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턴, WS 4차전 승리…승부는 원점으로
보스턴 레드삭스의 간판타자 데이비드 오티스는 86년간 지속된 ‘밤비노의 저주’를 푼 핵심 인물로 통산 3번째 월드시리즈 우승 반지를 노리고 있다. 2003년부터 레드삭스에 몸담고 있는 그는 팀의 정신적 지주 역할도 맡고 있다.
28일(한국시간) 부시스타디움에서 열린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의 월드시리즈 4차전에서 레드삭스는 선취점을 내주며 초반 고전을 면치 못했다. 전날 벌어진 3차전에서 사상 초유의 주루방해에 의한 끝내기 패배를 당한 데 이어 이날도 3회말 카를로스 벨트란에게 선제 적시타를 얻어맞고 끌려가다가 5회초 힘겹게 동점을 만들었다. 5회초 선두타자로 나선 오티스는 카디널스 선발 랜스 린으로부터 우중간을 가르는 2루타를 뽑은 뒤 덕아웃을 향해 “자, 이제부터 시작이다”고 외치며 동료들의 분발을 요구했다. 이어 조니 곰스와 잰더 보가츠의 연속 볼넷으로 무사만루 기회를 잡은 레드삭스는 스티븐 드루의 좌익수 희생플라이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평소 걸음이 느린 오티스지만, 카디널스 좌익수 맷 할러데이의 어깨가 약하다는 점을 파고들어 홈으로 전력 질주해 1-1 동점을 만들었다.
5회말 선발 클레이 벅홀츠를 구원한 펠릭스 듀브론트가 삼자범퇴로 이닝을 마치자 오티스는 덕아웃에서 동료들을 모은 뒤 “평소 하던 대로 하자. 우리는 지금보다는 훨씬 더 잘 할 수 있다. 월드시리즈 같은 큰 무대라고 과욕을 부리다가는 경기를 그르칠 수 있다”고 독려했다. 오티스의 메시지가 효력을 발휘한 것일까. 카디널스는 6회초 2사 1·2루서 곰스의 결승 좌중월3점홈런으로 4-1 역전에 성공했다. 당초 4차전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됐던 곰스는 허리가 좋지 않은 셰인 빅토리노를 대신해 경기 시작 1시간15분 전 5번 좌익수로 출전하라는 통보를 받았다. 정규시즌 타율은 0.247에 그쳤지만 홈런 13개와 2루타 17개를 터트렸을 만큼 강력한 파워를 지닌 그는 8월 25일 LA 다저스와의 인터리그 원정경기에선 류현진으로부터 3점홈런을 빼앗기도 했다. 의기양양하게 다이아몬드를 돌아 홈을 밟은 곰스는 리더 오티스와 뜨겁게 포옹하며 월드시리즈 첫 홈런포의 감격을 나눴다.
카디널스는 7회말 맷 카펜터의 우전적시타로 1점을 추격했지만 8회말 1사 3루 찬스를 살리지 못해 홈팬들의 아쉬운 탄성을 자아냈다. 마이크 매서니 카디널스 감독은 9회말 1사 후 3차전 승리의 주역 앨런 크레이그를 대타로 투입하는 승부수를 띄웠다. 크레이그는 우중간쪽 2루타성 타구를 날렸지만, 여전히 발 상태가 좋지 않아 1루에 머문 뒤 대주자 콜튼 웡으로 교체됐다. 다음타자 카펜터가 2루수 플라이로 아웃되자, 카디널스는 ‘10월의 사나이’ 벨트란의 방망이에 마지막 희망을 걸었다. 그러나 레드삭스 마무리 우에하라 고지는 볼카운트 1B-1S서 벼락같은 견제구로 1루주자 웡을 잡아내 레드삭스의 4-2 승리를 지켜냈다.
2승2패로 균형을 이룬 양 팀의 5차전은 29일 역시 부시스타디움에서 펼쳐진다. 1차전에서 선발로 맞대결했던 레드삭스 존 레스터(7.2이닝 5안타 무실점·승리)와 카디널스 애덤 웨인라이트(5이닝 6안타 5실점·패전)가 또 한번 자웅을 겨룬다.
손건영 스포츠동아 미국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