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3년 10월 22일(현지시간), 애플이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예바 부에나 아트 센터에서 2013년의 마지막 행사를 열었다. 당시 공개한 많은 내용 중 사람들의 관심을 한 눈에 받았던 것은 바로 ‘아이패드 에어’와 ‘아이패드 미니 레티나’. 당시 한국은 1차 출시국에 포함하지 못해 많은 이들이 아쉬워했다. 하지만, 아쉬움도 잠시였다. 지난 12월 9일, SK텔레콤과 KT는 트위터를 통해 아이패드 에어와 아이패드 미니 레티나를 16일부터 판매한다고 밝혔다. 1차 출시국보다 다소 늦긴 했지만, 2차 출시국보다는 빠른 시기. 갑작스런 아이패드 에어와 미니 레티나 출시 소식은 예정에 없던 발표라 놀라웠다.
애플의 5번째 아이패드, 아이패드 에어는 이전 제품들과 달리 꽤 많은 것이 바뀌었다. 일단, 디자인. 두께는 7.5mm로 더 얇아졌으며, 무게는 와이파이 모델 469g, 와이파이 + LTE 모델 478g으로 더 가벼워졌다(아이패드 4세대와 비교해 두께는 20퍼센트, 무게는 28퍼센트, 부피는 24% 줄었다). 반면, 성능과 배터리 사용시간은 늘었다. 이 같은 아이패드 에어의 변화는 사용자들에게 제품을 소개하는 방향도 바꿨다.
‘Life On iPad’. 애플이 아이패드 에어와 미니 레티나를 발표하며 선보인 동영상 제목이다. 동영상은 생활 속에서 사용하는 아이패드 에어의 다양한 모습을 담았다. 높은 풍력 발전기 위의 엔지니어, 스피드 스케이트 선수와 다이빙 선수를 촬영 중인 코치, 바다를 잠수 중인 스쿠버, 방콕 수상시장의 아주머니, 포도주 공장의 주인, 열기구를 체험 중인 관광객 등, 그들의 손에는 아이패드 에어가 있다. 이 동영상은 꽤 많은 것을 시사한다.
애플의 전 CEO 스티브 잡스가 아이패드 오리지널을 발표할 때를 기억하는가. 그 때 잡스는 거실처럼 꾸민 무대 속 의자에 앉아 아이패드를 소개했다. 아이패드를 들고 다니면서 사용하지 말라는 간접적인 메시지였다. 실제 지금까지 아이패드는 휴대하면서 사용하기에 2% 부족했다. 오래 들고 있기에 조금 무거웠고, 아무 가방에 넣기에 약간 컸다. 하지만, 이제 애플은 아이패드 에어를 밖으로 들고 나와도 괜찮다고 설명한다.
꼭, 직접 만져보고 결정하길
지난 10월 22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애플이 아이패드 에어를 발표했을 때도 느꼈지만, 아이패드 에어는 정말 얇고 가벼워졌다. 당시 현장에서 직접 보고 온 뒤 동료 기자 및 지인들에게도 이렇게 말했었다. “이번 애플 발표장의 히어로는 아이패드 미니 레티나가 아닌 아이패드 에어였다”라고. 그만큼 손에 쥐었을 때의 달라진 느낌을 설명한 것인데, 동료들은 미심쩍게 듣기만 했다. “아무래도 휴대성은 아이패드 미니 레티나가 낫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물론, 당연히 아이패드 미니 레티나가 아이패드 에어보다 더 작고 가볍다. 그런데… 뭐랄까. 제품을 쥐었을 때의 느낌은 상당히 묘하다.
이번에 아이패드 에어와 미니 레티나를 사용해본 느낌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개인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을 수 있겠지만, 분명 비슷하리라. 생각보다, 보기와 달리, 꽤, 아이패드 에어는 작고 가볍게 느껴진다(절대 그냥 하는 말이 아니다). 아래는 아이패드 에어와 아이패드 미니, 아이폰5s 크기 및 두께 비교 사진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사진만 보고 판단하지 말기를. 만약 아이패드 에어와 아이패드 미니 레티나 사이에서 구매를 고민하고 있다면, 꼭 직접 만져보고 나서 결정하길 바란다.
전체적인 디자인은 이전에도 말한 것처럼 아이패드 미니를 빼닮았다. 조금 멀리서 보면 상대방이 들고 있는 것이 아이패드 에어인지 아이패드 미니인지 당최 헛갈릴 정도로 비슷하다. 상단 On/Off 버튼, 무음/화면 회전 버튼, 음량 조절 버튼, 라이트닝 커넥터, 전/후면 카메라, 내장 스피커, 3.5mm 오디오 잭 등의 위치와 모양도 똑같다.
아이패드 미니처럼 베젤 부분도 좁다. 그만큼 가로 길이가 줄었으며, 시선을 화면에 집중시켰다. 알다시피 화면은 레티나 디스플레이이며, 크기는 9.7인치, 해상도는 2,048x1,536이다(264ppi). 베젤이 좁아서 화면을 터치하지 않기 위해 의식하듯이 잡곤 하는데, 그럴 필요는 없다. 아이패드 미니 때부터 적용했던 팜 리젝션(Palm Rejection) 기능을 그대로 적용했기 때문. 팜 리젝션이란, 자연스러운 펜 터치를 구현하기 위해 터치 패널에 손바닥을 대고 써도 손바닥을 인식하지 않는 기능을 뜻한다(갤럭시노트 화면에 손바닥을 데고 써도 S펜을 우선 인식하는 것처럼).
애플은 이 팜 리젝션 기능을 펜이 아닌 손에 맞도록 바꾼 터치 리젝션 기능을 적용했다. 좁은 배젤로 인해 손이 화면을 터치해도 오작동하지 않도록 적용한 것. 아래 사진처럼 아이패드 에어를 왼 손으로만 들었을 때, 엄지 손가락으로 화면을 잡아도 아무 문제 없다. 그냥 엄지 손가락이 닿은 것인지, 멀티 터치 중인지 인식하는 것. 참고로, 애플은 터치 리젝션 기능을 iOS 6 이상 지원하는 모든 기기에 적용했다.
마이크도 하나 추가했다. 이 듀얼 마이크는 동영상을 녹화하거나 페이스타임 통화, 시리 음성 인식 시 음질을 향상시키며 배경 소음을 차단한다. 과거 아이폰5에 1개의 마이크를 추가해 총 3개의 마이크를 탑재했던 이유와 같다.
얇고 가볍지만, 더 향상된 성능
아이패드 에어는 이전보다 최대 2배 성능을 향상한 A7 프로세서와 M7 보조 프로세서를 탑재했다. M7 보조 프로세서는 자이로스코프, 가속도계, 나침반 등의 데이터를 별도로 처리한다. 때문에 과거 A7 프로세서가 해당 데이터를 모두 처리하는 방식과 비교해 전력 효율이 높아졌다(아이폰5s와 같다). M7 프로세서를 탑재한 것은 애플이 아이패드 에어는 들고 다니는 모바일 기기에 좀더 치중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참고로 A7 프로세서는 OpenGL 3.0도 지원해 이전보다 그래픽 효과가 향상됐다.
아이패드 에어를 언급하면서 빼 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무료 앱이다. 지난 10월 22일 발표한 바와 같이 애플은 '아이웍스(iWorks)' 3종(키노트, 넘버스, 페이지스)과 멀티미디어 관련 앱 '아이라이프(iLife)' 3종(아이포토, 아이무비, 개러지밴드)을 무료로 제공한다. 아이패드 에어에서 앱스토어를 처음 실행하면, 해당 앱을 쉽게 내려받을 수 있다. 이외에도 앱스토어에서 내려받을 수 있는 앱은 2013년 12월 기준 47만 5,000개에 달한다.
* 참고기사: “아이폰을 샀더니 앱 6개를 무료로 줬어요” - http://it.donga.com/16355/
애플이 밝힌 아이패드 에어의 배터리 사용시간은 10시간. 다만, 배터리 사용시간은 설정 및 사용 패턴 등에 따라 다르니 그저 참고하는 수준으로만 이해하자. 실제로도, 실행하는 앱에 따라 배터리 소모 수치는 계속 달랐다(당연한 얘기다). 데드 트리거2, 인피니티 블레이드2, 피파 14 등 비교적 고성능 게임을 1시간 정도 실행하니 배터리는 약 15% 정도는 소모됐다. 참고로 화면 밝기는 가운데 맞췄으며, 자동 밝기 기능을 켠 상태였다. 블루투스, 테더링 등도 껐으며, 와이파이만 켜 둔 상태였다.
같은 조건으로 네이버, 다음 등 포털 사이트에서 인터넷을 1시간 정도 검색했을 때 소모되는 배터리는 약 8~10% 정도. HD급 유투브 동영상을 실행했을 때는 10~12% 정도, MP4로 인코딩한 HD급 동영상을 기본 동영상 플레이어로 실행했을 때는 6~8% 정도 소모됐다. 확실히 이전 아이패드와 비교해 전체적으로 배터리 효율은 높아졌다.
이전과 비교해 와이파이 속도도 빨라졌다. 아이패드 에어는 내부에 2개의 안테나를 탑재하고 MIMO 기술을 지원해 최대 와이파이 전송속도는 300Mbps이다(이전 모델은 최대 150Mbps). 다만, 와이파이를 300Mbps 전송속도로 이용하기 위해서는 무선공유기도 2개 이상의 안테나와 MIMO 기술을 지원해야 한다.
지난 며칠간 아이패드 에어를 사용하면서 가장 달라졌다고 느낀 점은 역시 ‘휴대성’이다. 아이패드 오리지널 이후 선보인 아이패드 2세대부터 4세대는 진정한 모바일 기기라고 하기에 약간 부족했던 게 사실. 크게 달라지지 않았던 600g 대의 무게, 2세대부터 4세대까지 동일했던 디자인은 사람들의 시선을 아이패드 미니로 쏠리게 했다. 하지만, 아이패드 에어는 아니다. 확실히 나아졌다. 9.7인치 화면이지만 이전처럼 크게 느껴지지 않으며, 한 손으로 들어도 부담스럽지 않다.
‘Life on iPad’ 동영상으로 전하고자 한 애플의 의도는 명확하다. 이만큼 만들었으니, 이제 밖으로 들고 나오라고 말한다. 나쁘지 않다. 아이패드 에어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이렇게 말하고 싶다. ‘잘 빠졌다’라고.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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