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축구협회가 여자축구에 너무 무관심하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최근 있었던 축구협회 창립 80주년 비전 선포식에도 여자축구 발전 방안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계획이 전혀 없었다.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남자 대표팀 국제대회 땐 파주NFC 방 빼야
국내서 제대로 된 여자 A매치 열린 적 없어
지소연도 동아시안컵 기간 차별 대우 눈물
창립 80주년 비전 선포식서 여자축구 배제
여자축구 정책·전략도 부재…‘총체적 외면’
한국축구에는 오직 남자만 존재하는가.
대한축구협회의 관심은 오로지 남자축구다. 똑같은 태극마크를 달고 뛰어도 여자대표팀에 대한 지원책은 사실상 전무하다.
남녀 대표팀이 국제대회를 앞두고 있을 때 파주NFC에 입소하면 먼저 남자대표팀에 방 배정을 한 뒤 여자는 무조건 다른 숙소를 찾아야 한다. 7월 동아시안컵 때도 여자선수단은 서울월드컵경기장 근처에서 호텔 생활을 했다. 파주NFC에는 영양사도 있고, 축구협회 직원들이 상주하며 합숙 생활에 불편함이 없도록 돕는다.
이와 달리 여자선수단은 팀 훈련 한 번을 하기 위해 서울 마포에서 파주까지 왕복한다. 피로가 쌓일 수밖에 없다. ‘여자 에이스’ 지소연(고베)은 동아시안컵 기간동안 남녀 대표팀의 너무 다른 환경과 처우에 울컥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계속 쌓인 설움 때문이었다.
더 큰 문제는 전무한 전력 강화책이다. 내년 5월 베트남에서 2015 캐나다여자월드컵 예선을 겸한 아시아선수권이 열리는데 축구협회는 올해 하반기까지 여자축구를 외면했다. 동아시안컵 이후 10월 말 캐나다와 원정 A매치를 치른 게 전부였다. 그것도 캐나다의 요청이 아니었으면 성사가 불가능했다. 먼 걸음을 한 김에 비공식 경기라도 추가로 해달라는 여자대표팀 윤덕여 감독의 요청도 축구협회의 ‘나 몰라라’ 행정에 외면당했다.
축구협회가 여자축구를 앞으로 적극 지원해야 지소연(아래)처럼 눈물 흘리는 선수가 없을 것이다. 스포츠동아DB
국제축구연맹(FIFA)은 여자 A매치 스케줄을 연간 단위 일정에 포함시켜왔지만 국내에서 제대로 여자 A매치가 열린 적은 없었다. 여자축구 관계자들이 수차례 A매치의 필요성을 역설했지만 성사되지 않았다. 현재 내년 3월 유럽 사이프러스에서 열릴 국제 대회가 베트남 여자선수권에 앞선 마지막 담금질 기회다.
그럼에도 축구협회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 최근 발표된 창립 80주년 비전 선포식에도 여자축구는 없었다. ‘경쟁력 향상 대책’ 중 하나로 ‘2019 여자월드컵 개최’를, ‘축구산업 확대’ 방안 중 ‘여자축구 지원체제 구축’이란 모호한 문구가 전부였다.
이미 여자축구는 충분히 기회가 있었다. 특히 2010년은 화려했다. U-20 여자월드컵 3위에 이어 U-17 여자월드컵 정상을 밟았다. 영광의 멤버들이 현 대표팀의 핵심이다. 어렵게 찾아온 르네상스를 살리기는커녕 발로 걷어차는 지경이다. 더 이상 ‘지소연의 눈물’을 보지 않도록 축구협회의 적극적인 지원책이 마련되어야할 시점이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yoshike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