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아 “연기라는 고통에 정점 찍은 작품, 지금도 진통제 없인 참기 힘들다”

입력 2013-11-1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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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영화 ‘더 파이브’를 비롯해 주로 ‘원 톱’으로 작품을 이끌어왔던 김선아는 “현장에서 배워야 할 게 아직 많다”며 선배들과의 연기 호흡에 대한 바람을 드러냈다.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트위터 @beanjjun

■ 연쇄살인마와의 대결 다룬 영화 ‘더 파이브’ 김선아

● 이번 영화에 관한 이야기…

또 원톱 주연…선배들과 연기 좀 해봤으면
두 다리 잃은 캐릭터 표현하며 온갖 부상
걷고 뛸 수 있다는 사실에 새삼 감사했다


“왜, 내가 무섭나? 아니면 내가 싫은 건가?”

배우 김선아(37)는 반문했다. ‘요즘 여배우 주연작이 드물다’는 대화를 나눌 즈음이었다. 자리는 김선아가 주연한 영화 ‘더 파이브’(감독 정연식)를 계기로 마련됐다. 14일 개봉한 영화에서 김선아는 흔히 말하는 ‘원 톱’ 주연. 사건 실마리를 풀어내 결국 갈등을 매듭짓는 주인공이다.

김선아는 “원 톱? 그런 건 중요치 않다”고 했다. 사실 그는 여느 여배우들과 비교해서 유난히 ‘주연운’이 많았다. 스스로도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 영화 ‘잠복근무’ 이후 여자주인공이 이야기를 이끄는 작품 제의가 많았다”고 인정했다.

“혹시 날 피하는 거 아니야? 하하! 정작 난 선배들과 연기해본 경험이 거의 없다. 연속극도 신인 때 한 번이 전부고. 지금도 현장에서 배우고 싶고, 배워야 할 게 남았는데 말이다.”

배우며 느끼고 싶던 김선아의 마음을 자극한 건 ‘더 파이브’ 시나리오였다. 연쇄살인마에게 남편과 딸을 잃은 여자, 두 다리를 잃고도 오직 복수를 위해 달려드는 인물이 그가 연기한 은아다. 온갖 부상 속에 영화를 완성한 김선아는 이제 관객을 자극하려 나선다.

김선아는 “3년 동안 시한부 인생을 두 번 연기하며 힘들게 살아왔는데 이번 영화는 그 고통에 정점을 찍은 작품이자, 다시 의욕을 내게 해준 계기”라고 했다. 촬영은 고됐다. 휠체어에 의지한 은아를 위해 그는 매번 두 다리를 압박붕대로 동여매 고정시켰다. 바닥을 기는 연기를 하던 중엔 오른쪽 팔을 다쳤다. 3개월이 지난 지금도 진통제가 없으면 힘들다.

“촬영 땐 화장실 다니기도 힘들었다. 평소 물먹는 하마처럼 물을 좋아하는데, 물도 멀리했다. 걷고, 뛸 수 있는 감사함이 새삼스럽더라.”

김선아는 어딜 가든 카메라를 챙긴다. 촬영장에서, 여러 행사에서 사람들과 만나 작업하는 자신의 모습을 빠짐없이 사진에 담는다. 매 순간을 기록해 기억으로 남기기 위해서다. 추억을 공유하고 싶은 마음도 있다.

그 과정을 거치며 김선아는 벌써 두 번째 ‘포토북’을 만들었다. 판매용이 아닌 선물용이다. 2011년 영화 ‘투혼’ 촬영 당시 모든 스태프의 모습을 틈틈이 찍어 책으로 묶었던 그는 이번에도 같은 방식의 포토북을 만들어 제작에 참여한 사람에게 선물했다. “컴퓨터를 못하는” 김선아가 유일하게 자신 있는 건 “포토샵 작업”이다.

“나만 예쁘게 만질 순 없잖아.(웃음) 모든 사람의 사진을 ‘포샵’으로 예쁘게 만든다. 하필 이번엔 오른손을 다쳐서 왼손으로만 작업을 했는데…. 그게, 쉽지 않았다.”



● 틈만 나면 사진을 찍는다던데…

매 순간이 추억…현재를 기억하고 싶어
촬영 현장 포토북 만들어 스태프에 선물
포토샵 작업 수준급…벌써 두 권째 제작


김선아가 굳이 이런 작업을 하는 건 “촬영장은 무조건 즐거워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2002년 김선아가 처음 주연을 맡은 영화 ‘예스터데이’가 남긴 잔향이기도 하다.

“그땐 맨땅에서 뒹굴고 험한 액션을 하면서도 촬영 내내 웃으며 지냈다. 10년이 지나도 그 기억은 지워지지 않는다. 사람은 쉽게 ‘지금’을 잊어버리지 않나. 나는 그 현재를 기억하고 싶은 거다.”

자주 해온 남녀의 로맨스가 아닌, 여럿이 힘을 합해 이루는 복수극을 소화해낸 김선아는 “뿌듯하다고 해야 할까, 가슴이 꽉 찬 기분”이라고 했다. ‘로맨틱 코미디의 여왕’이란 타이틀도 좋지만 한동안 멜로의 감정에만 몰두했던 그에게 ‘더 파이브’는 새로운 바람을 일으킨 듯 했다.

“물론, 솔직히, 로맨틱 코미디 계속하고 싶다. 하하! 다만 인간은 누구나 양면성을 지녔듯, 내 다른 모습을 드러내줄 감독들과 만남을 기다리고 있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madeinha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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