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처박스] 너희가 현대사의 속살을 아느냐? 타는 목마름으로 쓴 60·70년대

입력 2013-11-1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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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지하와 그의 시대 (허문명 지음|블루엘리펀트 펴냄)


장면1. 1974년 민청학련 선고구형 때의 일. 비상군법회의는 긴급조치 4호를 위반한 김지하 등 7명에게 사형을 구형했다. 당시 대학생이었던 김병곤도 김지하와 함께 사형을 구형받았다. 그는 최후진술에서 이렇게 말했다.“검찰관님, 재판장님, 영광입니다. 아무것도 한 일이 없는 저에게까지 사형이라는 영광스러운 구형을 주시니 정말 감사합니다. 이 젊은 목숨 기꺼이 바칠 기회를 주시니 고마운 마음 이를 데 없습니다.”


장면2. 10·26 그날 그 현장. 김재규가 오른손으로 김계원 실장을 툭 치며 이렇게 말했다. “각하를 똑바로 모시십시오!” 그리곤 권총을 꺼내들고 차지철을 향해 외쳤다. “차지철 이놈아! 각하! 이런 버러지 같은 놈을 데리고 무슨 정치를 하신다고 그러십니까!” 김재규는 방아쇠를 당겼다. 첫 번째 총알이 차지철의 손목을 관통했다. 김재규는 작정한 듯 박정희 대통령을 향해 “각하도 죽어 주십시오!” 그의 두 번째 총알이 대통령을 뚫고 지나갔다.

우리의 현대사는 산업화와 민주화로 대변된다. 이 두 세력은 어깨동무를 하며 갈 수도 있었지만 불행하게도 우리 현대사는 두 세력간의 투쟁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두 세력은 서로를 향해 가시 돋친 비난을 하며 충돌해 왔다. 산업화 세력은 민주화 세력을 향해 권력지향성이 강하고 무능하고 무책임하다고 비판해 왔고, 민주화 세력은 산업화 세력을 향해 소통능력이 부재하고 부패한 세력이라고 비판해 왔다. 그러나 역사는 산업화와 민주화, 두개의 바퀴가 한꺼번에 돌아가는 유기체다. 특히 민주화와 산업화 세력의 ‘통합적인 역사인식’은 통일한국을 준비하는 현 시점에서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것이 우리가 60,70년대를 다시 보고, 더 많이 알아야하는 까닭이기도 하다.

‘김지하와 그의 시대’(사진)는 4·19부터 10·26까지 이데올로기를 넘어 삶의 관점에서 기록한 한국 현대사다. 말하자면 산업화 세력과 민주화 세력 모두를 한국 현대사를 이끈 두 축의 기둥이라는 관점으로 기록한 다큐멘터리 같은 현대사인 셈이다. 500페이지가 넘는 두툼한 책이지만 아티클 하나하나에는 마치 독자가 현장에 있는 듯 생생하다. 김지하의 시처럼 ‘타는 목마름’으로 쓴 듯 하다. 책장은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 넘어간다. 눈치 챘겠지만 이 책은 동아일보에 인기리에 연재됐던 동명의 시리즈를 한 권으로 묶은 것이다. 동아일보 기자인 저자는 “통일한국을 향해 나아가야 할 시점에서 통합된 역사관을 정립해 우리 아이들에게 가르쳐야 하는 절실함으로 이 책을 집필했다”고 밝혔다.

‘편향된 시각이 아니고 객관적으로 적은 것이 인상적이었다.’ ‘이념을 떠나 대한민국이 한걸음 더 나아갈 수 있는 통찰력을 제공해 주었다.’ 등 오피니언 리더들의 잇따른 좋은 평가는 이 책의 가치를 대변하고 있다.

연제호 기자 sol@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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