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 클래식 음악계를 이끌 젊은 피로 손꼽히는 피아니스트 이효주. 이효주는 프랑스 유학시절에 접한 요가를 음악에 접목한 요가 마니아이기도 하다. 사진제공|MOC production
프랑스 유학시절 요가수업 참가했다가 푹 빠져
연주회 전 마인드컨트롤·호흡 조절에 큰 도움
20세기 최고의 피아니스트 중 한 명인 빌헬름 박하우스는 85세에 죽음을 맞기까지 무려 4000회가 넘는 연주회 무대에 섰다. 말년의 그에게 한 기자가 물었다. “선생님께서는 연주하지 않을 때 무엇을 하십니까?”. 그러자 별 이상한 질문을 한다는 얼굴로 기자를 바라보던 박하우스가 말했다.
“연습을 하지.”
피아니스트들은 한결같이 ‘피아니스트는 고된 직업’이라고 입을 모은다. 연습이 연주이고, 연주가 연습이다. 피아니스트들이 건반을 두드리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피아노 연주라는 것은 상당히 육체적인 예술행위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곤 한다. 땀에 젖어 얼굴에 드리워진 머리칼, 머리 위에서 내리꽂히는 독수리 같은 두 손을 보고 있으면 더욱 그렇다. 우리나라 여자 피아니스트 중에서 파워풀한 연주로는 첫 손가락에 꼽히는 이효주(28)가 추천한 7330 운동은 요가였다.
● 칭찬으로 시작한 요가 “이젠 호텔 방에서도 합니다.”
“프랑스 유학시절에 우연히 요가수업에 참가했다가 푹 빠졌다. 어려서부터 몸이 유연한 편이었는데 첫날부터 다리가 머리 위로 척척 올라가니까 선생님이 놀라더라. 내가 칭찬에 워낙 약하다. 잘 한다고 하니까 더 열심히 하게 되더라(웃음).”
이효주는 파리국립고등음악원 시절 함께 수학하던 이정란(첼로), 박지윤(바이올린)과 트리오 제이드를 창단했다. 요가수업을 처음 받은 다음날은 제이드의 졸업시험 날이었고, 제이드는 실기시험에서 1등을 했다. ‘요가가 음악에도 도움이 되는구나’ 싶은 마음이 드니까 더욱 요가에 애착이 가게 됐다고.
이효주는 “요가는 한 평의 공간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할 수 있는 운동이다. 직업상 호텔생활을 할 때가 많은데 요가만큼 요긴한 운동이 없다”며 요가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 최악의 피아노를 만나도 든든한 이유는
피아니스트가 다른 악기 연주자와 다른 점은 자신의 악기로 연주할 수 없다는 것이다. 연주 때마다 새로운 피아노를 만나고, 적응해야 한다. 연극무대에서 연주할 때는 경사가 진 무대여서 고음으로 갈수록 손이 하강하는 경험도 했다. 어느 지방 연주회에서는 물난리가 나는 바람에 해머가 물을 먹어 ‘촉촉한 소리’가 났다.
최악의 기억은 싱가포르에서의 일. 피아노 뚜껑을 열기 위해 손을 댔다가 떼었더니 두 손바닥이 새까매져 있었다. 원래 흰색 피아노인데 연주회의 격식을 차린다고 주최 측에서 두 시간 전에 까만 페인트칠을 해놓았던 것이다.
이효주는 “그래서 연주 전 피아노 상태 점검 못지않게 마인드컨트롤이 중요하다”고 했다. 호흡을 조절하고, 성공적인 연주를 위해 마음을 다잡는 데에도 요가는 큰 도움이 된다.
이효주는 1월 16일 창원시향과의 생상스 피아노협주곡 2번 협연으로 올해 연주활동의 문을 연다. 오케스트라 협연뿐만 아니라 독주회, 듀오, 트리오 제이드 연주 등으로 빡빡한 일정을 보내야 한다.
“10년 후, 아니 40대와 60대에는 어떤 연주를 하게 될까 생각할 때가 있다. 지금 연주하는 베토벤과 10년 후의 베토벤은 다를 것이다. 그런 기대감을 안고 올해도 연주할 것이다. 많은 분들이 들어주셨으면 좋겠다.”
양형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