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브라질월드컵을 앞둔 홍명보호가 16강 진출의 과업을 이루기 위해 단단한 팀워크를 만드는 과정이 제일 중요하다. 홍 감독이 선수들에게 전술을 설명하는 모습. 스포츠동아DB
1. 내부 단속이 가장 중요하다
브라질월드컵 개막까지 남은 시간은 6개월. 홍명보호는 2012런던올림픽 동메달 신화를 브라질에서 재현하겠다는 각오로 똘똘 뭉쳐 있다. 당면 과제는 조별리그 통과다. 16강에 오르면 그 이후 어떤 드라마가 펼쳐질지 아무도 모른다.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홍명보 감독은 12년 전 한일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이다. 그가 스페인과 8강전에서 4강 진출을 확정짓는 승부차기를 성공시킨 뒤 밝게 웃던 모습을 많은 국민들은 기억하고 있다. 브라질에서 홍 감독의 환한 미소를 다시 볼 수 있을까. 월드컵의 해를 맞아 스포츠동아는 한국이 월드컵에서 성공하기 위해 꼭 필요한 요소들을 묶어 3회에 걸쳐 제언한다.
프랑스, 남아공월드컵 불화…조별리그 탈락
홍명보 감독 지도철학 “갈등 일으키면 아웃”
홍명보 감독은 2013년 6월 말 국가대표 사령탑에 취임한 직후 축구협회 출입 기자들과 점심식사를 겸한 간담회를 가졌다. 당시 기성용이 SNS에 최강희 전 감독을 비난한 글이 공개돼 큰 파문이 일었다. 대표팀 내 해외파, 국내파 선수들 사이에 알력다툼이 있다는 말도 파다했다. “전술, 전략도 중요하지만 국내, 해외파 갈등 해소 같은 것에도 신경을 써야겠다”는 한 기자의 말에 홍 감독은 이렇게 답했다. “그게 무엇보다 가장 우선 아닌가요?”
대표팀도 사람들이 모인 집단이다. 훈련 도중 의욕이 앞서다보면 때로 얼굴을 붉힐 수도 있다. 마음 맞고 친한 선수들끼리 많이 어울리는 것도 자연스런 현상이다. 그러나 선의의 경쟁을 넘어 시기, 질투, 험담하는 분위기로 흐르거나 내부 갈등이 표면화되면 그 때는 걷잡을 수가 없다. 더구나 갈등의 원인이 국내파, 해외파처럼 어느 리그에서 뛰느냐에 있다면 문제는 더 심각하다.
2010남아공월드컵에 출전한 프랑스대표팀은 대회 기간 내내 선수들끼리 손가락질하고 선수와 감독이 불화를 일으켜 훈련을 거부하는 등 막장 드라마를 썼다. 결과는 1무2패로 조별리그 탈락. 처참한 성적표였다.
홍 감독은 풍부한 경험을 통해 월드컵과 같은 큰 대회에서 내부 결집이 우선이라는 사실을 잘 안다. 그가 막내로 출전한 1990년 이탈리아월드컵을 앞두고 고참 선수끼리 훈련 도중 싸운 적이 있었다. 2002년 한일월드컵 전에는 선수가 히딩크 전 감독에게 항명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탈리아월드컵 때는 한 번 분위기가 깨지니 회복이 쉽지 않았다고 한다. 한일월드컵 때는 히딩크 감독이 잘못된 보도에 적극 해명하고 사태를 빠르게 수습했다.
홍 감독은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뒤 내부 갈등 해소에 중점을 뒀다. 그는 작년 12월30일 언론과 신년 인터뷰에서 이에 대해 솔직히 털어놨다.
“안에 들어가서 보니 밖에서 들었던 것처럼 크게 심각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전혀 없었다고는 못 하겠다. 계속 이런 문제가 있는 것처럼 비춰지는 게 선수들 입장에서도 좋지 않다. 선수들과 대화로 해결하려 했고 선수들도 내 뜻을 잘 이해하고 노력해 줬다.”
사실 홍 감독의 지도철학은 잘 알려져 있다. 홍 감독과 한솥밥을 먹었던 선수는 물론 그렇지 않은 선수들도 내부 갈등을 일으키는 행동을 하면 절대 홍 감독과 함께 갈 수 없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 이런 인식이 퍼져있어 홍 감독이 분위기를 잡아가는데 시간이 크게 절약됐다. 그는 “선수들에게 분명히 내 생각을 전달하고 설득하며 양보와 희생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지금 내부 갈등, 불화 같은 단어는 쑥 들어갔다. 국가대표 선수를 보유한 에이전트는 “다른 건 다 차치하고 대표팀이 훨씬 화기애애해지고 하나가 된 것은 확실하다고 선수가 말했다”고 전했다. 월드컵 마지막 경기를 치를 때까지 이런 응집력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트위터@Bergkamp08