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쿨가이’ 박용택(LG)이 새 별명을 얻었다. 바로 ‘울보택’이다. 그의 눈물은 LG의 재건을 상징한다. 2013년 무려 11년 만에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은 박용택은 이제 한국시리즈 우승이라는 꿈을 향해 달린다. 스포츠동아DB
2008년 부진 딛고 5년 연속 3할타율 펄펄
올시즌 PS 진출·골든글러브 수상 등 결실
“친구가 그려준 만화처럼 KS MVP가 목표”
‘쿨가이’ LG 박용택(34)에게 2013년은 감동, 그 자체였다. 울기도 많이 울었다. 페넌트레이스 최종전에서 두산을 꺾고 2위를 확정지은 뒤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렸다. 신인이던 2002년에 이어 11년 만에 다시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는 감격을 맛보게 됐기 때문이다. 이달 10일 열린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선 수상 소감을 밝히던 도중 울먹였다. 개인훈련을 위해 잠실구장을 찾은 그와 인터뷰를 하는 동안에도 내내 “이 정도면 그냥 눈물이죠?”라는 말을 되풀이하며 올 한 해와 자신의 야구인생을 되돌아봤다.
● 행복하게 야구한 2013년
박용택이 요즘 가장 많이 듣는 말은 “이제 그만 좀 울어라”다. 공식석상에서 하도 많이 울어 ‘울보택’이라는 새 별칭까지 얻었다. 그는 “시상식 때 팀 얘기를 하면 눈물이 날 것 같아서 소감을 준비하진 않았다. 올라가서 되는대로 했는데, 역시나 눈물이 났다”며 웃었다. “올 해를 생각하면 그냥 눈물이 난다”는 그는 “정말 행복하게 야구했다. 야구장 나오는 자체가 즐거웠다. 감동, 그 자체였다. 팀이 분위기적으로 정말 잘 돌아갔다. 하나의 잡음도 없었다. 있었다고 해도 최소한 내 귀에는 들리지 않았다. ‘정’이라는 걸 느꼈고, 사람 사는 곳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 2008년 눈물을 통해 이뤄낸 반전
프로 데뷔 직후 박용택은 LG의 간판스타가 됐다. 기량도 좋았지만, 수려한 용모로 많은 이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그러나 2008년 바닥을 쳤다. 부상도 원인이었지만, 프로 데뷔 이후 최악의 성적을 남겼다. 96경기에서 타율 0.258. 자신이 생각했던 모든 것이 무너졌고, 큰 벽이 하나 생겼다. 그는 “2008년에는 팀도, 나도 좋지 않았다. ‘난 여기서 끝나는 선수인가’, ‘LG가 이런 팀이 됐나’, ‘내가 정말 이러다가 사라지는 선수인가’ 등등 부정적 생각이 많이 들었다. 그 때도 펑펑 울었다. 장모님을 안고 많이 울었다. 항상 자신감 있는 선수였는데, 자신 없는 모습에 주변에서 많이 걱정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그러나 2009년 보란 듯이 자신의 앞을 가로막았던 벽을 허물고 타격왕을 거머쥐었다.
● LG의 수석연구원
LG 김기태 감독은 올 시즌 도중 지방 원정경기를 마치고 상경하던 길에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방망이를 휘두르는 박용택을 보고 혀를 내둘렀다. 박용택은 “갑자기 생각난 게 있어서 해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타격훈련에 있어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집에서 쉬다가도 문득 생각난 것이 있으면 방망이를 잡는다. 그는 “타격에 답은 없다. 투수가 던지는 공에 반응하는 게 타자다. 그래서 답이 없다”며 “좋은 결과를 위해 계속 연구하는 수밖에 없다. 투수도 타자들 잡으려 많은 구종 등을 연구하는데, 그에 따라 연구하지 않으면 쉽게 도태된다”고 자신의 타격지론을 털어놓았다. 연구하는 자세 덕분에 그는 2009년부터 5년 연속 3할 타율을 쳤다. 올해도 시즌 중반까지 타격밸런스가 좋지 않았지만, 꾸준하게 고타율을 유지한 끝에 타율 0.328로 마무리를 지었다.
● 꿈을 이루며 사는 사나이
박용택의 꿈은 LG 유니폼을 입고 2000경기에 출전하고 2000안타를 치는 것이다. 우승컵도 들어보고 싶다. 2010시즌 종료 후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어 모두의 예상보다 낮은 금액에 LG와 계약한 이유도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중학교 짝꿍이 자신을 주인공으로 그려준 만화를 통해 원대한 포부를 갖게 됐고, 이를 하나씩 실현해가고 있다. 박용택은 “친구가 그려준 만화책을 지금은 잃어버렸는데, 그 마지막 장면이 33번 LG 유니폼을 입은 내가 한국시리즈 MVP(최우수선수)를 타는 것이었다”며 “정말 만화 같은 얘기인데 그 친구가 그려준 만화대로 내가 인생을 살고 있다. 꿈을 이루고 사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모르겠다. 그런 부분에 있어 나는 참 행운아다. 이제 그 마지막 장을 위해 뛰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잠실|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gtyong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