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건영통신원의 네버엔딩스토리] 텍사스 4번타자, 추신수와 월드시리즈 우승 도전

입력 2013-12-2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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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신수의 새 동료 아드리안 벨트레

18세 때 NL 최연소 데뷔 기록 ‘미완의 대기’
AL 매리너스로 옮긴 후 평범한 선수로 전락
2010년 레드삭스서 오티스와 막강타선 구축
이듬해 레인저스 5년 8000만달러 대박계약
최근 3년 간 타율 0.312 · 98홈런 · 299타점


‘추추트레인’ 추신수(31)가 7년 1억3000만달러의 초특급 대우를 받고 텍사스 레인저스에 새로 둥지를 틀었다. 2002년 5년간 6500만달러의 조건에 FA(프리에이전트) 대박을 터뜨렸던 박찬호에 이어 한국선수로는 2번째로 레인저스와 인연을 맺게 됐다. 추신수의 레인저스 입단을 가장 반기는 선수는 아마도 팀의 4번타자 아드리안 벨트레(34)일 것이다. LA 다저스 시절 박찬호와 한솥밥을 먹었던 경험이 있는 벨트레는 출루율이 높은 리드오프 추신수의 가세로 올 시즌 8개차로 놓친 4년 연속 100타점의 아쉬움을 씻어낼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한동안 배우 차태현의 외모와 닮아 ‘벨태현’이란 닉네임으로 국내 팬들에게도 인기를 끌었던 벨트레의 야구인생을 살펴본다.


● 천재소년

1979년 4월 7일 도미니카공화국 산토도밍고에서 태어난 벨트레는 고교 시절부터 강한 어깨와 빠른 배트 스피드로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의 눈길을 끌었다.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의 포수 알렉스 아빌라의 할아버지인 랄프 아빌라의 눈을 사로잡은 그는 1994년 2만3000달러의 사이닝 보너스를 받고 LA 다저스와 계약했다. 불과 15세의 나이에 계약했다는 사실이 나중에 알려져 도미니카공화국에 있는 다저스 스카우트팀은 버드 셀리그 메이저리그 커미셔너로부터 1년간 징계를 받기도 했다. 그가 메이저리그에 입성한 것은 1998년 6월 25일(한국시간) 애너하임 에인절스와의 인터리그 경기. 당시 내셔널리그 최연소 데뷔 기록이었다.


● 미완의 대기

메이저리그 첫 타석에서 에인절스의 베테랑 좌완투수 척 핀리를 상대로 적시타를 때리며 인상적 데뷔전을 치른 벨트레는 6일 뒤 레인저스 릭 헤일링으로부터 생애 첫 홈런포를 터뜨렸다. 첫 시즌 77경기에서 무려 13개의 실책을 범하며 수비에서 문제점을 드러냈지만, 다저스는 이듬해부터 그를 주전 3루수로 기용했다. 그러나 1999년부터 2003년까지 5년 동안 한 번도 3할 타율을 넘기지 못했다. 최고 홈런은 23개(2003년), 최다 타점은 85개(2000년)에 그쳤다. 20개 이상의 실책을 저지른 시즌도 3차례나 됐다.


● 홈런왕

기대와는 달리 특급선수로 성장하지 못한 벨트레는 다저스와의 계약 마지막 해인 2004년 무려 48개의 아치를 그리는 깜짝 활약으로 내셔널리그 홈런왕에 등극했다. 타율도 생애 최고인 0.334나 됐고, 타점은 121개나 쓸어 담아 두 부문 모두 내셔널리그 4위에 올랐다. 또 156경기에서 10개의 실책만 범해 수비율 0.978을 기록했다. 생애 첫 실버슬러거상을 차지한 그는 2005년 5년간 6400만달러의 조건을 제시한 시애틀 매리너스와 계약하며 특급스타 대접을 받았다.


●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

내셔널리그를 떠나 아메리칸리그로 옮긴 벨트레는 바로 평범한 선수로 전락했다. 2005년 시즌 초반 1할대의 빈타에 허덕이자, 지역지 시애틀 포스트-인텔리전스의 테드 밀러 기자는 “어쩌면 매리너스 역사상 최악의 계약이 될 지도 모른다”고 혹평했다. 2009년까지 최고 타율은 0.276(2007년)에 불과했다. 5년 동안 때린 홈런은 103개에 그쳤고, 100타점 이상은 한 번도 없었다. 2007년에는 18개의 에러로 디트로이트 타이거스 브랜든 인지와 함께 최다 실책을 기록했지만, 골드글러브를 수상하는 이변을 낳았다. 이듬해에도 0.964의 썩 뛰어나지 않은 수비율을 기록하고도 이 상을 받는 행운이 따랐다.


● 명예회복

매리너스와의 5년 계약이 끝났지만 벨트레는 장기계약을 체결하지 못하고 2010년 1년간 900만달러에 보스턴 레드삭스 유니폼을 입었다. 2011년에는 500만달러에 선수가 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는 조항이 포함됐을 만큼 레드삭스가 그에게 거는 기대는 크지 않았다. 그러나 절치부심한 벨트레는 동향의 데이비드 오티스와 힘을 합쳐 막강 타선을 구축했다. 0.321로 팀 내 최고 타율을 기록했고, 102타점으로 오티스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28홈런에 메이저리그 최다이자 개인최고기록인 49개의 2루타를 뿜어내 생애 첫 올스타의 꿈을 이뤘고, 실버슬러거상 수상 및 아메리칸리그 최우수선수(MVP) 투표 9위로 실추된 명예를 회복했다.


● 연봉 대박

2004년 이후 처음으로 강타자 반열에 다시 오른 벨트레는 2011년 레인저스에 합류하며 5년간 8000만달러의 초특급 대우를 받았다. 이번에는 매리너스에서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았다. 올 시즌까지 3년간 거둔 성적은 타율 0.312, 98홈런, 299타점이나 됐다. 입단 첫 해 레인저스의 월드시리즈 진출을 이끌었는데, 특히 10월 5일 열린 탬파베이 레이스와의 디비전시리즈에선 홈런을 3방이나 터뜨렸다. 이는 아메리칸리그 디비전시리즈 사상 최초이자, 포스트시즌 전체를 통틀어서도 6번째였다. 2011년 올스타에 뽑힌 그는 실버슬러거와 골드글러브를 휩쓸었다. 이듬해에도 3년 연속 올스타에 선정되며 통산 4번째로 골드글러브를 끼었다. 2013년에는 단 1경기를 제외한 161경기에 출전하는 꾸준함을 과시하며 타율 0.315, 30홈런, 92타점을 기록했다. 그러나 탬파베이와 맞붙은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패해 3년 연속 포스트시즌 출전의 꿈은 무산됐다.

1998년 내셔널리그 최연소 선수로 메이저리그에 데뷔했던 벨트레는 내년 시즌 레인저스에서 가장 나이 많은 선수가 된다. 그 어느 누구보다도 화려한 스포트라이트와 비난 세례를 동시에 받으며 16년간 메이저리그에서 내공을 쌓아온 그가 새로운 팀 메이트 추신수, 프린스 필더와 환상의 호흡을 과시하며 레인저스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이끌어낼 것인지 팬들의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손건영 스포츠동아 미국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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