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부처’가 ‘기부천사’가 됐다. 한신 오승환(왼쪽)이 16일 서울 삼성동 경기고에서 열린 재능기부 사회공헌활동 ‘드램캠프’에서 한 학생선수에게 원포인트레슨을 실시하고 있다. 그는 13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한신 입단식에서도 “동일본 대지진 피해 지역에 기부하고 싶다”고 밝히며 훈훈한 감동을 줬다. 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트위터@seven7sola
일본선 “대지진 성금” 현지언론 대서특필
한일 양국서 돌직구 같은 나눔 실천 훈훈
마운드 위에선 표정 하나 흐트러짐이 없는 냉철한 ‘돌부처’지만, 마음만은 한없이 따뜻한 ‘기부천사’다.
오승환(31·한신)이 나눔의 미덕을 실천하며 세밑을 훈훈하게 만들고 있다. 오승환은 16일 서울 삼성동 경기고에서 ‘드램캠프’를 열고 후배들에게 자신의 재능을 기부했다. 모교인 도신초등학교과 경기고 야구부 후배들에게 원포인트 레슨을 하면서 ‘멘토’로서의 바쁜 하루를 보냈다. ‘제2의 오승환’을 꿈꾸는 후배들은 대한민국 최고 야구스타의 한마디, 한마디에 귀를 기울였다. ‘드림캠프’는 삼성스포츠단 산하 12개 구단 소속 스타 선수들이 연고지 유소년 선수들을 대상으로 원포인트 레슨과 멘토링을 하는 재능기부 사회공헌활동이다.
오승환은 일본프로야구 한신에 입단한 뒤 방송과 행사 출연 요청, 광고모델 제의 등이 밀려들고 있지만, 필요한 인터뷰만 한 채 외부활동을 자제하고 있다. 화려함보다는 내실을 다지기 위해서다. 내년 시즌 좋은 성적을 보여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판단 아래 18일 괌으로 개인훈련을 떠난다. 그러나 그에 앞서 마지막으로 드림캠프 행사만큼은 꼭 참가하려고 했다. 자신을 키워준 삼성에 대한 보답이자, 후배들과의 약속이었기 때문이다.
오승환은 이날 행사가 끝난 뒤 “나름 열심히 가르쳤는데 시간이 짧다보니 아쉽다. 초등학교 아이들도 잘 던지더라. 야구 쪽으로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다면 앞으로 장기적으로 이런 자리를 계속 갖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좋은 환경이 마련돼 좋은 인재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말뿐이 아니다. 실제로 한국 아마추어야구를 도울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그는 한신과 계약하며 9억엔(약 95억원)의 큰돈을 만지게 됐다. 그래서인지 후배들이 좋은 환경에서 야구할 수 있도록 지속적 기부를 계획하고 있다. 오승환의 에이전트인 김동욱 스포츠 인텔리전스 대표는 “아직 정확히 결정된 것은 아니지만, 재단을 만들어 지속적으로 국내 아마추어야구를 도울 수 있는 프로그램을 구상 중이다. 시간을 두고 가장 좋은 방법이 무엇인지 고민해서 기부를 하려고 한다. 물론 금전적, 물질적 기부뿐 아니라 앞으로 드림캠프 같은 재능 기부도 꾸준히 열 계획이다”고 설명했다.
오승환은 일본에서도 ‘기부천사’로 강렬한 첫 인상을 심어줬다. 13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한신 입단식 인터뷰 말미에 갑자기 “하나 더 할 말이 있다”며 “동일본 대지진 피해 지역에 연봉의 일부를 기부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혀 기자회견장을 술렁이게 했다. 다음날 일본 언론은 일제히 “진짜 스타가 왔다”, “따뜻한 돌부처가 왔다”고 1면에 대서특필하며 놀라워했다.
야구를 통해 부와 명예를 얻은 만큼 한국과 일본에 골고루 나눔부터 실천하려는 오승환. 그는 이제 ‘기부의 끝판대장’으로 불려도 손색없다.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keystone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