은 그가 이끄는 지바롯데의 일본시리즈 진출이 무산된 다음날이었다. 그럼에도 그는 많이, 그리고 크게 웃었다. ‘최재훈’이라는 이름이 언급될 때마다 그랬다.

이토 쓰토무 감독. 스포츠동아DB


이토 감독은 지난해 수석코치로 1년간 두산에 몸담았다. 그는 일본에서 내로라하는 스타 출신 포수였고, 2004년 세이부 감독을 역임하며 팀을 일본시리즈 우승으로 이끈 명지도자였다. 그런 이토 감독이 두산에서 주목한 이가 최재훈이었다. 당시 최재훈은 유망주의 껍질을 채 벗지 못한 백업포수였다. 선발로 경기에 나가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그럼에도 이토 감독은 그를 붙잡고 1대1 훈련을 진행했다. 모두들 의아해했다. ‘팀 전반적인 부분을 두루 살펴야 할 수석코치가 백업포수만 붙잡고 있다’는 좋지 않은 시각도 있었다.

이토 감독은 ‘그때 왜 최재훈을 붙잡고 그토록 훈련시켰느냐’는 질문에 “두산에 포수가 (양)의지 1명이었다. 만약 의지가 부상을 당해 경기에 뛰지 못할 때 팀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최)재훈을 훈련시켰다”며 “다행히 올해 그런 상황에서 재훈이 잘 해주고 있어서 다행이다. 개인적으로 기쁘다”고 말했다.

이토 감독이 본 포수 최재훈의 강점은 ‘단단한 체격’이었다. 그는 “포수는 강한 체력이 요되는 포지션이다. 재훈은 기본적으로 재능도 있었지만 체격조건이 좋았다. 연습을 꽤 많이 시켰는데도 모두 소화하는 체력이 있었다. 훈련을 많이 한다면 좋은 포수가 될 수 있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이토 감독은 최재훈에게 풋워크, 블로킹, 송구와 같은 기본기뿐 아니라 미세한 미트질의 중요성, 글러브에서 공을 빼는 방법, 타자별 투수 리드 등 세세한 부분까지 가르쳤다.

훈련은 혹독했다. 최재훈은 이토 감독이 부르면 도망 다니기에 바빴다. 결국은 그라운드로 끌려 나가 예정된 훈련을 모두 소화했지만, 덕아웃에선 훈련시키려는 스승과 이를 피하려는 제자의 숨바꼭질이 자주 벌어졌다. 그래도 서로를 대할 때 격의가 없었다. 이토 감독은 최재훈에게 친구처럼 장난을 치며 혹 지칠 수 있는 마음을 달래줬고, 최재훈도 그런 이토 감독을 잘 따랐다. 스승의 관심과 사랑 속에서 제자는 조금씩 성장하고 있었다.

이토 감독은 지바롯데 사령탑이 된 지금도 “(두산) 소식을 자주 접하고 있다”며 “재훈이 포스트시즌에서 잘 해주고 있어 기쁘지만 내가 잘 했다기보다 재훈이 훈련을 잘 따라와줬다”고 공을 돌렸다. 물론 만족할 단계는 아니다. 이토 감독은 “아직 멀었다. 앞으로 해야 할 게 아주 많다”며 “훈련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면 좋은 포수가 될 것이다. 만나러 가고 싶은데 여의치가 않다. 한국시리즈에서도 힘내길 바란다고 전해달라”고 응원했다.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hong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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