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가대표 골키퍼 정성룡(오른쪽)과 김승규가 다가오는 브라질월드컵 주전 GK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정성룡의 수성과 김승규의 도전에 관심이 모아진다. 스포츠동아DB
월드컵의 해가 밝았다. 올해 한국 축구의 최고 이슈는 단연 2014브라질월드컵이다. 수많은 선수들이 4년 마다 한 번씩 열리는 지구촌 스포츠 최대 이벤트에 참여하기 위해 사력을 다한다. 초청장은 각국 23명에 불과하다. 그라운드를 밟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영광이다. 그만큼 내부 경쟁이 치열하다. 신년 기획으로 <태극전사 우리는 라이벌> 시리즈를 준비했다.
김승규
2013시즌 K리그 성적 선배 정성룡에 판정승
판단 빠르고 임기응변 강점…경험 부족 약점
정성룡
남아공 때부터 독보적 주전 골키퍼 자리 지켜
최근엔 잦은 실수…경쟁 구도가 없었던 게 독
골키퍼는 특수 포지션이다. 한 번 주전이 정해지면 어지간해서는 바뀌지 않는다. 밀리면 상황을 뒤바꾸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실전 중 교체 투입 가능성도 적다.
홍명보호가 처한 가장 큰 고민 중 하나도 바로 골키퍼다. 관록과 경험을 갖췄음에도 최근 페이스가 떨어진 주전과 꾸준한 상승세를 타고 있는 후보를 놓고 홍명보 감독은 고민이 많다.
얼마 전까지 한국 축구 부동의 수문장은 정성룡(28·수원삼성)이었다. 은퇴 후 U-22 대표팀 골키퍼 코치로 변신한 ‘선배’ 이운재(40)를 밀어낸 그는 2010남아공월드컵을 기점으로 당당히 ‘No.1’ 자리에 올라섰다.
그런데 최근 기류가 변했다. 후배 김승규(23·울산현대)가 빠른 속도로 치고 올라왔다. 승강제 시행으로 인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해진 K리그 클래식(1부 리그)에서 김승규의 활약은 독보적이었다. 정성룡에게 확실하게 판정승을 했다.
기록부터 둘의 명암이 극명히 갈렸다. 정성룡은 2013시즌 정규리그 34경기에 출전해 41실점했다. 반면 김승규는 32경기 27실점. 준우승 울산의 최소 실점 기록에 그의 기여도는 엄청났다.
하지만 정성룡의 아쉬움은 기대치에 못 미치는 기록에만 있는 건 아니다. 잦은 실수에 번번이 발목 잡혔다. 특히 11월10일 안방 포항전이 치명적이었다. 평범한 볼 처리에 실패해 자책골에 가까운 실점을 했고, 실낱같은 4위 진입을 노린 수원의 꿈도 좌절됐다.
그 무렵 대표팀에서도 미묘한 변화가 감지됐다. 홍 감독은 11월15일 상암벌에서 열린 스위스 평가전(2-1 승)의 주전 수문장으로 김승규를 내세웠다. 정성룡은 나흘 뒤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두바이에서 열린 러시아 평가전(1-2 패)에 나섰지만 역시 미흡한 볼 처리로 실점했다. 홍 감독은 “(정)성룡이는 훈련도 열심히 하고 있고, 몸 상태도 좋다. 잘 극복할 것”이라고 변함없는 신뢰를 보였지만 아직 추이는 가늠할 수 없다.
둘의 스타일은 전혀 다르다. 나름의 장점이 뚜렷하다. 정성룡은 화려하진 않아도 안정감이 있다. 실점은 적지 않았지만 큰 실수를 하지 않는 타입이었다. 집중력도 좋다. 김승규는 상황 판단이 빠르고 임기응변에 강하다. 순발력과 동물적인 반사 신경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일각에서는 뚜렷한 경쟁 구도가 형성되지 못한 최근 3년간이 오히려 정성룡에게 득이 아닌 독이 됐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김승규도 울산에서 오랜 기다림 끝에 선배 김영광(30)의 부상 공백으로 갑작스레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다만 분명한 건 아직까진 김승규가 ‘도전자’ 입장이라는 사실이다. 더불어 큰 무대에서 쌓은 꾸준한 경험은 쉽게 좁힐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렇다고 도전자가 최고가 되지 못하리라는 법 역시 없다. 5개월 앞으로 다가온 브라질월드컵에서 과연 누가 웃을까.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yoshike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